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코티 셰플러(26·미국)가 미국프로골프(PGA)투어 2021~2022시즌 ‘돌풍의 핵’으로 급부상했다. 지난달 첫 승을 신고한 데 이어 한 달도 안 돼 올 시즌 가장 어려운 대회인 아널드 파머 인비테이셔널(총상금 1200만달러)까지 제패하면서다.

셰플러는 7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베이힐 클럽&로지(파72·7466야드)에서 열린 대회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3개와 보기 3개씩을 맞바꿔 이븐파 72타를 쳤다. 최종합계 5언더파 283타를 기록한 셰플러는 공동 2위 그룹을 1타 차로 따돌리고 우승했다. 지난달 WM 피닉스 오픈에서 ‘70전 71기’의 첫 우승을 신고한 데 이은 통산 2승째다.

시즌 누적 상금 500만달러 돌파

셰플러는 2019~2020시즌 신인상에 오르고도 우승이 없어 ‘무관의 신인왕’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다녔던 선수다. 그러나 이번 대회 우승상금 216만달러(약 26억3000만원), 피닉스 오픈 우승상금 147만6000달러 등 최근 한 달 사이에 363만6000달러(약 44억6000만원)를 벌었다. 올 시즌 누적 상금은 약 525만달러(약 64억원)에 달한다. 셰플러는 경기 뒤 발표한 세계랭킹에서 5위로 올라섰다. 페덱스컵 포인트(1614점)는 단독 선두로 나섰다.

이날 1타를 잃고 있다가 12번홀(파5)에서 다시 버디를 추가하며 이븐파로 돌아선 셰플러는 이후 파 행진을 이어갔다. 승부처는 15번홀(파4). 티샷이 왼쪽으로 감겼고 세컨드 샷 실수까지 했던 셰플러는 세 번째 샷을 간신히 올렸으나 7m가 넘는 파 퍼트를 남겨놨다. 평균적으로 PGA투어 선수들이 홀인을 열 번 중 한 번 성공하는 거리다. 셰플러는 약 10%의 확률을 움켜쥐면서 우승 경쟁을 이어갔다.

16번홀(파5)에선 티샷이 오른쪽으로 밀려 또 레이업을 해야 했지만 이번에도 파로 막았다. 남은 2개 홀도 파로 막은 셰플러는 경쟁자들이 무너지면서 1타 차 우승을 챙겼다. 셰플러는 “(첫 승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묵묵히 기다리며 꾸준히 운동으로 시간을 보냈고, 그 노력에 대한 결과가 최근 나오고 있는 것 같다”며 “앞으로도 지금처럼 내가 하는 일들을 꾸준히 하며 눈앞에 있는 목표에만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초고난도 코스…80대 타수 속출

우승한 셰플러의 최종 스코어가 5언더파였을 정도로 이번 대회는 ‘초고난도’를 자랑했다. 언더파를 적어낸 선수는 10명뿐. 출전 선수들의 평균 타수는 75.48타로 올 시즌 열린 대회 가운데 가장 높았다. 이날 최종라운드에서 60대 타수를 기록한 선수는 2명에 불과했다. 반면 80대 타수를 적어낸 선수는 6명이나 됐다. 트로이 메릿(37·미국)은 이날에만 25오버파를 쳤다. 커트 통과한 선수에게선 좀처럼 보기 힘든 스코어다.

그린이 너무 어려워 퍼팅이 잘 안 되자 퍼터를 호수로 던져버린 선수도 있었다. ‘US오픈 난이도와 비슷하냐’는 질문에 셰플러는 “그렇다”고 했다. 그러면서 “3라운드도 충분히 어려웠기 때문에 4라운드에선 무조건 코스 세팅이 쉬워질 것으로 봤다”며 “하지만 믿기 힘들게도 최종라운드 코스는 더 어려웠다. 그린도 너무 빨랐다”고 전했다.

3라운드까지 공동 선두를 달리던 빌리 호셜(36·미국)은 3타를 잃고 4언더파 공동 2위로 마쳤다. 마지막 18번홀(파4)에서 약 9m의 버디 퍼트를 넣으면 연장으로 갈 수 있었으나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셰플러와 함께 경기한 빅토르 호블란(25·노르웨이)도 18번홀 5.5m 버디 퍼트를 놓쳐 공동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한국 선수로는 임성재(24)가 가장 좋은 성적을 냈다. 최종라운드에서 4타를 잃고 합계 3오버파 공동 20위로 대회를 마쳤다. 김시우(27)는 4오버파 공동 26위였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