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하는 글로벌 제약사들의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오미크론에 이어 아형인 BA.2가 다시 번지는 등 유행을 주도하는 변이가 빠르게 바뀌면서다. 변이 대응력이 떨어지는 항체 치료제는 잇따라 시장에서 퇴출되고 있다. 먹는 치료제 시장을 선점한 화이자는 반사이익을 받을 것이란 평가다.

7일 미 식품의약국(FDA)에 따르면 미국서 코로나19 환자 치료 용도로 사용하다가 오미크론 유행 후 승인이 중단된 항체치료제는 3개다.

지난 5일 FDA는 GSK와 비어가 함께 개발한 코로나19 항체치료제 소트로비맙의 승인 중단을 발표했다. 오미크론 아형인 BA.2가 확산하면서 이 치료제가 더이상 효과를 내지 못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미국 코로나19 확진자 중 BA.2 환자는 지난 2일 기준 72.2%에 이른다.

소트로비맙은 미국 정부가 60만도즈 가량 선구매에 나섰던 GSK의 기대작이다. 지난해 이 치료제 매출은 1조5000억원에 이른다. 매출의 89%가 지난해 4분기에 집중됐다. 미국 전역에서 매주 사용된 소트로비맙은 5만도즈에 이른다. 앞서 GSK는 이 치료제를 활용해 올해 2조2000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소트로비맙이 새 변이에 효과 없다는 보고가 나온 뒤 미국 각 주에서 사용 중단 결정이 잇따랐다. 지난달 25일 코네티컷, 매사추세츠, 뉴저지, 뉴욕 등 10개 주정부가 코로나19 환자 치료에 소트로비맙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다.

지난달 30일에는 워싱턴, 일리노이, 인디애나 등 20개 주정부가 추가로 스트로비맙 사용 중단 결정을 했다. 미국 주 정부의 절반 이상이 코로나19 치료제에서 소트로비맙을 퇴출한 것이다. 이번 FDA 결정에 따라 사용 중단을 선언한 지역은 미 전역으로 확대됐다.

앞서 FDA는 오미크론 변이가 확산하자 일라이릴리의 항체치료제 밤라니비맙, 엔테세비맙과 리제네론의 항체치료제 리젠코브(성분명 카시리비맙+임데비맙) 사용을 중단했다. 이들 항체치료제가 오미크론 환자 증상 완화엔 효과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항체 치료제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특정 부분을 타깃으로 개발된다. 주로 바이러스가 세포 속에 침투할 때 사용하는 수용체결합도메인(RBD), 스파이크단백질 등을 만드는 유전자에 집중된다. 새 변이가 나와 바이러스 모양이 바뀌면 효과가 떨어지기 쉬운 이유다. 오미크론 변이는 RBD, 스파이크 단백질 등을 만드는 유전자에 변이가 집중됐다. 초기 우한 바이러스를 토대로 개발한 항체 치료제들이 제 효과를 내기 어렵다는 평가다.

다만 모든 항체치료제가 퇴출된 것은 아니다. 올해 2월 긴급 사용 승인을 받은 일라이릴리의 벱텔로비맙은 오미크론 감염자도 쓸 수 있는 항체치료제로 남아있다. FDA는 벱텔로비맙이 BA.2에도 효과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면역력이 떨어진 환자나 백신을 맞을 수 없는 사람을 위한 아스트라제네카의 항체 치료제 이부실드도 예방목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새로운 항체 치료제 개발도 이어지고 있다. 미 바이오기업 아다지오테라퓨틱스는 새 항체치료제 후보물질인 애딘트레비맙의 FDA 승인을 앞두고 있다. GSK는 BA.2 감염 환자에게도 소트로비맙을 쓸 수 있도록 고용량 제품을 개발해 FDA 사용 승인을 받을 계획이다.

변이 대응력이 떨어지는 단백질 맞춤형 '항체 치료제' 대신 먹는 치료제 수요가 늘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먹는 치료제는 바이러스가 증식하는 것을 막는 원리이기 때문에 항체 치료제에 비해 변이 대응력이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병원에 입원해 투여해야 하는 주사제와 달리 증상이 심하지 않은 경증 환자 치료에도 쉽게 쓸 수 있다.

팍스로비드로 먹는 코로나19 치료제 시장을 연 화이자는 올해 코로나19 치료제 매출이 27조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팍스로비드 구매에 뛰어든 국가는 100개국이 넘는다. 화이자는 1억2000만명분 넘게 이 약을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