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오스터가 평생 하고 싶은 일 '낯선 사람에게 말 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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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간 쓴 문학비평·서문·칼럼·연설문 등 엮은 선집
"오직 그것만이 제가 하고 싶었던 일입니다.
"
'뉴욕 3부작'과 '빵 굽는 타자기'로 유명한 미국 베스트셀러 작가 폴 오스터(75)가 2006년 아스투리아스 왕자 문학상 수상 당시 한 연설의 마지막 문장이다.
'그것'은 그가 힘들었던 무명 작가 시절에도 포기하지 않은 글쓰기다.
그는 모든 소설은 낯선 두 사람이 지극히 친밀한 만남을 가질 유일한 장소라면서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고 영원히 아는 사이가 되지 못할 사람들과 평생 대화를 나눠 왔으며, 앞으로도 숨이 멎는 날까지 계속해서 그렇게 살고 싶다"고 강조했다.
'우연의 음악', '달의 궁전', '거대한 괴물' 등의 소설을 통해 세계 독자들과 '친밀한 만남'을 가져온 '이야기꾼' 오스터의 새 책이 나왔다.
1967년부터 50여 년간 써온 다양한 형태의 산문을 엮은 선집 '낯선 사람에게 말 걸기'(열린책들)이다.
오스터의 문학 비평, 서문, 칼럼, 연설문 등 45편을 묶었다.
미국에서 2019년 출간됐으며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봉쇄 상황에서 쓴 산문인 '스타니슬라프의 늑대들'을 열린책들이 추가했다.
책은 문학적 성취 과정에서의 통찰, 다른 작가들의 작품 세계에 대한 고찰, 세상을 바라보는 현실적인 주제들을 카테고리를 구분해 실었다.
첫 장에 담긴 '굶주림의 예술'(1970)에선 크누트 함순의 장편 '굶주림'과 프란츠 카프카의 단편 '단식 광대'를 통해 "굶주림의 예술은 실존의 예술"이라고 논한다.
'조르주 페렉을 위한 엽서들'(2001)에선 프랑스 작가 조르주 페렉에 경외감을 나타내며 "그가 보여주는 세상을 향한 관심, 이야기하고자 하는 욕구, 다정함"이 자신을 매료시킨다고 고백한다.
오스터가 직접 엮거나 번역하거나 특별한 관심을 가진 책들에 실은 '서문들'과 칼럼과 탄원서, 연설문 등 '특별한 계기에 쓴 글'도 만날 수 있다.
이 글들에서 오스터는 이슬람교를 모독하는 소설을 썼다는 이유로 목숨을 위협받는 인도 출신 영국 작가 살만 루슈디를 위해 기도하고, 종이 상자에서 사는 취약계층을 살피지 않는 정부의 새 법률안을 비판한다.
전쟁, 예술적 표현의 자유, 9·11 테러, 뉴욕 지하철의 풍경 등 그의 시선에 포착된 세상 이야기는 폭넓다.
마지막에 수록한 '스타니슬라프의 늑대들'(2020)에선 유대계인 오스터가 할아버지가 살았던 우크라이나 스타니슬라프의 피로 얼룩진 역사를 들여다본다.
오스터가 반세기 남짓 자신의 글을 올림피아 포터블 타자기로 써온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이 타자기를 1974년 대학 시절 친구에게서 장만했다.
에세이 '타자기를 치켜세움'(2000)에선 친구들이 매킨토시와 IBM으로 옮아갈 때도 고물 타자기를 고수한 이유와 화가 샘 메서가 그린 자신의 타자기 그림을 통해 비로소 물체가 아닌 동반자로 인식하게 됐다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열린책들. 488쪽. 1만7천800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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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3부작'과 '빵 굽는 타자기'로 유명한 미국 베스트셀러 작가 폴 오스터(75)가 2006년 아스투리아스 왕자 문학상 수상 당시 한 연설의 마지막 문장이다.
'그것'은 그가 힘들었던 무명 작가 시절에도 포기하지 않은 글쓰기다.
그는 모든 소설은 낯선 두 사람이 지극히 친밀한 만남을 가질 유일한 장소라면서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고 영원히 아는 사이가 되지 못할 사람들과 평생 대화를 나눠 왔으며, 앞으로도 숨이 멎는 날까지 계속해서 그렇게 살고 싶다"고 강조했다.

1967년부터 50여 년간 써온 다양한 형태의 산문을 엮은 선집 '낯선 사람에게 말 걸기'(열린책들)이다.
오스터의 문학 비평, 서문, 칼럼, 연설문 등 45편을 묶었다.
미국에서 2019년 출간됐으며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봉쇄 상황에서 쓴 산문인 '스타니슬라프의 늑대들'을 열린책들이 추가했다.
책은 문학적 성취 과정에서의 통찰, 다른 작가들의 작품 세계에 대한 고찰, 세상을 바라보는 현실적인 주제들을 카테고리를 구분해 실었다.
첫 장에 담긴 '굶주림의 예술'(1970)에선 크누트 함순의 장편 '굶주림'과 프란츠 카프카의 단편 '단식 광대'를 통해 "굶주림의 예술은 실존의 예술"이라고 논한다.
'조르주 페렉을 위한 엽서들'(2001)에선 프랑스 작가 조르주 페렉에 경외감을 나타내며 "그가 보여주는 세상을 향한 관심, 이야기하고자 하는 욕구, 다정함"이 자신을 매료시킨다고 고백한다.
오스터가 직접 엮거나 번역하거나 특별한 관심을 가진 책들에 실은 '서문들'과 칼럼과 탄원서, 연설문 등 '특별한 계기에 쓴 글'도 만날 수 있다.
이 글들에서 오스터는 이슬람교를 모독하는 소설을 썼다는 이유로 목숨을 위협받는 인도 출신 영국 작가 살만 루슈디를 위해 기도하고, 종이 상자에서 사는 취약계층을 살피지 않는 정부의 새 법률안을 비판한다.
전쟁, 예술적 표현의 자유, 9·11 테러, 뉴욕 지하철의 풍경 등 그의 시선에 포착된 세상 이야기는 폭넓다.
마지막에 수록한 '스타니슬라프의 늑대들'(2020)에선 유대계인 오스터가 할아버지가 살았던 우크라이나 스타니슬라프의 피로 얼룩진 역사를 들여다본다.
오스터가 반세기 남짓 자신의 글을 올림피아 포터블 타자기로 써온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이 타자기를 1974년 대학 시절 친구에게서 장만했다.
에세이 '타자기를 치켜세움'(2000)에선 친구들이 매킨토시와 IBM으로 옮아갈 때도 고물 타자기를 고수한 이유와 화가 샘 메서가 그린 자신의 타자기 그림을 통해 비로소 물체가 아닌 동반자로 인식하게 됐다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열린책들. 488쪽. 1만7천800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