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드루 리버리스 전 다우 듀폰 회장과의 인연 바탕으로 웨이퍼 사업부 인수
미국 정·관·재계와 접촉 활발…양국간 협력·국제사회 과제 대응방안 논의
한미협력 모범사례 꼽힌 SK실트론CSS…배경엔 최태원 '민간외교'
한미 양국의 통상 수장들이 자유무역협정(FTA) 10주년을 기념하는 장소로 미시간주(州)에 위치한 SK실트론CSS 공장을 선택한 가운데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그간 보여준 폭넓은 미국 네트워크와 민간 경제외교 행보에도 관심에 쏠린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통상정책을 이끄는 캐서린 타이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16일(현지시간) 반도체 핵심 소재인 실리콘 카바이드(SiC·탄화규소) 웨이퍼를 생산하는 SK실트론CSS 공장을 방문해 한미 양국의 투자 협력이 빛을 발한 모범 사례라고 강조했다.

미 정부의 최고위급 당국자가 외국 기업의 현장을 방문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업계에서는 최 회장이 취임 이후 글로벌 포럼 등을 매개로 각국 정·관·재계 인사들과 꾸준히 친분과 신뢰를 쌓으며 SK를 포함한 한국 기업들의 지원군 역할을 한 점이 이러한 긍정적인 평가로도 이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미국 듀폰사의 웨이퍼 사업부를 인수해 SK실트론CSS로 성장시킨 배경에도 최 회장의 글로벌 네트워크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다.

2019년 듀폰 웨이퍼 사업부가 인수합병(M&A) 시장에 나오자 글로벌 기업들 간에 치열한 인수전이 벌어졌지만, 최 회장이 앤드루 리버리스 전 다우 듀폰 회장과의 인연을 바탕으로 '빅 딜'을 성사시킬 수 있었다는 것이다.

두 사람은 2010년 다보스포럼에서 처음 만나 인연을 이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한미협력 모범사례 꼽힌 SK실트론CSS…배경엔 최태원 '민간외교'
최 회장은 지난해 세 차례나 미국을 방문하는 등 국내 주요 기업인 중 가장 많은 해외 일정을 소화하며 민간 경제 외교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공급망 이슈와 지정학적 리스크로 국내 기업들이 전례 없는 불확실성에 직면하자 재계를 대표해 글로벌 리더들과의 교류에 나선 것이다.

지난해 10월에는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와 제임스 클라이번 민주당 하원 원내총무 등 양당 지도부를 잇따라 만났고, 앞서 5월에는 한미 산업장관과 주요 기업인들이 모인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 참석한 데 이어 지나 레이몬도 미 상무부 장관을 만나 양국 경제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또한 SK가 진출한 국가에서 기업·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을 실천하는 '글로벌 스토리' 전략을 내세우면서 해외 유력 인사들 사이에서 최 회장은 국가간 경제 협력과 ESG 경영을 논의할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대표적인 한국 경영인으로 각인됐다는 평가다.

최 회장은 지난해 존 오소프 미 조지아주 상원의원, 민주당 크리스 쿤스 상원의원을 만나 양국 간 배터리와 반도체 협력 방안 등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또 작년 12월에는 워싱턴DC 인근에서 최종현학술원 주최로 열린 국제포럼 '트랜스 퍼시픽 다이얼로그'에 참석해 2030년까지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1%에 해당하는 2억t(톤)의 탄소를 감축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한미협력 모범사례 꼽힌 SK실트론CSS…배경엔 최태원 '민간외교'
최 회장은 매년 다보스 포럼 외에도 중국 보아오 포럼, 상하이 포럼, 하노이 포럼, 베이징 포럼, 난징 포럼, 도쿄 포럼 등에 참석해 기후위기 등 국제사회 공동 과제에 대한 대안을 함께 논의해 왔다.

재계 관계자는 "최 회장이 글로벌 무대에서 탄소중립, 친환경 등 어젠다를 주도하면서 한국 기업들도 글로벌 공통의 문제해결에 참여하는 파트너로 인식되고 있다"면서 "이런 것이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등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