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시·애경 거부로 조정 사실상 무산…조정위 11일 경과보고
상복 입은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 "피해조정, 정부가 나서야"
가습기살균제 참사 후 11년 만에 나온 피해 구제 조정안이 무산될 위기에 놓이자 피해자들이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조정위원회'(조정위)를 규탄하고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단체 '빅팀스' 회원들은 7일 "조정위와 가해 기업은 피해자들은 기만하지 말라"는 구호를 외치며 서울 종로구 SK 본사가 있는 서린빌딩과 조정위가 입주한 교보빌딩 인근에서 행진했다.

상복 차림에 사망자 영정 사진 등을 든 채 행진하던 이들은 오전 9시 30분께 조정위 관계자들을 만나겠다며 사무실 진입을 시도하다 건물 관리자들과 10여 분간 실랑이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현장에 나온 조정위 관계자가 "사무국장이 출근하지 않았다.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없다"고 설명하면서 피해자들로부터 항의를 받기도 했다.

단체는 행진을 마친 뒤 서린빌딩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정위는 조정안이 무산 위기에 놓였는데도 일방적으로 업무를 종료하려 한다"고 비판하면서 살균제 제조·유통 기업들의 사과를 요구했다.

조순미 빅팀스 대표는 "피해자들이 큰 것을 바란 것도 아니다.

생존해있는 동안에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것과 아이들이 커나갈 수 있게 해달라는 것뿐"이라며 "가해 기업들은 지금이라도 진정한 마음으로 조정에 임하고 피해자에 사과해야 한다.

국가 또한 책임을 느끼고 해결에 나서달라"고 말했다.

연대 발언에 나선 이태의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위원장은 "SK는 내부적으로 조정안에 따른 배상금을 내기로 결의했다고 한다.

하지만 당사자들이 느끼는 상황은 전혀 다르다"며 "SK는 살균제 원료 공급에 가장 큰 책임이 있음에도 피해자에 대한 어떤 사과도 없었기에 당사자들이 여기에서 목소리를 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피해 조정에 참여한 가습기살균제 제조·유통 9개 기업은 조정위 측에 최종 조정안 동의 여부를 전달했다.

SK케미칼·SK이노베이션·LG생활건강 등 7개 업체는 조정안을 수용하기로 했으나 옥시레킷벤키저와 애경산업은 조정안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냈다.

이날로 13일째 서린빌딩 앞에서 단식농성을 이어오고 있는 피해자들은 투쟁을 이어가기 위해 단식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한편 조정위는 오는 11일 중간보고 형식의 기자회견을 열어 피해자 단체와 기업 간 협의 등 향후 계획을 밝힐 방침이다.

상복 입은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 "피해조정, 정부가 나서야"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