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가위 감독의 대표작 ‘중경삼림’(1994년)의 마지막 대사다. 이별 후 1년 만에 만난 여자(왕페이)가 던진 “어디로 가고 싶으냐”는 질문에 남자(양조위)가 내놓은 답이다. 사랑하는 이와 함께할 여정에 대한 설렘을 함축한 명대사로 꼽힌다. 양조위처럼 ‘아무 곳이나’ 떠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책 세권이 나왔다.

홍콩 영화를 잘 몰라도 된다. 저자는 홍콩 명소를 대중교통을 활용해 찾아가는 법을 알려주고 여행 동선도 추천해준다. 영화촬영지가 표시된 ‘MTR지하철 영화 지도’와 ‘지도 앱과 연동되는 QR코드’ 등을 넣어 길잡이 역할을 한다. 저자는 “홍콩은 그 자체로 영화 같은 곳”이라고 했다.

기존 여행 서적이 좀처럼 다루지 않는 뉴욕의 뒷이야기도 담았다. 뉴욕 공립도서관에서 금속활자의 역사를 짚는 식이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을 배출한 컬럼비아대를 소개하면서 ‘퓰리처상’의 주인공인 조지프 퓰리처의 일대기를 설명한다.
저자는 한국과 얽힌 뉴욕의 명소도 소개한다. 이승만 전 대통령이 1942년 만찬회를 열어 독립을 호소하던 ‘월도프 아스토리아호텔’을 안내한다. 당시 호텔에 내건 태극기는 국가등록문화재로 지정됐다. 타임스스퀘어를 설명할 때는 한국전쟁 영웅 맥아더 장군의 “노병은 죽지 않고 사라진다”는 연설 전문을 덧붙인다.

저자는 쉽사리 찾아가기 어려운 오지로 향했다. 남미 아마존 정글을 탐험하고 아프리카에서 오지 마을에 들어가 교육봉사를 했다. 이집트에 머물 때 터진 ‘아랍의 봄’으로 위험한 상황에 처하기도 했다. 쉽지 않았던 여정 덕분에 인생의 의미를 조금이나마 깨우칠 수 있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우분투(우리가 있기에 내가 있다)’ 정신을 몸소 체험하며 타인에게 손 내미는 법을 배웠다”며 “여행을 떠나지 않았다면 결코 몰랐을 삶의 태도”라고 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