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총리 후보자 지명으로 본 尹당선인 용인술…"얘기 되면 갖다 쓴다"
'기계적 균형' 보다 '경륜·안정·검증'…"1기 내각, 실력을 검증된 사람들 위주"
'깜짝쇼는 없었다'…정파 안 가리고 실력·능력 우선 '실용주의'
한덕수 전 국무총리를 새 정부의 초대총리로 지명한 윤석열 당선인의 인사 키워드는 한마디로 '정파 무관', '실력과 전문성', '경험과 경륜'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초대 총리 인선은 향후 1기 내각의 모습을 보여줄 가늠자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특히 관심이 쏠린다.

국무총리는 내각을 통할하는 자리라는 점에서다.

윤 당선인은 이날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사무실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한덕수 총리 후보자를 지명하면서 "정파와 무관하게 오로지 실력과 전문성을 인정받았다"며 "민관을 아우르는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내각을 총괄하고 조정하면서 국정과제를 수행해나갈 적임자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깜짝쇼'와 같은 파격보다는 검증된 이력과 경험이 풍부한 한 후보자의 이력을 높이 샀다는 뜻이다.

어느 편 인사든 가리지 않고 실력과 능력을 최우선으로 발탁하겠다는 실용주의적 면모도 깔렸다.

한 관계자는 "어느 쪽 출신이든 가리지 않고 얘기가 되면 갖다 쓰는 게 윤 당선인의 용인술"이라고 전했다.

2012년 주미대사를 끝으로 약 10년간 공직에서 비켜 서 있었지만 다시 새정부의 초대 총리 후보자로 화려하게 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능력과 경험, 안정감을 중시하는 윤 당선인의 인사 스타일이 반영된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로 윤 당선인은 평소 주변 참모들에게 인사에 관한 한 '깜짝쇼는 없다'고 말해왔다고 한다.

단지 신선한 인물이라 해서, 과거 이력과 실력이 입증되지 않은 채 요직에 앉히지 않겠다는 것이다.

'깜짝쇼는 없었다'…정파 안 가리고 실력·능력 우선 '실용주의'
같은 맥락에서 1기 내각 인선의 키워드도 파격보다는 안정감과 검증된 실력에 방점이 찍힐 것으로 보인다.

파격적인 '0선 출신' 대통령을 내각이 안정감 있게 뒷받침하는 그림이 유력하다는 것이다.

인수위 안팎에선 1기 내각에선 정치인 출신 장관을 최소화할 것이란 말도 나온다.

내각 인선 하마평에 과거 정부 관료 출신들이 자주 거명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특히 윤 당선인은 청와대를 나와 대통령실의 규모와 권한을 대폭 줄이고 국정운영에서 내각에 힘을 싣겠다고 공언했다.

실제로 총리를 비롯해 국무위원 인선 과정에서 철저하게 성과로 증명된 인물들을 '엄선'하라는 것이 인사 시 윤 당선인의 주문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장관이 이미 현안에 익숙한 직업 공무원들을 장악하고, 국정과제를 뚝심 있게 밀고 나가려면 공무원들 이상의 경험과 경륜이 있어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윤 당선인 측 핵심 관계자는 이날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지금은 그렇게 한가하게 국정을 운영할 수 있는 시기가 아니다"라며 "국민이 선거를 통해 윤석열이라는 파격적인 인사권을 쓴 뒤엔 경륜 있고 안정되고 검증된 사람이 필요하다.

1기 내각은 실력으로 검증된 사람들로 채우는 게 맞는다고 본다"고 말했다.

'깜짝쇼는 없었다'…정파 안 가리고 실력·능력 우선 '실용주의'
'보여주기식 깜짝 인사는 없다'는 인사 스타일은 곧 전체 그림에서 기계적 균형을 취하지 않겠다는 뜻과도 맞닿아 있다.

실력이 있다면 진영을 가리지 않고 기용한다는 원칙으로, 연령·성별·학벌·출신 지역 등을 '할당제'로 삼아 주요 인사 기준으로 삼지 않겠다는 것이다.

윤 당선인은 인수위 인사 과정에서도 '최고의 경륜과 실력'을 최우선 원칙으로 천명하면서 "자리 나눠먹기식으로는 국민통합이 안 된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이런 '실력 우선주의' 원칙이 결과적으로 조직의 다양성을 현저히 떨어뜨리는 방향으로 작용할 위험이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다층적인 국민의 삶을 포용하는 국정 운영을 위해선 내각 인사에서는 '5060 남성·서울대' 일색이라는 일각의 비판이 적지 않았던 인수위 인사보다는 다양성에 무게를 더 둬야 한다는 지적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