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초안 완성 앞두고 여론조사서 처음으로 반대가 찬성 앞질러
칠레 새 헌법 초안에 반대 여론 우세…국민투표 통과 불투명
칠레 제헌의회가 작성 중인 새 헌법 초안의 윤곽이 속속 공개되면서 반대 여론이 점차 커지고 있다.

칠레 여론조사기관 카뎀이 4일(현지시간)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 새 헌법에 반대한다는 응답이 직전 조사 때보다 10%포인트 많은 46%를 기록했다.

찬성한다는 응답은 40%로 6%포인트 줄면서, 처음으로 반대 여론이 찬성을 앞섰다.

또 다른 기관 악티바의 조사에서도 새 헌법 초안에 반대할 것이라는 응답이 35.8%로, 찬성하겠다는 응답(32%)보다 많았다.

지난달 조사에선 찬성이 37.7%, 반대가 31.2%였다.

제헌의회는 오는 7월까지 새 헌법 초안 작성을 완료한 후 연내 국민투표에 부칠 예정인데, 이대로라면 가결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새 헌법 초안이 부결되면 현행 헌법이 계속 효력을 갖는다.

남미 칠레의 새 헌법 제정은 지난 2019년 칠레를 뒤흔든 대규모 시위가 발판이 됐다.

수도 산티아고 지하철 요금 인상으로 불붙은 당시 시위는 교육, 연금, 의료 등 불평등을 야기하는 사회제도 전반에 대한 개혁 요구로 이어졌다.

시위대는 이러한 불평등의 뿌리엔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군부 정권(1973∼1990년) 시절 신자유주의를 기반으로 제정된 현행 헌법이 있다며, 피노체트 헌법 폐기와 새 헌법 제정을 요구했다.

거센 시위가 여러 달 이어지자 칠레 정부는 새 헌법 제정 여부를 국민투표에 부치기로 했고, 2020년 치러진 국민투표에서 80% 가까운 투표자가 새 헌법에 찬성표를 던졌다.

그러나 제헌의회가 가결한 새 헌법 조항들이 하나씩 공개되면서 반대 여론이 점차 힘을 얻는 모양새다.

가령 새 헌법 초안엔 칠레가 '다민족 국가'라는 표현이 담겼는데, 카뎀의 조사에서 응답자의 72%가 '다민족'보다 '다문화'라는 표현을 선호했다.

또 의회 구조 개편과 관련해서도 응답자의 50%가 현행 상·하원 구조를 선호한다고 밝혔다.

새 헌법 국민투표는 변화를 약속하며 지난달 취임한 가브리엘 보리치(36) 대통령에겐 임기 첫 해의 가장 큰 시험대이기도 하다.

이날 카뎀의 조사에서 보리치 대통령의 지지율은 45%로, 직전보다 5%포인트 낮아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