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보다 청년 일자리·주거 해결로 청년들에게 희망을 줘야"
"불평등·저출산·사교육도 문제"…소모적인 정치 공방 지적도
'설레는 첫 투표'…"1020세대가 바라는 새 시대 열어주세요"
생애 첫 대선 투표에 나선 1020세대들은 다소 설레거나 긴장한 표정속에서 일자리와 주거 등 새정부에 바라는 다양한 정책주문을 쏟아냈다.

그간 일자리·청년·인권 등 주요 공약을 깐깐하게 검증한 이들은 대체로 능력과 성품을 겸비한 모범적인 리더를 뽑겠다는 각오와 열의를 드러냈다.

2019년 공직선거법 개정으로 이번 투표에는 20대뿐 아니라 만 18세, 고교 3학년 재학생 등도 참여할 수 있게 돼 10대 표심에 대한 관심이 크다.

◇ 떨리는 생애 첫 투표…"우리 삶 바꾸는 희망 돼야"
이날 처음으로 투표소에 들어가는 부산 지역 고교생 양모(18)양은 "투표권이 아직 없는 주변 친구들을 보면 나에게 생긴 첫 투표권이 얼마나 소중한 권리인지 깨닫게 된다"며 벅찬 심정을 드러냈다.

그는 "(대통령 당선인은) 현재 직면한 어려움을 국민들과 함께 헤쳐나가는 끈끈한 국가를 만들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본투표를 앞둔 정모(20·강원 춘천)씨도 "이번에 처음 한 표를 행사하게 됐는데, 공정한 사회를 만들어 줄 것 같은 후보에게 도장을 찍겠다"며 "주변에 많은 지인과 대학 친구들끼리 인증샷을 남겨 공유하기로 했다.

선거가 우리의 삶을 바꾸는 희망이 될 것으로 믿는다"고 힘주어 말했다.

인하대에 재학 중인 송채민(20)씨는 "첫 선거권 행사가 대선이어서 약간 떨리고 기대된다"며 "경제·일자리 분야 등에 관한 각 후보의 정책과 공약을 기준으로 삼아 본투표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유권자도 '소중한 한 표 행사' 의지를 다졌다.

대전 한남대 신입생인 확진자는 "그동안 대선 후보들은 청년 정책을 나열하기만 했을 뿐 실질적으로 청년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을 제시하지 않은 것 같다"며 "'헬 대한민국'이 아닌, 살고 싶은 대한민국을 만들 후보자를 뽑기 위해 오후 6시 이후라도 꼭 투표하겠다"고 강조했다.

경남 창원에서 지난 5일 사전투표를 마친 대학교 1학년 배준용(19)씨 역시 후보자 이름 사이 간격이 좁았던 투표용지를 떠올리며 "계층 간 이동이 어려운 세상인데 누가 당선되더라도 이 문제를 꼭 해결해줬으면 한다"는 바람을 남겼다.

'설레는 첫 투표'…"1020세대가 바라는 새 시대 열어주세요"
◇ "청년 주거·취업난·사교육 부담 해결하라"
1020세대는 각자가 꿈꾸는 리더상 제시를 넘어 "시궁창에 가까운 현실을 바꿔달라"고 주문했다.

서울에 거주하는 허은솔(23·서울)씨는 "이번에 대학을 졸업했는데, 지금 청년들은 '나라에서 책임을 못 져주는 세대'라는 말을 이미 많이 들어서 너무 희망이 없다"면서 "누가 대통령이 되든 청년 일자리와 주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제도와 환경을 통해 청년들에게 희망을 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어 세종 보람고 3학년 학생은 "학교에서 학생들의 노력만으로도 사교육 없이 충분히 따라갈 수 있는 교육, 입시 부담을 덜어주는 교육, 대학 입학과 달리 졸업은 어려운 교육 정책이 시행되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같은 학교의 또 다른 3학년 학생도 "청년에게 좋은 일자리를 많이 보장해 주는 사회, 모두에게 공정한 기회를 주는 사회, 분열을 넘어 서로가 화합하며 배려해주는 사회가 됐으면 한다"고 소망했다.

청년 문제와 인권을 고민하는 후보를 선택하겠다는 대학교 1학년 신예은(19·경기 동두천)씨는 "학업을 마치면 사회로 진출해야 하는 청년 세대로서 미래에 대해 막연한 불안감을 느끼기도 한다"며 "이번에 당선되는 대통령은 이런 심정에 잘 공감하면서 좋은 청년 복지 정책을 제시해줬으면 좋겠다"고 요구했다.

대선을 기점으로 새 시대를 갈망하는 이들은 구체적인 정책과 더불어 방향도 제시했다.

제주대 언론홍보학과 2학년 좌레아씨는 '송파 세 모녀 사건'을 언급하면서 "이런 안타까운 일이 더 발생하지 않도록 기초생활 보장제도의 사각지대를 파악해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제대로 실행할 수 있는 추진력 강한 리더가 필요하다"며 "초·중·고 교육 과정에서 제주 4·3 사건을 더욱 적극적으로 가르쳐 참혹한 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또 대전 배재대 간호학과 2학년 이주희씨는 "청년들이 겪는 취업난, 주거 마련의 어려움 등을 제대로 인지하고 그에 맞는 현실적인 지원을 위해 힘써주길 바란다"며 "지역 간 교육·경제적 불평등 완화, 저출산 고령화 사회에 따른 문제 해결, 권역외상센터 등 의료 사업 지원 등도 꼭 관심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설레는 첫 투표'…"1020세대가 바라는 새 시대 열어주세요"
◇ "너무 과열 양상" 대선 후보들에 쓴소리도
출마 선언부터 후보 토론회까지 모든 과정을 지켜본 젊은 유권자들은 기성세대의 소모적인 정치 공방에 눈살을 찌푸리기도 했다.

사전투표를 마친 울산과학기술원(UNIST) 새내기 신하은씨는 "선거 과정에서 후보들끼리 너무 자극적이고 힘을 빼는 말을 많이 한 것 같다"며 "후보들 모두 울산이나 다른 지역에 새로운 내용을 제시하지는 못한 것 같아 아쉽다"고 전했다.

부산 대동고 김성철(19)군도 "이번 선거 양상을 보면 무조건 싸우려는 분위기였다"고 지적하면서 "(이번 선거로) 나라가 분열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가장 모범적이고 리더십 있는 후보를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장아름 백나용 김상연 권숙희 한무선 김근주 김준호 이상학 김동민 김재홍 김솔 임채두 기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