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촉구하는 장애인 단체의 출근길 시위를 비판한 것을 두고 당내에서 “발언을 자제해야 한다”는 우려가 나왔다. 내홍으로 불거지는 모양새다.

이 대표는 28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지하철 시위에 대해 “선량한 시민들의 불편을 야기해 뜻을 관철하겠다는 시위 방식은 문명사회에서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이해할 수 없는 시위를 중단하라”고 했다. 전장연은 지난해 말부터 장애인의 이동권 예산 확보와 ‘장애인 권리 4법’의 국회 논의를 요구하면서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운동을 진행 중이다. 이 대표는 지난 25일부터 이날까지 나흘간 10번이나 이 운동과 관련된 글을 페이스북에 올리면서 전장연을 비판하고 있다.

일부 최고위원은 이날 회의에서 이 대표의 장애인 시위 비판에 대해 우려를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다. 정미경 최고위원은 “왜 하필 장애인단체를 상대로 하냐”고 했고, 조수진 최고위원도 “국민의힘이 ‘약자와의 동행’을 전면에 내걸고 있지 않냐”며 관련 발언을 자제하라는 취지로 말했다. 반면 이 대표는 “대통령 집무실 이전 이슈보다 더 타격인 것이 없다”고 항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과 인수위 관계자들은 29일 전장연의 광화문역 출근길 시위 현장을 찾아 관계자들을 면담할 예정이다. 인수위 사회복지문화분과 간사인 임이자 의원은 기자회견을 하고 “(시위가 열리는) 지하철역을 찾으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관련 예산을 반영해 권리를 찾아 달라고 하는 건 당연한 권리로, 요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민주당은 이 대표의 잇따른 발언을 ‘시민 갈라치기’로 규정했다. 전용기 민주당 의원은 “성별 혐오 조장도 모자라 지방선거를 앞두고 또 다른 ‘혐오 타깃’을 설정한 거냐”며 “시민 사이 갈등을 조정하기는커녕 대놓고 갈라치기를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아마비 후유증으로 휠체어를 타는 이상민 민주당 의원은 이 대표를 겨냥해 “기본 바탕이 퇴행적이고 엉망”이라고 비판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