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 삼성SDS 사옥. /사진=연합뉴스
서울 송파구 삼성SDS 사옥. /사진=연합뉴스
삼성SDS 주가가 석달새 19% 넘게 빠졌다. 삼성 오너일가가 상속세 납부를 위해 보유 지분 매각 움직임을 보이면서다. 오너일가는 비주력 계열사인 삼성SDS 주식을 활용해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고 있으나 속절없이 떨어지는 주가에 소액주주들의 불만은 커지고 있다.

24일 오전 10시5분 현재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SDS는 전 거래일 보다 1500원(1.12%) 내린 13만2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해 12월24일 장중 16만3000원까지 치솟았던 주가는 석달 만에 19,01% 급락한 것이다. 특히 이달 22일에는 오너일가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 소식이 전해지자 하루에만 7% 넘게 떨어지기도 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이 삼성SDS 주식 약 300만주의 블록딜을 추진하기 위해 투자자를 찾고 있다. 시장에선 블록딜 주식 소유자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으로 추정하고 있다.

두 오너일가는 지난해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타계 이후 이 회장이 보유했던 삼성그룹 지분을 상속받았다. 지난해 10월에는 상속세 마련을 위해 이부진 사장은 보유 중인 삼성SDS 150만9430주를, 이서현 이사장은 150만9430주 등 총 301만8860주를 국민은행에 매각 신탁했다.

이번에 나온 블록딜 물량과 일치한다. 신탁 계약 기한이 오는 4월25일까지였기 때문에 두 사람이 보유한 삼성SDS 지분이 시장에 나오는 것은 예정된 수순이었다.

이들은 지난해 말 기준 삼성SDS 주식 3.90%씩(301만8859주)을 보유 중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삼성SDS 주식 9.20%(711만8713주)를 가지고 있다.

그동안 금융투자업계에선 상속세 납부를 위해 오너일가가 삼성SDS 등의 비주력 계열사 보유 지분을 매각할 것으로 예상해왔다. 특히 삼성SDS는 삼성전자(22.58%), 삼성물산(17.08%) 등이 지분을 보유 중이라 오너일가가 지분을 팔더라도 경영권 위협을 받을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작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사진=한경 DB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사진=한경 DB
삼성SDS 주가가 오너일가 블록딜 이슈와 함께 요동치고 있지만 증권가에선 이번 블록딜이 회사의 펀더멘탈과 무관하며, 지배구조에도 변화가 없다고 분석한다.

최관순 SK증권 연구원은 "이번 삼성SDS 블록딜로 각각 1900여억원의 현금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며 "오너일가의 삼성SDS 지분 매각이 회사의 펀더멘탈(기초체력)과는 무관한 요인이며, 여전히 삼성계열사와 오너일가의 지분합계가 50%를 넘어 지배구조 상의 이슈는 없다"고 판단했다.

그럼에도 삼성그룹 지배구조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지 않는 삼성SDS의 지분 매각은 추가적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고 이건희 회장의 유산 상속에 따른 상속세는 12조원이 넘는다. 삼성 오너일가는 오는 2026년까지 2조원씩 6차례에 걸쳐 이를 나눠 낼 계획이다.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삼성그룹 지배구조에서 하단에 있는 비주력계열사의 지분은 오너 일가가 상속세 자금 마련을 위해 대거 시장에 내놓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재용 부회장도 앞으로는 삼성SDS 등 비주력 계열사 일부 지분 매각을 단행할 것이란 관측까지 나온다.

소액주주들의 불만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기준 삼성SDS의 소액주주는 12만7885명이고 주식수는 7737만7800주(지분율 33.51%)에 달한다. 최근 석달간 기관 홀로 3456억원어치 삼성SDS 주식을 팔아치는 동안 개인과 외국인은 1759억원, 1612억원어치 주식을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류은혁 한경닷컴 기자 ehr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