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다리 결박돼 총상 발견…우크라이나 "계획적인 대학살" 주장
러 "연출된 장면" 주장하며 안보리 소집 요구
러시아군이 한 달 넘게 점령했던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키예프) 북서쪽 외곽 소도시 부차에서 집단 학살된 의혹이 짙은 시신이 대규모로 발견되고 있다.

AFP통신은 우크라이나군 부차를 탈환했다고 발표한 2일 자사 기자들이 부차에 직접 들어가 끔찍한 전쟁 피해 상황을 목격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각종 잔해와 끊어진 전선 등으로 혼란스러운 부차 한 거리에서는 민간인 복장을 한 시신들이 곳곳에 흩어져 있었다.

이 매체가 확인한 시신만 최소 22구였으며, 이 가운데 한 시신은 두 손이 등 뒤로 묶인 상태였다.

역 근처에서도 담요에 덮인 채 방치된 시신이 발견됐다.

AFP통신은 거리와 역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된 사람들의 사망 원인을 확인할 수 없었지만 적어도 시신 2구의 머리에 큰 상처가 있는 것을 목격했다고 전했다.

또 시신들의 얼굴 피부 상태가 마치 밀랍처럼 변한 것을 고려할 때 수일 이상 방치된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이와 함께 마을 중심가에 있는 교회 뒤편에서 민간인 복장을 한 시신 57구가 묻힌 곳도 발견됐다고 AFP 통신은 전했다.

그러나 약 10구 정도는 제대로 매장되지 않아 땅위에 드러나 눈에 보일 정도였고, 일부는 검은 시신 포대로 싸여 있었다.

AFP통신은 시간이 지날수록 민간인 사망자 수는 계속해서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나톨리 페도루크 부차 시장은 이날 집단 매장된 사람이 280명이라고 밝혔다.

세르히 니키포로프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대변인은 BBC방송에 "우리는 집단 매장지를 발견했다"며 "시신들의 손과 다리는 묶여있고 머리 뒤편에는 총알구멍도 발견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부차에서 민간인 얼마나 러시아군에 살해됐는지는 아직 정확히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해 비탈리 클리취코 우크라이나 키이우 시장은 "우리는 300명 이상의 민간인이 숨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며 "이것은 전쟁이 아니라 대량학살(제노사이드), 우크라이나 인구에 대한 대량학살이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당국도 부차를 비롯해 수복한 키이우 인근 지역에서 민간인 시신 410구를 수습했다고 밝혔다.

이리나 베네딕토바 검찰총장은 페이스북에서 "이 지옥을 만든 짐승 같은 자들이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이는 기록돼야만 한다"면서 이같이 알렸다고 dpa 통신이 보도했다.
2월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후 인구 3만7천명 가량의 소도시 부차를 비롯해 인근 이르핀 등 키이우 외곽 도시에서는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다.

전쟁 발발 3일차인 26일 부차는 러시아군에 점령됐고 이후 한달 이상 접근이 불가능했다.

그러나 침공 후 다수 전장에서 예상치 못한 저항에 부딪힌 러시아군은 수일 전부터 키이우 인근 지역에서 병력을 철수했고, 우크라이나군은 퇴각하는 러시아군을 쫓아가며 이들을 북쪽 국경까지 밀어냈다.

우크라이나군은 또 지난 2일 부차를 포함해 주변 지역을 탈환했다고 발표했다.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는 집단 학살 의혹에 대해 러시아 국방부는 "우크라이나 정부가 부차에서의 러시아군 범죄를 입증하려고 공개한 모든 사진과 영상은 또 다른 도발"이라며 "공개된 영상은 서방 언론을 위해 우크라이나 정부가 연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러시아 정부는 이 의혹을 해소한다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소집을 요구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