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 결과 천에 묻은 코로나바이러스 상온에서 오래 생존 못 해
미 CDC "코로나바이러스 오염 물체와 접촉해 감염될 확률은 1만 분의 1 미만"

중국에서 코로나19가 확산하는 가운데 현지 언론은 한국에서 수입한 의류를 감염원 중 하나로 보도했다.

중국 관영 매체인 글로벌타임스는 4일 베이징 차오양구에서 8건의 코로나19 신규 감염 사례가 발생했는데 한국에서 수입한 의류와 관련이 있다고 했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산하 매체인 건강시보도 랴오닝성 다롄시와 장쑤성 창수시 등 3개 지역의 감염자가 한국 의류와 관련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국내 의류 업체들은 중국에서 한국산 제품을 꺼리는 분위기가 형성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에서의 코로나 확산과 한국 수입 의류와의 연관성은 역학조사 등을 지켜봐야 할 상황이지만, 일반적으로 의류에 묻은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감염될 가능성은 어느 정도 될까.

[팩트체크] 한국이 수출한 의류 때문에 중국에서 코로나 감염?
우선 의류에 묻은 코로나바이러스가 얼마나 생존할 수 있는지에 관련된 연구 결과를 살펴봤다.

의학저널 '랜싯'(Lancet)에 2020년 4월 게재된 논문에 따르면 22도(℃) 상온에서 천에 묻은 바이러스가 생존할 수 있는 기간은 2일이 채 되지 않는다.

연구진이 다양한 물체의 표면에서 바이러스가 얼마나 오랫동안 검출되는지를 살펴봤는데 천에 묻은 바이러스는 이틀째에 검출되지 않았다.

목재에 묻은 바이러스도 이틀째에는 소멸한 것으로 나타났다.

표면이 매끈한 물체에서는 더 오래 살아남았다.

유리 및 지폐에서는 4일째에, 스테인리스스틸과 플라스틱에서는 7일째에 각각 검출되지 않았다.

이 논문은 천에 묻은 바이러스가 다른 물체에서보다 빨리 없어진다는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2020년 10월 '바이러스학 저널(Journal of Virology)'에 공개된 연구에서는 바이러스의 생존 기간이 좀 더 길게 나타났다.

자외선의 영향을 차단하기 위해 실험실을 어둡게 하고 온도를 20도로 설정해 진행한 실험에서 면직물에 붙은 바이러스는 7일 동안 생존했다.

유리, 스테인리스 스틸, 비닐 및 종이 노트 등 비다공성 표면에서는 28일 후에도 검출됐다.

실험실 온도를 40도(℃)로 올려 진행한 실험에서는 면직물에 묻은 바이러스는 24시간 뒤부터 검출되지 않았다.

유리, 스테인리스 스틸, 비닐 및 종이 노트 등 비다공성 표면에서는 이틀 뒤부터 사라졌다.

논문은 "이 실험은 자외선의 영향을 없애기 위해 어둠 속에서 수행됐다"며 "코로나바이러스는 햇빛을 받을 경우 빠르게 비활성화된다"고 밝혔다.

[팩트체크] 한국이 수출한 의류 때문에 중국에서 코로나 감염?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의류 등 감염매개물을 통해 코로나19에 감염될 확률은 희박하다고 안내하고 있다.

CDC는 각종 연구를 종합해 검토한 결과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오염된 물체의 표면과 접촉해 감염될 확률은 1만 분의 1 미만이라면서 특히 실외 환경에서는 공기 이동이나 햇빛의 영향으로 물체 표면에 묻은 바이러스를 통해 감염될 가능성이 더 낮아진다고 전했다.

CDC는 "역학 데이터와 연구에 따르면 물체 표면 접촉으로 인한 전염은 코로나19가 확산하는 주요 경로가 아니며 위험은 낮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도 바이러스가 의류에 묻어 잠깐 생존할 수는 있지만 이를 통해 감염될 확률은 낮다고 입을 모은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연구 결과들을 검토해보니 코로나바이러스는 섬유에서 최대 2일까지 생존할 수 있다"며 "의류를 제조하거나 운송하는 과정에서 바이러스가 묻어도 이틀이 지나면 소멸해서 전염성이 없다"고 말했다.

유전자증폭(PCR) 검사에서 코로나바이러스가 검출됐더라도 죽은 바이러스일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의류를 통해 코로나19에 감염되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고 본다"며 "연구 결과는 바이러스가 생존할 수 있는 최장 시간이고 통상적으로는 그런 식으로 전파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