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 요충지 동부 이지움 근처에 양국 군대 집결
"2차 대전식 재래식 전투될 듯"…서방무기 지원이 중대변수
[우크라 침공] 전열 재정비한 러시아와 '돈바스 결전' 임박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도네츠크주·루한스크주) 지역에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결전'이 임박했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양국 군대는 10일(현지시간) 동부 하르키우주 이지움 근처에서 전열을 갖추기 시작했다.

이지움은 동부 돈바스 지역 서쪽에 있는 하르키우주의 소도시로 도네츠크주 슬라뱐스크로 가는 길목이다.

슬라뱐스크는 러시아가 돈바스 지역 전체를 점령하기 위해 눈독을 들이는 전략 요충지다.

러시아는 북부 키이우 주변에서 철수하거나 새로 투입한 전차, 포대를 재정비해 이지움 근처에 집중 배치하고 있다.

민간 위성업체 맥사 테크놀로지스는 8일 촬영된 위성사진을 근거로 "러시아군 차량 수백 대가 하르키우주에서 이지움 부근으로 재배치되는 모습이 포착됐다"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도 러시아군에서 탈환한 북부 지역에 있던 부대를 돈바스 전투를 위해 이 지역으로 이동하고 있다.

전투가 언제 본격화할지는 러시아 결정에 달렸다.

러시아가 있는 병력으로 그대로 밀어붙일 수 있지만 북부에서 입은 손실을 보완해 전열 재구성을 마칠 때까지 몇 주 기다릴 수도 있다.

미 국방부는 9일 브리핑에서 "(키이우 부근의 북부 전투에 참전한) 러시아 일부 부대가 파멸한 정황이 있다"며 러시아가 병력 부족을 예비군 6만명으로 메우려고 한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 담당 야전 사령관으로 새로 임명하면서 전열을 정비하는 모습이다.

돈바스 주변에서 기선을 제압하려는 전초전은 이미 관측된다.

러시아는 돈바스 근처 드니프로페트로우스크주의 보급 요충지 드니프로의 공항과 파블로흐라드의 공업시설을 이날 미사일로 타격했다고 밝혔다.

지난 8일 민간인 50여명이 폭격에 살해된 도네츠크주 크라마토르스크도 교통거점으로서 우크라이나의 동부 전략지였다.

우크라이나도 산발적으로 러시아군에 공격을 가하고 있다.

[우크라 침공] 전열 재정비한 러시아와 '돈바스 결전' 임박
전세를 가를 돈바스 전투에서는 탱크, 전차, 전투기가 정면으로 맞붙는 재래식 교전으로 치달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때문에 러시아의 전력 집중에 맞서 서방이 얼마나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느냐가 최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돈바스 지역이 러시아 국경과 가까운 만큼 북부 전투 때와 달리 러시아군의 보급선이 짧고 작전지도 한 지역에 한정되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는 게릴라전을 폈던 북부 전선과 달리 돈바스 지역엔 대포, 탱크, 방공포대 등 중무기가 필요하다며 서방에 지원을 촉구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0일 연설에서 "러시아가 새로 병력과 무기를 집결한다"며 "훨씬 더 많은 무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돈바스 전투는 2차 세계대전을 연상시킬 것"이라며 "전차, 장갑차, 항공기, 포 수천 대가 동원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돈바스 지역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명분으로 내건 지역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탄압하는 이 지역 친러시아 주민을 구할 '특수군사작전'을 한다며 국경을 넘어 자국 군대를 보냈다.

애초 러시아는 동부뿐만 아니라 북부 침공도 병행해 수도 키이우를 점령할 계획이었으나 실패하자 초점을 동부 돈바스로 옮겼다.

2014년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일방적으로 병합하자 이 지역에 있던 친러시아 세력도 분리·독립을 선언했고, 이후 우크라이나와 전투가 이어졌다.

전쟁 전 우크라이나는 돈바스 지역 2개 주의 서쪽으로 3분의2를 통제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돈바스 전투에서 승리하면 이에 그치지 않고 여세를 몰아 애초 목적대로 다시 전국 점령을 노릴 것이라고 주장한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전투가 임박했다고 보고 민간인 참사를 우려해 돈바스 지역, 하르키우주 일부 지역 주민에게 즉시 대피를 촉구했다.

당국은 피란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라며 이 지역을 떠날 버스와 열차 등 추가 교통수단을 조직하기도 했다.

[우크라 침공] 전열 재정비한 러시아와 '돈바스 결전' 임박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