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7년 12월 31일에 태어난 가수 싸이(본명 박재상)는 글로벌 무대에서 활동하지만 한국에서만큼은 나이가 3가지나 된다.
한 해 중 언제 계산하느냐에 따라 '연 나이'는 45세, '만 나이'는 44세, '세는 나이'는 46세가 되기도 한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11일 법적·사회적 나이 계산법을 '만 나이'로 통일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것도 이렇듯 불필요한 혼란을 줄이기 위한 취지다.
'연 나이'는 현재 연도에서 태어난 연도를 단순히 빼는 셈법이다.
자기 생일 기준이 아니라 일정 연령에 이르는 해의 1월 1일을 기준으로 하며 병역법 등에서 적용한다.
'세는 나이'는 이른바 '한국식 나이'다.
태어나자마자 한 살로 시작해 새해가 되면 모두 동시에 한 살을 더 먹는 것으로 계산하는 방식으로,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셈법이다.
대부분 국가에서는 0세부터 시작해 각자 생일을 기준으로 1살씩 추가하는 '만 나이'를 사용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1962년부터 민법상 공식적으로 만 나이를 쓰고 있으나 병역법과 청소년 보호법, 초중등교육법, 민방위기본법, 향토예비군설치법 등에서는 '연 나이'를 적용한다.
병역법 제2조 제2항은 '이 법에서 병역의무의 이행시기를 연령으로 표시한 경우 ○○세부터란 그 연령이 되는 해의 1월 1일부터를, ○○세까지란 그 연령이 되는 해의 12월 31일까지를 말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청소년보호법 제2조 제1호도 '청소년이란 19세 미만인 사람을 말한다.
다만, 19세가 되는 해의 1월 1일을 맞이한 사람은 제외한다'고 명시했다.
초중등교육법의 경우 연 나이 사용이 강제는 아니지만 세는 나이를 많이 쓰는 환경을 고려해 기존 6세에 의무적으로 입학하도록 한 것을 학부모와 학생이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소득세법에서도 연말정산 혼선과 과다공제 등을 막기 위해 연 나이를 사용한다.
개인마다 다른 생일을 각각 계산해 특정 나이를 확인하게 되면 국가 차원에서 취학과 징병, 복지 등을 관리하고 통제하는 데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명목하에 예외적으로 연 나이를 계속 적용해온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민법상 만 나이가 '기본값'인데, 예외적인 경우가 많아 갈등이나 혼란의 씨앗이 된 일이 왕왕 있었던 게 사실이다.
가장 가깝게는 소아 코로나19 백신 접종 때도 초반에 만 나이를 적용하느냐 연 나이를 적용하느냐를 놓고 논란이 있다가 만 나이를 적용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생일이 지난 2010년생은 만 12세라 성인과 같은 용량의 백신을 접종할 수 있는데, 생일 전인 2010년생은 어린이용 백신 접종 대상자가 되는 등 혼선이 있었다.
'해묵은 이슈'인 목욕탕 출입 나이 역시 영향을 받아왔다.
한국목욕업중앙회 측은 목욕탕 이성 출입 가능 연령을 기존 만 5세에서 연 나이 4세로 바꿔 달라고 요구해왔다.
하지만 셈법이 복잡해 결국 만 5세에서 1년 낮춘 만 4세로 공중위생관리법 시행규칙이 바뀌었다.
임금피크제와 관련해서는 나이 해석 때문에 대법원판결까지 간 사례도 있다.
단체협약에 '56세부터 임금피크를 적용된다'고 한 부분을 놓고 '만 55세'인지 '만 56세'인지 중앙노동위원회와 법원이 각기 다른 해석을 내놨지만, 대법원은 결국 '만 55세부터'라고 판결했다.
이렇듯 법마다 기준이 달라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야기했던 사례가 많았던 가운데 만 나이가 확실한 사회적 기준으로 자리 잡으면 이러한 논쟁도 자연스럽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인수위 측은 "'만 나이' 사용이 일상생활에서 정착되면 특정 연령을 기준으로 법령이 적용되거나 행정·의료서비스가 제공될 때 혼란이 최소화되고 국제관계에서도 오해가 발생하지 않으며 각종 계약에서 나이 해석에 관한 다툼의 여지가 사라져 법적 분쟁이나 불필요한 비용이 감소하는 등 사회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