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새 정부 6개월에 부동산 판가름난다
2019년 12월 청와대 춘추관에선 국민소통수석과 기자들 간 설전이 벌어졌다. 투기지역 내 1가구 2주택을 보유한 참모들의 주택 처분을 권고하기로 했다는 발표에 기자들은 고개를 갸웃했다. “서울·수도권 주택 공급 부족에 따른 시장 불안이 핵심인데 다주택 참모들의 주택 처분은 본질과 상관없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당시 윤도한 소통수석은 “투기 근절 의지를 보여주기 위한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발표는 두고두고 청와대의 발목을 잡는 자승자박이 됐다. 비서실장 민정수석 등 다주택 문제로 물러난 핵심 참모들이 줄을 이었다. 이후 ‘부동산 문제’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부정 평가 항목에서 줄곧 1위에 오르며 국정 운영의 최대 부담이 됐다.

부동산은 전형적인 심리財

부동산이 정권의 아킬레스건이 될 줄은 당시 청와대 참모들은 상상도 못 했을 것이다. 부동산 시장이 심상치 않다고 지적하면 “일부 투기 세력들의 얘기만 듣는 것 아니냐”는 핀잔만 돌아왔다. 각종 대책을 내놓을 때마다 “이번에 진짜 센 놈이 나온다”며 규제와 세금 ‘쌍칼’로 제압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28번의 부동산 대책은 이렇게 만들어졌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3일 마지막 부동산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일각에선 28번이었다고 지적하지만, 종합대책은 그 절반 수준”이라고 반박했으나 정책 수요자의 관점이 아쉬운 인식이다.

청와대 고위 인사들이 부동산 문제에 대해 솔직한 속내를 드러낸 시점은 2020년 하반기께다. 당시 정책담당 핵심 인사는 “1인 가구가 아파트를 그렇게 많이 살 줄은 몰랐다”며 오판을 처음 인정했다. “조금 더 빨리 공급 대책과 함께 내놓지 못한 것은 아쉽다”고 했을 땐 정책 변화를 기대하기도 했다. 그때도 기회는 있었다. 2020년 7월 고위 당정청회의가 마지막 분수령이었다. 당시 총리공관에서 밤늦게까지 열린 회의에서는 “1주택자 세금을 줄이고 재건축 규제를 풀어 공급 사인을 주자”는 완화론자와 “투기세력에게 징벌적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강경파가 격돌했다. 이런 과정 끝에 나온 7·10대책의 핵심은 종부세율을 6%로, 양도세율(1년 미만 보유주택)은 70%로 올리는 것이었다. 한마디로 집 가진 자에 대한 세금 융단폭격이었다. 민심 이반이 우려된다는 지적도 나왔지만 “정권을 걸고 책임지면 될 것 아니냐”는 일부 여당 의원의 호언장담에 온건파 목소리는 묻혔다고 한다.

文정부 정책 반면교사 삼아야

그 결과는 지난달 20대 대통령 선거의 승패를 가른 서울의 민심 이반이었다.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한 인사는 “큰소리 땅땅 치던 ‘탈레반’ 중 누구도 책임지지 않고 있다”고 비꼬았다.

시장을 규제와 세금으로 제압할 수 있다는 오만함은 정권을 내놓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현 정부가 보여준 부동산 정책의 난맥상은 고스란히 새 정부의 반면교사다. 시장에선 벌써 부동산 정책 변화에 대한 기대가 넘쳐난다. 재건축·재개발부터 대출까지 탈규제를 공언해 놓은 마당이라 ‘어디까지 풀릴까’ 하는 기대에 한껏 들떠 있다. 강남 목동 여의도에서부터 분당 일산 1기 신도시까지 노후 아파트 밀집 지역에선 매물이 자취를 감추고 호가는 수억원씩 뛰고 있다. 부동산 정책은 어느 정권에서도 양날의 칼이었다.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게 관리하는 정책의 정교함 부재는 항상 아쉬움으로 남았다.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은 심리재’라는 기본 명제를 망각하는 바람에 곤욕을 치렀다. 윤석열 정부 부동산 정책의 성패가 출범 6개월 내 부동산 시장 심리 관리에 달린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