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연속 통합우승은 구단 처음…V리그 남자부에서는 두 번째
34득점한 링컨 MVP…정지석, 토종 선수로는 첫 챔프전 트리플크라운
'역대최장 177분 혈투' 대한항공 2시즌 연속 통합우승…MVP 링컨(종합2보)
노우모리 케이타(KB손해보험)가 높게 뛰어올랐고, 대한항공 선수들도 네트 근처로 모였다.

케이타의 손을 떠난 공은 대한항공의 살림꾼 곽승석의 손에 맞고 KB손해보험 진영으로 떨어졌다.

2021-2022 V리그 남자부 챔피언이 결정되는 순간이었다.

대한항공이 2시즌 연속 고공비행을 하며 '정상'에 안착했다.

대한항공은 9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도드람 2021-2022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 3차전에서 KB손해보험을 세트 스코어 3-2(25-22 22-25 24-26 25-19 23-21)로 꺾고 시리즈 전적 2승 1패로 최종 승자가 됐다.

'역대최장 177분 혈투' 대한항공 2시즌 연속 통합우승…MVP 링컨(종합2보)
팀당 36경기를 치르는 정규리그 1위를 차지해 챔피언결정전에 직행한 대한항공은 단기전에서도 최강팀의 위세를 과시했다.

2017-2018시즌 3위로 정규리그를 마치고, 플레이오프(PO)를 거쳐 챔피언결정전에 올라 첫 우승을 차지한 대한항공은 2020-2021시즌 창단 처음으로 통합우승(정규리그 1위·챔피언결정전 우승)의 위업을 이뤘다.

이번 시즌에도 장기 레이스와 단기전에서 모두 최강자가 되며 구단 첫 2시즌 연속 통합우승에 성공했다.

대한항공은 지난 시즌에는 로베르토 산틸리(57·이탈리아) 감독 체제에서 우승했고, 이번 시즌에는 토미 틸리카이넨(35·핀란드) 감독에게 조종간을 맡겨 정상에 올랐다.

대한항공은 V리그 남자부에서 삼성화재(2011-2012·2012-2013·2013-2014, 3시즌 연속)에 이어 2시즌 이상 연속 통합우승을 차지한 두 번째 팀이 됐다.

다른 사령탑의 지휘로 2시즌 연속 우승을 차지한 건 대한항공이 처음이다.

삼성화재가 3시즌 연속 통합우승을 차지할 때 사령탑은 신치용 감독이었다.

대한항공은 통합우승을 달성하며 상금 2억2천만원(정규리그 1위 1억2천만원·챔피언결정전 우승 1억원)도 챙겼다.

'역대최장 177분 혈투' 대한항공 2시즌 연속 통합우승…MVP 링컨(종합2보)
챔피언결정 3차전의 5세트는 한국 배구 역사에 길이 남을 명승부였다.

이날 두 팀은 남자부 정규리그와 포스트시즌을 모두 합해 가장 긴 177분(2시간 57분)의 혈투를 펼쳤다.

종전 기록은 158분(2017년 11월 2일 한국전력-대한항공)보다 20분 더 길었다.

KB손해보험은 13-13에서 케이타의 대각을 노린 공격으로 '매치 포인트'를 만들었다.

서비스 라인으로 이동한 케이타는 특유의 강한 서브를 넣었다.

정지석은 힘겹게 케이타의 서브에 손을 내밀었다.

정지석의 손에 맞은 이 공은 세터 한선수가 아닌 외국인 공격수 링컨 윌리엄스(등록명 링컨)를 향했다.

링컨은 가운데로 높게 공을 올렸다.

실수 한 번이면 우승의 꿈이 날아가는 순간, 정지석이 높게 날아올라 후위 공격에 성공했다.

5세트 승부를 듀스로 끌고 간 대한항공은 KB손해보험과 시소게임을 펼쳤다.

19-20에서 대한항공 세터 한선수는 날개 공격수가 아닌 센터 조재영을 활용해 속공으로 허를 찔렀다.

이어 케이타의 오픈 공격을 수비로 걷어 올렸고, 링컨의 오픈 공격으로 21-20 역전에 성공했다.

조재영의 서브가 네트에 걸려 21-21이 됐고, 케이타가 서비스 라인으로 이동했다.

챔피언결정전 내내 대한항공을 두렵게 했던 케이타의 서브가 이번에는 네트에 걸렸다.

이어 곽승석이 케이타의 후위 공격을 블로킹하며 2021-2022시즌의 마침표를 찍는 마지막 점수를 올렸다.

'역대최장 177분 혈투' 대한항공 2시즌 연속 통합우승…MVP 링컨(종합2보)
대한항공을 위기에서 구한 정지석은 블로킹 득점 4개, 서브 에이스 4개, 후위 공격 7개를 성공하며 트리플크라운(블로킹·서브·후위공격 각 3개 이상 성공)을 달성했다.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전에서 토종 선수가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한 건, 정지석이 처음이다.

정지석에 앞서서 챔피언결정전 무대에서 트리플크라운을 성공한 선수는 2015-2016시즌 오레올(현대캐피탈), 2017-2018시즌 가스파리니(대한항공), 2021-2022시즌 알렉스(우리카드) 등 모두 외국인 공격수였다.

하지만 챔피언결정전 최우수선수(MVP)는 링컨이 차지했다.

이날 34점을 올린 링컨은 기자단 투표 총 31표 중 13표를 얻어 10표를 얻은 정지석을 제치고 MVP 트로피와 상금 500만원을 거머쥐었다.

'역대최장 177분 혈투' 대한항공 2시즌 연속 통합우승…MVP 링컨(종합2보)
KB손해보험은 창단 후 최고 순위인 2위로 정규리그를 마쳤고, 플레이오프에서 한국전력을 눌러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챔피언결정전 무대까지 올랐다.

부임 첫해에 KB손해보험 역사를 새로 쓴 후인정 감독은 내친김에 우승까지 노렸지만, 대한항공의 벽을 넘지 못했다.

팀은 패했지만, 'V리그 최고 공격수' 케이타도 이번 챔피언결정전을 빛낸 주역이었다.

V리그 남자부에서 가장 뛰어난 조직력을 갖춘 대한항공도 케이타 봉쇄에 애를 먹었다.

케이타 덕에 이번 챔피언결정전은 매 경기 치열했다.

'챔피언' 대한항공 선수들도 이번 챔피언결정전을 명승부로 만든 케이타를 향해 엄지를 들었다.

케이타는 3차전에서 V리그 역대 챔피언결정전 한 경기 최다인 57점(종전 2010-2011시즌 4차전 삼성화재 가빈 53점)의 신기록도 세웠다.

그러나 케이타의 이번 시즌 마지막 공격 시도는 곽승석에게 걸렸다.

무서운 화력과 화려한 세리머니로 V리그를 빛낸 케이타는 종료 휘슬과 동시에 무릎을 꿇고, 뜨거운 눈물을 쏟아내며 준우승의 아쉬움을 표출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