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피해자들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사건 10건 중 9건은 유죄로 인정된 것으로 파악됐다.
1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는 전날 제137차 전원위원회에서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세월호참사 피해자에 대한 명예훼손과 혐오표현' 직권조사 사건을 논의하고 수정 의결하기로 했다.
이번 조사는 세월호 참사 이후 명예훼손과 혐오 표현이 피해자의 고통을 가중하고 기본적 권리 행사와 사회공동체의 수습 및 회복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 추이를 확인하고 유사한 피해를 막자는 취지에서 이뤄졌다.
사참위는 중앙행정기관·기초자치단체·언론 기사 등의 기록을 조사하고, 대인 조사와 용역조사를 통해 조사를 진행했다.
조사에 따르면 선고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세월호 참사 피해자 명예훼손 등 사건 46건 중 29건(63%)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징역형은 11건이었고, 이 중 9건은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이 밖에 선고유예 1건, 무죄 2건, 공소기각 3건이었다.
무죄와 공소기각을 합친 5건을 제외한 41건, 즉 전체의 89.1%에 해당하는 재판에서는 유죄 판단이 내려진 셈이다.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고 모욕하는 발언을 하거나 글을 게재해 입건된 194명 중 10대는 44명(22.7%), 20대는 65명(33.5%)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30대(30명)와 40대(28명)까지 포함하면 전체 피의자의 86.1%에 달했다.
사참위는 "온라인 공간을 주로 소통창구로 이용하고 그 이용자 대부분 청장년층이라는 점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성별에 따라 분류하면 남성은 180명으로, 전체의 92.8%를 차지했고 여성은 12명(6.2%)이었다.
전체 193건 중 유가족을 상대로 한 명예훼손 사건은 147건(76.2%), 희생자는 44건(22.8%), 생존자 2건(1.0%)였다.
명예훼손과 모욕 내용은 주로 희생자와 피해자를 조롱·비난하거나, 보상금이나 대입특례 문제를 들어 피해자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형성하는 경우도 있었다.
또 세월호 참사를 '교통사고', '지겹다', '세금도둑' 등으로 표현하며 참사를 부인하거나 축소하려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정치인이나 정치평론가 등 사회적 영향력이 큰 인물이 이런 혐오 표현과 명예를 훼손하는 발언을 하면, 언론을 통해 기사화되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확산하는 방식으로 피해가 퍼졌다고 사참위는 지적했다.
예컨대, 차명진 전 의원은 세월호 유가족에게 모욕성 글을 썼다가 법원이 세월호 유가족 1명당 100명씩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손해배상을 명령하기도 했다.
차 전 의원은 세월호 참사 5주기를 앞둔 2019년 4월 15일 본인의 SNS에 '세월호 유가족들. 자식의 죽음에 대한 세간의 동병상련을 회 처먹고, 찜 쪄먹고, 그것도 모자라 뼈까지 발라 먹고 진짜 징하게 해 처먹는다'라고 썼다.
사참위는 재난 피해자에 대한 명예훼손과 혐오표현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방안으로 ▲ 재난 피해자의 권리 및 보호 관련 교육의 의무화와 홍보 강화 ▲ 모욕죄 형량 강화 및 정보통신망법상 모욕죄 신설을 통한 가중 처벌 등 법적 강화 방안 마련 ▲ 재난 보도 시 언론의 자정능력 강화 ▲ 배·보상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과 정보 공개 개선 등을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