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다시 불거진 'BTS 병역특례' 논란
국민의 3대 의무 중 가장 민감한 게 국방의 의무다. 이를 어기거나, 어겼다는 의혹만 나와도 정상적 사회생활이 힘든 게 한국이다. 과거 이회창 씨는 아들 병역 특혜 의혹으로 다 이긴 대통령 선거에서 미끄러졌고, 가수 싸이는 군대 생활을 불성실하게 했다는 논란이 일자 다시 군에 입대했다. 병역 기피 목적으로 미국 국적을 취득했다가 20년째 입국을 거부당하는 사람도 있다.

합법적으로 병역의무를 면제 또는 대체하는 제도가 ‘병역특례제도’다. 전문연구요원(석·박사 인력), 산업기능요원(이공계 인재), 승선예비역(항해·기관사), 예술·체육요원 등이 대상이다. 2022년 기준으로 7500명 정도가 특혜를 받고 있다. 심각한 저출산으로 병역 자원은 줄어드는데 특혜 시비가 끊이지 않아 올해부터 5년간 대상 인원을 1300명 줄여나간다는 계획이다.

이 중 예술·체육요원 제도가 다시 논란이다.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 지난 주말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소속사 하이브를 방문했다. 안 위원장은 이전부터 BTS 병역특례를 주장해왔다. 그가 당일 현장에서 직접 거론하진 않았지만, 찬반 논란이 시작된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논란의 핵심은 형평성과 시급성이다. 현행 병역법(제3조의 7)은 국위 선양과 문화 창달에 기여한 순수 예술인과 체육인들만 특례 대상으로 삼고 있다. 올림픽·아시안게임 입상 성적이나 국제예술경연대회(2위 이상) 성적 등을 기준으로 한다. 한 해 45명 정도가 대상이 된다. 축구선수 손흥민이 대한축구협회 축구 강연 등으로 대체복무 중이다.

한국 가수로는 처음으로 빌보드, 아메리칸뮤직어워드(AMA) 등을 휩쓸며 ‘한류 열풍’을 이끄는 BTS는 왜 안 되느냐는 게 형평성 주장의 핵심이다. 반론도 만만찮다. 특례를 줄이는 추세에 역행하고, 우선 BTS 멤버들 자체가 특혜를 원치 않는다고 주장한다. 여야에서 BTS 같은 대중예술인도 특례 대상에 포함하는 법 개정안을 3개나 냈지만, 찬반 의견이 팽팽하다.

어쨌거나 결정의 시간은 다가오고 있다. 그룹 멤버 7명의 나이가 24세(정국)에서 29세(진, 슈가)로 꽉 찼다. 이 중 1992년 12월생인 진은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올 연말에 입대해야 한다. 병역특례제도가 만들어진 게 1973년이다. 반백년도 다 된 제도다. 시대 흐름에 맞게 제도를 손볼 때가 됐다.

박수진 논설위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