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유럽, 인플레 함께 대처해야 한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 정상들은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맞서 군사 동맹을 강화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동맹을 이어가기 위한 다음 단계는 각국 재무장관과 중앙은행장이 함께 모여 글로벌 경제 문제를 다루는 회담이어야 할 것이다. 그들은 인플레이션 문제부터 논의해야 한다.

두 가지를 주목할 만하다. 첫째, NATO는 군사 동맹이지만 그 회원국들은 사실 세계 최대 무역 블록이라고 할 수 있다. 유럽연합(EU)은 27개 회원국과 여러 이웃 국가를 아우르며 자유무역을 하고 있다. 또 미국은 EU의 가장 중요한 대외 무역 상대국이다. 미국과 캐나다를 연결하는 특별한 무역 관계뿐만 아니라 영국과 터키 경제까지 포함한다. 이들 국가와 일본 호주 등 비(非)NATO 파트너 간 관계도 주목해야 한다.

둘째, 이들 국가의 상당수는 인플레이션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 미국에선 지난 12개월 동안 물가가 7.9% 상승했다. 영국인들은 비슷한 인플레이션이 올봄 밀려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평균 물가 상승률은 5.9%에 이른다.

인플레이션은 보통 국내 문제로 이해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 독일 연립 여당의 균열 등이 목격되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Fed), 영국 중앙은행(BOE), 유럽중앙은행(ECB) 등은 각자의 길을 걸어가고 있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은 종종 자국 안에서 해결할 수 있다고 여겨진다.

하지만 세계적인 차원에서 이해해야 한다. 서방이 마지막으로 오늘날과 같은 규모의 인플레이션을 경험한 것은 1970년대다. 당시 그 문제는 ‘국지적’으로 머무르지 않았다. 이번에는 다를 것이라고 생각할 이유가 없다.

1960년대 미국의 만성적인 적자에 달러화를 축으로 한 ‘브레턴우즈 체제’는 구조적 모순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1971년 브레턴우즈 체제가 붕괴하면서 미국과 동맹국들은 무역과 투자를 중재하기 위한 새로운 협정을 찾거나 그것 없이 사는 법을 배워야만 했다.

혼란이 뒤따랐다. 무역 정책도 흔들렸다. 일부 정치인은 자유무역이 물가 압력을 완화할 수 있다고 직감했지만 이는 극심한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에게는 고통을 줬다. 도쿄라운드로 불리는 세계 무역 협상은 6년간 지속됐다. 이후 1985년과 1987년에 ‘플라자 합의’와 ‘루브르 협약’이 이뤄지며 마침내 인플레이션을 치유하기 위한 환율 공조가 시작됐다.

투자는 일자리 창출, 경제 성장, 전략적 파트너십의 원동력이다.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협력의 정신이 지금은 부족한 듯하다. 대신 설명하기 어려운 달러 가치 절상이 나타나며 글로벌 환율을 뒤흔들고 있다.

세계 경제는 1970년대와 많이 다르다. 하지만 오늘날 문제가 더욱 심각할 수 있다. 무역은 폭발적으로 증가해 한 나라의 통화 불안이 전 세계로 확산할 수 있다. 투자 역시 마찬가지다. 주요 중앙은행들이 자산시장의 지배적 참여자가 됐고, 정부 부채는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역사적 경험에 비춰볼 때 극적인 변화가 없다면 서구 동맹국 간 경제 관계가 틀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해도 무방하다. 하지만 무엇이 어떻게 될지 추측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NATO와 같은 서방 안보 동맹의 신뢰성을 시험해 왔다. NATO는 적어도 유럽에서는 도전에 대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서방에 대한 다음 신뢰도 시험은 경제적 어려움이 더해지는 형태로 올 수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각국이 뒤늦게 국방력을 강화하는 것과 비슷하게 대응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 글은 영어로 작성된 WSJ 칼럼 ‘Can the West Unite Against Rising Inflation Too?’를 한국경제신문이 번역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