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격리학생 폭증에 학력평가 서버 마비…2시간 넘겨 복구
예견된 상황이었는데…"고3 학습전략 수립도 어려워져" 비판
"확진자 많은 것 몰랐나"…연합평가 차질에 수험생·학부모 분통
24일 치러진 전국연합학력평가의 재택 응시 시스템이 한때 마비돼 2시간가량 차질을 빚은 것과 관련해 교육당국의 안일한 사전 대응이 비판을 받고 있다.

3월 새 학기 들어 코로나19 확진 학생이 크게 늘면서 재택 응시 접속량도 폭증할 것이라는 점은 충분히 예견된 것이기 때문이다.

대학수학능력시험 체제에 맞춰 치러지는 올해 첫 모의평가인데도 시험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면서 특히 고3 학생들은 평가 결과를 토대로 자신의 위치를 파악해 학습 전략을 세우려던 계획에 차질을 빚게 됐다.

서울시교육청이 주관한 이날 연합학력평가는 전국의 고등학교 1∼3학년 학생 95만여 명을 대상으로 시행됐다.

교육청은 코로나19에 확진되거나 격리되는 등 등교하지 못하는 학생은 재택 응시가 가능하며, 재택 응시자는 '전국연합학력평가 온라인 시스템'에서 영역별 시작 시간에 맞춰 제공되는 시험지를 내려받으면 된다고 사전에 안내했다.

그러나 이날 1교시 국어 시험 시작 시간인 8시 40분부터 해당 시스템은 접속자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먹통'이 됐다.

시스템 서버는 2교시 수학 시험 중인 11시가 돼서야 복구됐다.

서울시교육청은 "예상보다 확진자와 격리자가 많이 몰려 접속이 원활하지 못했다"며 "지난해 3월에는 시스템 이용이 원활했던 것과 현재 상황을 비교해보면 오미크론 대유행으로 확진자가 폭증한 것이 반영됐다고 보인다"고 밝혔다.

지난해 3월 학력평가에서도 코로나19 때문에 같은 시스템에서 재택 응시자들이 시험지를 내려받아 시험을 치렀으나 그 당시에는 학생 확진·격리자가 지금처럼 많지 않아 접속자 폭주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또 지난해에는 밀집도를 낮춘다는 이유로 1·2·3학년이 모두 분산해 응시하도록 했지만 올해에는 1~3학년 학생이 같은 날 한꺼번에 시험을 치르게 되면서 접속이 몰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전국에서 고교생 확진자가 일평균 1만 명 가까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확진·격리 학생의 재택 응시 역시 크게 늘어나는 것은 예견된 수순이었다는 점에서 교육 당국에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 21일 기준으로 코로나19로 인해 등교하지 못한 고등학생은 전국에 15만1천224명이나 됐다.

지난해 학력평가 시행 전날인 3월 24일 코로나19와 관련해 등교하지 못한 고등학생이 전국에 5천255명이었던 것과는 비교가 안되는 수준이다.

학력평가 온라인 시스템에는 확진·격리 학생 외에도 누구나 접속할 수 있어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올해는 산술적으로 수십 배에 달하는 학생이 시스템을 이용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어렵지 않다.

"확진자 많은 것 몰랐나"…연합평가 차질에 수험생·학부모 분통
이번 전국연합학력평가는 서울시교육청이 주관하는 시험으로, 학력평가 온라인 시스템은 17개 시도의 협의로 구축해 경기도교육청이 서버 관리를 맡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은 학력평가 온라인 시스템 서버가 원래 응시 신청과 성적 출력 용도로 쓰였던 것인데,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해 재택 응시 요구가 빗발쳐 이 서버를 통해 시험지를 내려받을 수 있도록 서비스해온 것이라는 해명을 내놓았다.

서울시교육청은 "재발 방지를 위해 서버 고도화·분산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며 "시험 응시 학교에는 보안 메일을 통해 문제지를 전달해 학교별로 활용하는 공공학습관리시스템(LMS)으로 분산하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 수능 체제를 처음 경험해보는 기회인 3월 모의평가인 만큼 가정에서라도 실전처럼 응시하고자 했던 학생들은 코로나19로 인해 등교 수업도 제대로 받지 못한 상황에서 시험까지 차질을 빚었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한 학생은 포털 사이트 댓글에 "코로나 걸려서 성적은 반영이 안 돼도 실력이라도 확인하고 싶어서 아침 일찍 책상에 앉아 시험 보려 했더니 서버가 터졌다"며 "요새 확진된 학생이 얼마나 많은지 모를 리 없는데 너무 답답하다"고 적었다.

한 학부모도 "(아이가) 고3이라 이 한 번의 경험치가 얼마나 중요한지 다들 알 것으로 생각한다"며 "성적 처리가 되지 않아도 1·2학년 때와는 다른 자세로 시험에 임해야 하는 건데, 서버 준비도 안 해놓고 시험을 실시하고 있는 건지 참 답답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재택 응시한 학생은 성적 처리에서 제외되며 성적표도 나오지 않는다.

따라서 성적 처리에서 제외되는 인원이 많아 수험생이 이번 학력평가를 통해 자신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기도 어려워질 전망이다.

3월 첫 학력평가는 수험생이 자신의 정확한 위치를 가늠하고 앞으로의 공부 계획을 세우는 데 의의가 있으나, 성적 통계와 실제 성적 간 차이가 예상보다 더 커질 수 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서버가 다운될 정도로 실제 채점에서 제외되는 미응시 인원이 많을 수도 있다"며 "실제 성적 결과와 통계의 불일치 정도가 커져 수험생들이 문·이과 통합 수능 2년 차에서 정확한 학습 전략을 세우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