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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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가 8일 장 초반 급락세를 보였다가 회복을 시도했지만, 뒷심이 부족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슈로 석유를 비롯한 주요 원자재 가격이 급등세를 이어가면서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고조된 탓이다.

이날 코스피는 전일 대비 28.91포인트(1.09%) 내린 2622.40에 거래를 마쳤다.

전장보다 1.28% 낮은 2617.33에 거래를 시작한 코스피는 개장 직후 2605.81까지 빠졌다가, 회복을 시도해 2647.18까지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오전 10시15분께부터 다시 흘러내리기 시작해 결국 낙폭이 1% 이상으로 벌어진 상태에서 마감됐다.

국제유가 급등에 따른 기업들의 비용 부담 가중으로 경기가 침체될 수 있다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증시를 짓눌렀다.

스태그플레이션은 경기가 좋지 않은 가운데 물가까지 오르는, 정부 입장에서는 ‘진퇴양난’의 상태를 말한다. 침체된 경기를 살리기 위한 부양에 나서면 물가 상승이 더 자극되고, 물가를 잡기 위해 긴축적인 통화정책을 사용하면 경기가 더 침체되기 때문이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4765억원 어치와 2925억원 어치의 주식을 팔았고, 개인은 7320억원 어치를 샀다. 외국인과 기관이 주식을 팔고, 개인이 물량일 받아내는 모습이 3거래일째 이어졌다. 외국인은 현물 주식에 더해 코스피200 선물을 1057계약 순매도했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서방 국가들의 제재가 계속 추가되면서 주요 원자재 가격을 자극한 점이 외국인의 한국 증시 이탈의 배경으로 보인다.

한국 시간으로 전일 장중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로 석유 수출을 금지하는 방안을 유럽 동맹국과 논의 중이라고 밝히면서 고공행진 중이던 국제유가를 더욱 자극했다.

간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WTI는 전일 대비 3.72달러(3.2%) 오른 배럴당 119.4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뉴욕상업거래소가 개장하기 전 아시아 시장에서는 배럴당 130달러대까지 치솟기도 했지만, 독일이 유럽의 러시아산 원유 의존도를 고려해 원유는 제재 대상에서 제외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도 러시아의 원유 수출 금지에 대해 “어떤 결정도 내려지지 않았다”고 말해 공포가 일부 누그러졌다.

런던금속거래소에서는 니켈 가격이 급등하면서 니켈을 원재료로 사용해 스테인리스스틸(STS) 제품을 만드는 철강·금속 기업들이 장중 급등세를 보이기도 했지만,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하거나, 하락전환했다. 또 이차전지용 양극재에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금속이라는 점에서 배터리 관련 기업들의 주가도 하락 압력을 받았다.

니켈 가격 급등의 영향으로 유가증권시장의 주요 업종 중 비금속광물과 철강·금속 업종이 각각 4%와 3.74% 급락했다. 기계, 건설업, 음식료품의 낙폭도 2% 이상이었다.

반면 의약품, 은행, 의료정밀은 1% 내외로 올랐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 중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카카오만 올랐다. 삼성SDI, LG화학, 기아, LG에너지솔루션 등은 하락헀다.

삼성전자는 6만9500원으로 마감해 작년 11월11일 이후 넉달만에 종가 기준으로 7만원선이 무너졌다.

코스닥은 전일 대비 11.40포인트(1.29%) 내린 870.14에 거래를 마쳤다. 이 시장에서도 개인이 924억원 어치를 샀고,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743억원 어치와 204억원 어치를 팔았다.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종목 중에서는 펄어비스, 씨젠, 셀트리온제약, 위메이드, 셀트리온헬스케어, 카카오게임즈 등이 상승했다. 반면 에코프로비엠엘앤에프는 각각 8.68%와 6.55% 급락했다. 이로 인해 엘앤에프는 펄어비스에 코스닥시장 시가총액 3위 자리를 내주고 4위로 밀려났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9.90원(0.81%) 오른 달러당 1237.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