16년간 여행사 운영한 강순영 씨…"여행이 지닌 가치와 힘 믿어"
대한중소여행사연대 결성…"작은 업체 살아나려면 아직 멀어"
[일상회복 시작될까] 적자에 '쓰리잡' 뛰면서 지킨 여행사
"배운 게 도둑질밖에 없다고 평생 해온 것, 할 줄 아는 것이 여행업뿐이었어요.

적자가 계속돼도 놓을 수가 없죠."
2006년부터 16년이 넘는 세월 동안 중소 여행사를 운영했다는 강순영(50) 씨. 13일 서울 강동구의 여행사 사무실에서 만난 강씨의 등 뒤에서는 대형 세탁기와 건조기가 쉴 새 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강씨는 "이곳 사무실에 온 건 2014년이고, 직원 4명에 남편까지 총 6명이 일했다"며 "2020년 3월 무급휴직이 시작되자마자 직원 2명이 퇴사했고, 나머지 2명은 지난해 10월까지 고용유지를 받다 결국 포기하고 퇴사했다"고 했다.

강씨의 여행사가 무급휴직에 돌입하고 한 달 만인 2020년 4월 강씨는 사무실 절반을 빨래방으로 꾸려 부업을 시작했다.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여행업만으로는 탈출구가 없었다.

강씨는 "빨래방은 해본 적이 없던 업종이고, 관련된 기술이나 노하우도 없어서 인터넷 카페에 가입해 창업을 알아봤다"며 "사실 치킨집이나 카페도 생각해봤지만, 특별한 기술이 필요하지 않은 일이어야 했다"고 2년 전을 떠올렸다.

이어 "여행업은 여름이 성수기고 빨래방은 겨울이 성수기라 서로 반대"라며 "둘 다 유지해나갈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여행이 다시 시작되면 본업으로 복귀해야 하니까"라고 설명했다.

희망을 품고 시작한 부업이었지만, 낯선 일이라 크고 작은 어려움이 함께 찾아왔다고 한다.

강씨는 빨래방을 연 지 채 한 달도 되지 않았을 때의 일을 들려줬다.

"한 손님이 지퍼를 연 채 베개 솜을 빨다 (빠져나온 솜이) 모든 하수구를 막아버려 가게 바닥 전체에 물이 고이고 기계들이 모두 멈췄어요.

하수구를 뚫는 데만 15만원이 들었고, 다른 손님들의 빨래를 다시 세탁하는 비용은 계산해 보지도 못했죠."
그는 또 밤늦게 빨래방을 찾아와 임시 거처로 쓰는 가출 청소년이나 노숙인들을 내보낼 때도 마음이 좋지 않지만, 동네 주민들이 건네는 응원의 말이 힘이 됐다고 했다.

[일상회복 시작될까] 적자에 '쓰리잡' 뛰면서 지킨 여행사
빨래 수거·배달 서비스까지 했는데도 도통 이용자가 늘지 않자 강씨는 2020년 11월부터 쿠팡 배달 아르바이트를 시작해 '쓰리잡'을 뛰게 됐다.

그는 "오전에는 빨래 수거·배달을 하고 오후 2시부터 6시까지는 쿠팡 신선 배달을, 단가가 좋은 날에는 밤 11시 30분까지 당일 배달도 했다"고 말했다.

이 시기 강씨의 남편은 쿠팡의 배송 직원인 '쿠팡 친구'로 입사했다.

강씨와 함께 여행사를 운영하며 평생 육체노동이라고는 해본 적 없던 남편은 안 아픈 곳이 없을 정도로 몸이 성치 않았다고 한다.

강씨는 "초창기에 남편 체중이 20㎏ 빠졌고, 매일 팔과 허리, 무릎이 아프다는 소리를 달고 살았다"며 "손가락도 아파서 병뚜껑도 내가 대신 따줄 정도였다"고 털어놨다.

이어 "새벽 5시 30분에 일어나 도시락을 싸주면 남편은 배송 차 안에서 밥을 먹고 다시 배송하는 생활을 반복했다"며 "그렇게 힘든데도 쉬는 날이면 빨래방에 나와 일을 도왔다"고 했다.

최근 정부의 '포스트 오미크론' 대응체계 발표를 앞두고 일상 회복에 대한 기대가 본격적으로 움트면서 강씨도 여행사를 다시 열 준비를 하고 있다.

강씨의 남편도 쿠팡에서 나왔고, 여행사 직원도 1명 채용했다.

그러나 강씨는 중소업체가 살아나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며 걱정도 크다고 했다.

"대형 여행사가 편의점 본사라면, 우리 같은 중소 여행사는 대형 회사의 상품을 가져와 판매하는 가맹점이라고 할 수 있어요.

요즘 여행이 살아난다는 분위기가 생기면서 지자체에서 지원금을 끊겠다고 하는데, 살아난다는 건 대형사만의 이야기죠."
그는 "중소 여행사인 우리는 목놓아 운다"며 "기존에는 여행 상품을 직접 판매하지 않던 대형사들이 이제는 직접 판매까지 하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일상회복 시작될까] 적자에 '쓰리잡' 뛰면서 지킨 여행사
강씨를 비롯한 중소 여행사들은 새로운 수익원을 찾아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강씨는 작년 12월 중소여행사 약 710곳이 소속된 대한중소여행사연대의 회장을 맡았다.

그는 "대형 여행사가 팔 수 없는 상품들을 기획하려는 움직임"이라며 "대형 여행사는 소소한 국내 여행 상품을 만들지 않지만, 소비자를 위해 각 지방의 다른 여행사들과 함께 우리만의 상품을 만들고 있다"고 했다.

여전히 여행업이 회복됐다고는 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여행이 지닌 가치와 힘을 믿는다고 강씨는 힘줘 말했다.

그는 "해외의 문화를 배우고 경험하고 그 자산으로 다시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원동력을 주는 것, 그것이 여행의 가치"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여행이라는 것은 인류가 없어지지 않는 한 절대 사라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이 시기를 넘기면 다시 본업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