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녀회일 앞장서며 설날에는 떡국을, 겨울엔 김장 김치 이웃과 나눠
"남 도우면서 내가 힘 얻어…더 많은 이웃과 함께 봉사하고 싶다"
[#나눔동행] 동네 이웃 향한 온정…강영이 전주 새마을부녀회장
뭉툭하게 자른 손톱, 주름이 깊게 팬 손가락, 웃을 때마다 반달 모양이 되는 눈.
전북 전주시 덕진구 금암동에서 만난 강영이(72) 전주시 새마을부녀회장이 환하게 웃으며 올해 봉사활동 경험을 늘어놓았다.

적지 않은 나이지만 강 씨의 하루는 그 누구보다 바쁘다.

전주시새마을부녀회 봉사 활동이 대부분 그녀의 손길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시내 30여개 동(洞)마다 조직된 새마을부녀회는 계절이 바뀔 때마다 경로당 등을 찾아다니며 도시락을 배달한다.

회원들이 함께 모여 설날에는 떡국을, 여름에는 삼계탕을, 추석에는 송편을, 겨울에는 김장 김치를 만들어 이웃들에게 나눠준다.

지난 정월대보름에는 찰밥 도시락 300개를 만들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고생하는 선별진료소 의료진들에게 전달했다.

비용은 대부분 회비로 충당하지만 부족할 때가 많다.

그때마다 강 씨는 가장 먼저 자신의 주머니를 턴다.

그래야 더 많은 회원의 참여를 이끌 수 있기 때문이다.

주변 상인에게 기부를 요청하기도 한다.

매년 여름마다 삼계탕을 끓일 수 있는 것도 닭 300마리를 꾸준히 기부하는 한 마트 사장님 덕분이다.

강 씨는 "봉사활동을 한다고 소문을 내면 방법을 몰라 머뭇거렸던 이웃들이 슬그머니 힘을 보탠다"며 "그 덕분에 오래간 봉사활동을 할 수 있었다"고 웃었다.

강 씨 역시 주변의 권유로 봉사활동을 처음 시작했다.

세 아들이 모두 무탈하게 자라자 새로운 일에 도전해보고 싶었고, 지인이 금암동새마을부녀회 활동을 추천하면서 2009년부터 함께하고 있다.

[#나눔동행] 동네 이웃 향한 온정…강영이 전주 새마을부녀회장
강 씨가 봉사활동에서 가장 중점을 두는 건 '우리 동네, 우리 이웃'이다.

국가가 돌봄 영역을 강화해나가도 세세한 손길이 필요한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현재 코로나19 때문에 잠시 문을 닫았지만, 그전까지 매일 경로당을 들른 이유도 이 때문이었다.

강 씨는 "경로당에서 전구를 교체해야 하거나, 예산 처리를 위해 영수증 정리를 해야 할 때가 있다"며 "이런 건 직접 경로당에 가지 않으면 알 수 없기 때문에 매일 들러 도움이 필요한 건 없는지 살핀다"고 말했다.

강 씨의 아들이 운영 중인 카센터가 오래간 '착한 가게' 현판을 부착하고 있는 이유도 비슷하다.

착한 가게 현판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매월 3만원 이상 정기기부하는 자영업자에게 주어진다.

강 씨네 가족은 10년 넘게 매달 꾸준히 기부하고 있다.

그는 "큰 금액은 아니지만, 우리 주변의 소외된 이웃들에 조금이나마 힘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기부를 하고 있다"며 웃었다.

이렇게 활발하게 움직이기에 전주시자원봉사센터도 도움이 필요할 때면 언제나 그에게 먼저 연락한다.

강 씨는 이번 달 28일부터 열릴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도 새마을부녀회 회원들과 함께 길 안내 등 봉사활동을 할 예정이다.

[#나눔동행] 동네 이웃 향한 온정…강영이 전주 새마을부녀회장
강 씨는 전주시새마을부녀회장 임기가 끝나는 내년까지 더 많은 봉사활동을 하고 싶다.

그는 "봉사활동이 남을 위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며 "하지만 오히려 힘이 나는 사람은 나 자신이다.

나를 위해 봉사활동을 한다"고 웃었다.

그러면서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계속 누군가를 돕고 그 속에서 웃음을 찾고 싶다"며 "우리 동네에서도 더 많은 이웃이 모여 함께 봉사활동을 했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