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히어로 무비 주인공처럼 묘사…체제 선전 의도
"새 시대 사상전 창조하라"…북한, 미디어 혁신 추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선전부문 간부들에게 서한을 보내 새 시대의 사상전을 창조하라고 지시했다.

29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전날 노동당 제1차 선전부문 일꾼 강습회 참가자들에 보낸 서한 '형식주의를 타파하고 당사상 사업을 근본적으로 혁신할 데 대하여'에서 영화, 방송, 신문 부문별로 선전선동의 혁신을 이루라고 주문했다.

김 위원장은 영화에 대해 "감화력과 파급력이 제일 큰 사상교양 수단"이라고 평가하며 "그를 불씨로 문화예술 전반에서 변혁과 부흥의 새 시대의 요구에 맞는 명작들을 많이 창작하여 온 나라를 혁명열, 투쟁열로 들끓게 하라"고 당부했다.

방송 부문을 향해서는 "최근에 특색 있고 생신하며 커다란 여운을 남기는 편집물들을 연이어 내놓아 인민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며 "이룩한 성과를 소중히 키우면서 우리 방송의 위력을 더욱 높여가자"고 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을 비롯한 출판물 담당자들에게는 "사상 혁명의 선도자답게 전당과 온 사회의 사상적 일색화에 이바지하는 글들을 꽝꽝 내보내면서 형식을 계속 혁신해나가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러한 지시는 미디어 부문을 혁신해 선전선동을 강화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은 "참신하면서도 통속적이고 인식교양적 효과가 커야 한다"고 언급했는데, 이전의 선전선동이 새 시대에 부합하지 않아 만족스럽지 못했음을 시사했다.

실제로 북한은 최근 보도에서 확 달라진 화려한 영상편집 기술을 사용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 25일 조선중앙TV를 통해 '화성-17형'이라고 주장하는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소식을 전하면서 김 위원장을 히어로 영화의 주인공처럼 묘사한 것이다.

당 선전선동부가 운영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북한 유튜브 계정에는 영어를 사용했거나 시트콤처럼 보는 재미를 가미한 영상물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북한이 영화, 방송, 신문의 혁신을 꾀하는 건 미디어의 대중 파급효과 때문으로 해석된다.

김 위원장은 집권 이후 줄곧 스포츠를 통해 체제 결속을 꾀하고 미디어 부문 투자는 소홀한 편이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등으로 체육 활동을 장려할 수 없게 되면서 미디어를 통한 선전선동에 집중하는 양상을 보였다.

아울러 북한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가 알음알음 해외 문화에 노출돼 사상 이완 조짐을 보인다는 점에서 실효성 있게 내부 결속을 꾀할 필요성도 커졌다.

이런 맥락에서 북한은 근래 선전선동부 외에 노동당 내 전문부서로 '문화예술부'를 신설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당 내 전문부서로 문화예술부가 신설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