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4·3 유가족들에게 '90도 인사'…국민통합 메시지 재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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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3일 오전 제주 4·3 희생자 추념식에 참석했다. 윤 당선인은 추념사 낭독 후 장내에 유족들을 향해 '90도'로 허리 숙여 인사를 하기도 했다. 대통령 당선인이 4·3 추념식에 참석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대선 주기가 바뀌면서 당선이 신분으로 4·3 추념식을 처음 맞게 됐기 때문이다.
보수정당 출신 대통령으로 4·3 추념식에서 희생자의 넋을 기린 것도 윤 당선인이 처음이다. 후보 시절부터 강조해온 여야와 진보·보수 진영을 가리지 않는 국민통합의 메시지를 다시 한번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간의 보수정치인에 대한 고정관념과 틀을 깬 행보로도 풀이된다.
윤 당선인은 이날 오전 검은색 양복에 검은색 넥타이를 맨 채 김부겸 국무총리 등과 함께 추념식 행사장에 등장했다. 가슴에는 동백꽃 배지를 달았다. 동백꽃은 4·3의 영혼들이 붉은 동백꽃처럼 차가운 땅으로 소리 없이 스러져갔다는 의미를 가져 4·3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다소 굳은 표정으로 윤 당선인은 행사장 맨 앞줄에 착석했다. 눈을 잠시 질끈 감았다가 뜬 그는 헌화와 분향을 한 뒤 두 차례의 묵례로 분향을 끝냈다. 장내에서 애국가를 4절까지 제창하는 동안 윤 당선인도 따라 불러 입 주변 마스크가 들썩였다.
윤 당선인은 추념사에서 4·3 희생자 유가족들의 명예 회복을 위한 노력을 약속하면서 "4·3 아픔을 치유하고 상흔을 돌보는 것은 4·3을 기억하는 바로 우리의 책임"이라며 "화해와 상생, 그리고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대한민국의 몫"이라고 말했다. '화해와 상생', '미래'라는 키워드를 통해 더이상 이념과 진영에 매몰된 갈등과 분열보다는 국민통합으로 나아가자는 메시지를 발신한 것이다.
이날 윤 당선인의 4·3 추념식 참석은 선거 기간 한 약속을 지킨 것이기도 하다. 앞서 윤 당선인은 후보 시절인 2월 5일 제주 4·3평화공원을 찾아 참배한 뒤 "얼마나 해드린다고 해도 충분치 않겠지만, 제가 차기 정부를 맡게 되면 (희생자 유족들에게) 합당하게 보상이 이뤄지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다음은 4.3희생자 추념사 전문.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제주 4.3 생존 희생자와 유가족 여러분, 그리고 제주도민 여러분
우리는 4.3의 아픈 역사와 한 분, 한 분의 무고한 희생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억울하단 말 한마디 하지 못하고 소중한 이들을 잃은 통한을 그리움으로 견뎌온 제주도민과 제주의 역사 앞에 숙연해집니다.
희생자들의 영전에 깊은 애도의 마음을 전합니다.
고통의 세월을 함께하며 평화의 섬 제주를 일궈낸 유가족들께도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4.3의 아픔을 치유하고 상흔을 돌보는 것은 4.3을 기억하는 바로 우리의 책임이며, 화해와 상생, 그리고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대한민국의 몫입니다.
4.3 희생자들과 유가족들의 온전한 명예 회복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생존 희생자들의 아픔과 힘든 시간을 이겨내 온 유가족들의 삶과 아픔도 국가가 책임 있게 어루만질 것입니다.
여러분,
무고한 희생자들을 국민과 함께 따뜻하게 보듬고 아픔을 나누는 일은 자유와 인권이라는 보편적 가치를 지향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당연한 의무입니다.
과거의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는 74년이 지난 오늘 이 자리에서도 이어지고, 앞으로도 계속될 것입니다.
과거는 우리가 바꿀 수 없지만, 미래는 우리가 함께 만들어 갈 수 있다는 믿음이 비극에서 평화로 나아간 4.3 역사의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곳 제주 4.3 평화공원이 담고 있는 평화와 인권의 가치가 널리 퍼져나가 세계와 만날 수 있도록 새 정부에서도 노력하겠습니다.
제주도민 여러분,
지난 2월, 제가 이 곳을 찾았을 때 눈보라가 쳤습니다. 오늘 보니 제주 곳곳에 붉은 동백꽃이 만개했습니다.
완연한 봄이 온 것입니다.
여러분 한 분, 한 분의 가슴에도 따뜻한 봄이 피어나도록 더 노력하겠습니다.
무고한 희생자의 넋을 국민과 함께 따뜻하게 보듬겠다는 약속, 잊지 않겠습니다.
다시 한 번, 희생자들의 안식을 기원하며, 유가족들에게도 깊은 위로의 마음을 전합니다.
감사합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보수정당 출신 대통령으로 4·3 추념식에서 희생자의 넋을 기린 것도 윤 당선인이 처음이다. 후보 시절부터 강조해온 여야와 진보·보수 진영을 가리지 않는 국민통합의 메시지를 다시 한번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간의 보수정치인에 대한 고정관념과 틀을 깬 행보로도 풀이된다.
윤 당선인은 이날 오전 검은색 양복에 검은색 넥타이를 맨 채 김부겸 국무총리 등과 함께 추념식 행사장에 등장했다. 가슴에는 동백꽃 배지를 달았다. 동백꽃은 4·3의 영혼들이 붉은 동백꽃처럼 차가운 땅으로 소리 없이 스러져갔다는 의미를 가져 4·3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다소 굳은 표정으로 윤 당선인은 행사장 맨 앞줄에 착석했다. 눈을 잠시 질끈 감았다가 뜬 그는 헌화와 분향을 한 뒤 두 차례의 묵례로 분향을 끝냈다. 장내에서 애국가를 4절까지 제창하는 동안 윤 당선인도 따라 불러 입 주변 마스크가 들썩였다.
윤 당선인은 추념사에서 4·3 희생자 유가족들의 명예 회복을 위한 노력을 약속하면서 "4·3 아픔을 치유하고 상흔을 돌보는 것은 4·3을 기억하는 바로 우리의 책임"이라며 "화해와 상생, 그리고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대한민국의 몫"이라고 말했다. '화해와 상생', '미래'라는 키워드를 통해 더이상 이념과 진영에 매몰된 갈등과 분열보다는 국민통합으로 나아가자는 메시지를 발신한 것이다.
이날 윤 당선인의 4·3 추념식 참석은 선거 기간 한 약속을 지킨 것이기도 하다. 앞서 윤 당선인은 후보 시절인 2월 5일 제주 4·3평화공원을 찾아 참배한 뒤 "얼마나 해드린다고 해도 충분치 않겠지만, 제가 차기 정부를 맡게 되면 (희생자 유족들에게) 합당하게 보상이 이뤄지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다음은 4.3희생자 추념사 전문.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제주 4.3 생존 희생자와 유가족 여러분, 그리고 제주도민 여러분
우리는 4.3의 아픈 역사와 한 분, 한 분의 무고한 희생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억울하단 말 한마디 하지 못하고 소중한 이들을 잃은 통한을 그리움으로 견뎌온 제주도민과 제주의 역사 앞에 숙연해집니다.
희생자들의 영전에 깊은 애도의 마음을 전합니다.
고통의 세월을 함께하며 평화의 섬 제주를 일궈낸 유가족들께도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4.3의 아픔을 치유하고 상흔을 돌보는 것은 4.3을 기억하는 바로 우리의 책임이며, 화해와 상생, 그리고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대한민국의 몫입니다.
4.3 희생자들과 유가족들의 온전한 명예 회복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생존 희생자들의 아픔과 힘든 시간을 이겨내 온 유가족들의 삶과 아픔도 국가가 책임 있게 어루만질 것입니다.
여러분,
무고한 희생자들을 국민과 함께 따뜻하게 보듬고 아픔을 나누는 일은 자유와 인권이라는 보편적 가치를 지향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당연한 의무입니다.
과거의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는 74년이 지난 오늘 이 자리에서도 이어지고, 앞으로도 계속될 것입니다.
과거는 우리가 바꿀 수 없지만, 미래는 우리가 함께 만들어 갈 수 있다는 믿음이 비극에서 평화로 나아간 4.3 역사의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곳 제주 4.3 평화공원이 담고 있는 평화와 인권의 가치가 널리 퍼져나가 세계와 만날 수 있도록 새 정부에서도 노력하겠습니다.
제주도민 여러분,
지난 2월, 제가 이 곳을 찾았을 때 눈보라가 쳤습니다. 오늘 보니 제주 곳곳에 붉은 동백꽃이 만개했습니다.
완연한 봄이 온 것입니다.
여러분 한 분, 한 분의 가슴에도 따뜻한 봄이 피어나도록 더 노력하겠습니다.
무고한 희생자의 넋을 국민과 함께 따뜻하게 보듬겠다는 약속, 잊지 않겠습니다.
다시 한 번, 희생자들의 안식을 기원하며, 유가족들에게도 깊은 위로의 마음을 전합니다.
감사합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