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영상기기 매출 '20조 시대' 눈앞…3대 생활가전 바짝 추격
TV, 모니터, 사이니지 등 LG전자 영상기기 사업의 매출이 올해 사상 처음으로 20조원을 넘길 전망이다. LG전자 대표 제품으로 꼽히는 냉장고·세탁기·에어컨 등 3대 생활가전 매출과 견줄 정도다. ‘가전은 LG’라는 별칭이 붙던 LG전자 주력 제품군에 변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1년 새 매출 31% 증가

6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LG전자가 지난해 전 세계에 판매한 TV, 모니터, 사이니지 등 영상기기 매출은 총 19조7094억원에 달한다. 2020년 매출(15조478억원)보다 31% 증가한 수준이다. LG전자 내부에선 올해 영상기기 매출이 2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고, 최근 생산 대응 계획 등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LG전자 영상기기 매출이 생활가전과 비슷한 수준으로 늘어난 것은 이례적”이라며 “LG전자가 생활가전 의존도를 낮추고 제품군 균형을 갖추는 모양새”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등 LG전자 3대 생활가전 매출은 20조9044억원을 기록했다.

LG전자 영상기기와 생활가전 매출 격차가 1조원 안팎으로 줄어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20년만 해도 LG전자 영상기기 매출은 15조478억원으로, 생활가전 매출(17조1821억원)과 2조원 넘게 차이가 났다.

지난해를 기점으로 LG전자에서 영상기기 사업의 존재감은 생활가전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준이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 LG전자 영상기기와 3대 생활가전 매출을 합치면 40조6138억원이다. 이 회사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두 사업부문이 차지했다.

○프리미엄 TV 판매가 ‘효자’

LG전자 영상기기 사업의 매출 증가 요인은 TV 최상위 제품인 ‘올레드(OLED) TV’ 판매 확대로 꼽혔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LG전자 올레드TV 출하량은 404만8000대다. 2020년(204만7000대)의 두 배 수준이다. 올해 출하량은 500만대를 넘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전체 TV 시장은 수요가 정점을 찍고 감소하는 ‘피크아웃’이 본격화됐지만 프리미엄 TV 시장은 다르다”며 “이왕이면 고품질·고성능 제품을 찾는 흐름이 확산하면서 올레드 TV 수요가 가파르게 늘고 있다”고 했다.

코로나19로 늘어난 재택 수요로 모니터 판매도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LG전자 모니터 공장 평균 가동률은 127.7%를 기록했다. 평균가동률은 연간 생산능력 대비 실제 생산 수량의 비중을 뜻한다. 수요가 늘어나 1년 내내 생산라인이 ‘풀가동’을 지속했다는 얘기다. 생활가전, TV 등 LG전자가 생산하는 모든 제품군을 통틀어 최대 가동률 수준이다.

공공장소, 상업용 공간 등에 주로 광고물이나 안내판 등으로 활용되는 디지털 사이니지의 판매 증가세도 이어졌다. 세계 디지털 사이니지 시장에서 LG전자의 점유율은 2020년 17.1%에서 지난해 21%로 늘었다.

LG전자 관계자는 “올해 올레드TV 등 프리미엄 영상기기 시장이 본격 확대되는 분위기”라며 “중저가 제품보다는 프리미엄 제품군 수요 확대에 적극 대응하며 영상기기 사업을 키울 계획”이라고 말했다. 프리미엄 제품 판매는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고 수익성을 끌어올리는 효과까지 낸다는 전언이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