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타인이라는 가능성'·'그럴수록 우리에겐 친구가 필요하다'
외로움의 악순환 끊어내는 환대와 우정의 힘
"우리는 외로울 때 타인을 가장 불신하는 경향을 보이며, 타인을 불신할 때 가장 큰 외로움에 휩싸인다.

관계를 맺을 가능성은 낮아지고, 위험을 회피할 가능성은 더욱 커진다.

이 불신과 외로움의 순환 고리는 한번 시작되면 멈추기가 힘들다.

"
혼잡하고 불신이 팽배한 현대 도시에서 인간은 외롭다.

외로움이 고립을 부추기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철학자이자 여행자인 윌 버킹엄은 최근 번역·출간된 '타인이라는 가능성'에서 이 악순환을 끊기 위해 환대로 연결된 공동체를 제시한다.

낯선 이에 대한 경계심은 본능적 반응이다.

'오디세이아'에서도 낯선 사람에 대한 공포, 제노포비아가 주요 테마 중 하나였다.

그러나 새로운 만남에는 필로제니아, 즉 낯선 사람과 연결되고자 하는 욕망이 동전의 양면처럼 따른다.

신약성서에는 "필로제니아를 잊지 말라. 어떤 이들은 이를 통해 자기도 모르는 사이 천사들을 대접한다"라는 구절이 나온다.

저자는 낯섦에 대한 이중적 태도 가운데 환대의 역사를 찾아 나선다.

고고학 연구에 따르면 네안데르탈인의 화덕 터에는 공동체 바깥의 낯선 이들과 만찬을 즐기며 새로운 관계를 맺은 흔적이 남아있다.

몽골에서는 타인의 집을 방문할 때 오른발부터 디뎌야 하며, 외투의 소매는 손목까지 내리고 모자는 쓰고 있어야 한다.

고기를 대접받으면 적은 양을 입에 넣은 뒤 양이 많고 넉넉한 것처럼 과장하며 씹는 것이 관례다.

복잡한 몸짓과 행동을 통해 낯선 만남에서 비롯하는 불확실성을 줄이는 것이다.

환대의 경험이 쌓일수록 두려움은 줄어들 수 있다.

낯섦이 불러일으키는 불안은 합당하지만, 타자에 대한 환대는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준다.

프랑스 철학자 에마뉘엘 레비나스의 말대로 "낯선 이와의 관계가 곧 미래와의 관계"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외로움의 악순환 끊어내는 환대와 우정의 힘
"매일 열다섯 개비의 담배를 피우거나 과도하게 살이 찌는 것보다 외로움이 더 위험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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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이 건강에도 나쁜 영향을 준다는 통념은 과학적으로도 입증됐다.

미국 브리검영대 연구진이 조사한 결과 외로움은 사망 위험을 30% 높인다.

외로운 사람은 치매에 걸릴 위험이 66%, 심근경색 위험은 43% 많다.

외로움은 '새로운 흡연'이자 '조용한 킬러'다.

외로움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다 보면 누구나 그런 상황이 위험하다고 본능적으로 느끼지만 쉽게 빠져나오지 못한다.

독일 심리치료 전문가 이름트라우트 타르는 신간 '그럴수록 우리에겐 친구가 필요하다'에서 수치심과 침묵을 동반하는 것이 외로움의 진짜 문제라고 말한다.

외로움과의 싸움에 우정의 역할이 있다.

우선 자신의 외로움을 인정하고 진정한 친구에게 털어놓으면, 당장 치유되지는 않겠지만 올바른 방향으로 한 발 내디딜 수는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는 우정을 만들고 갈등을 해결해가며 관계를 지키는 방법들을 조언한다.

우정은 통조림처럼 영원히 보존할 수 있는 게 아니라 화분에 심은 식물처럼 잘 보살피고 가꿔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 역시 프랑스 작가 볼테르의 말에 밑줄을 긋는다.

"우정을 빼고 나면 삶에 중요한 것이 별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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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인이라는 가능성 = 어크로스. 김하현 옮김. 352쪽. 1만7천원.
▲ 그럴수록 우리에겐 친구가 필요하다 = 갤리온. 장혜경 옮김. 240쪽. 1만5천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