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학교 자율적으로 등교여부 결정…등교 현황은 다음 주 발표
자가진단키트 나눠주며 사용법 안내…학교별로 키트 사용 방식도 제각각
유행 정점향해 소아청소년 감염 우려 커져…"최대한 빠른 적응 지원"
22만명 확진 속 전국 초중고교 개학…"그래도 학교 오니 좋아요"(종합)
"이렇게 애들이 많이 온 건 오랜만이에요.

얼굴들도 밝고, 훌쩍 큰 게 눈에 보이네요.

"
서울 노원구 태랑초에서 학교 보안관으로 일하는 홍은기 씨가 2일 오랜만에 북적북적한 등굣길에 흐뭇하게 웃으며 말했다.

홍 씨 앞으로 빨간 패딩을 입은 한 학생은 교문을 통과하면서 '입학을 축하합니다'라고 쓰인 플래카드를 소리 내 읽으면서 들어갔고, 다른 학생들도 저마다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했다.

오미크론 변이 대유행으로 이날 신규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21만9천241명을 기록한 가운데 전국 초·중·고등학교가 새 학기를 맞았다.

국내외 연구기관의 전망치보다 1주일가량 빠른 속도로 유행이 정점을 향해 가고, 소아·청소년 확진자가 급증할 것이라는 우려 속에 교육 당국은 정상 등교를 원칙으로 내세웠다.

다만, 학교별 상황에 따라 첫 2주간은 적응기간으로 전해 등교 방식을 다르게 결정할 수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오미크론 변이에 대응한 새로운 방역 및 학사체계로 새 학기를 시작하는 만큼, 교육부-시도교육청-교육지원청 핫라인을 통해 현장의 애로사항을 실시간으로 듣고 있다"며 "학교와 학생이 최대한 빨리 적응하도록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22만명 확진 속 전국 초중고교 개학…"그래도 학교 오니 좋아요"(종합)
전면 등교를 하는 학교뿐 아니라 원격수업 병행을 결정한 학교도 이날은 개학일인 만큼 대부분 등교수업을 했다.

교문 앞에서는 교직원이 오랜만에 등교하는 학생들을 반갑게 맞았고, 이후 학급별로 자가진단키트를 배부하며 방역 상황을 점검했다.

발열 확인, 마스크 착용, 손 소독제 사용 등에 대한 안내도 이뤄졌다.

5학년에 올라가는 이모 군은 "방학 때는 학교에 온 적이 없어서 심심했는데 개학하니 재밌을 것 같다.

코로나 때문에 또 등교를 못 하게 되면 기분이 안 좋을 것 같다"며 "검사를 받더라도 학교에 오는 게 좋다"고 말했다.

나란히 손을 잡고 등교한 고모 양과 신모 양도 "검사하는 건 코가 아플 것 같지만 선생님과 교감할 수 있고 친구들도 실물로 만날 수 있어서 학교 오는 게 좋다"며 "인터넷 수업을 다시 하게 되면 너무 힘들 것 같다"고 했다.

엄마, 일곱 살 동생과 손잡고 온 황예슬(8) 양도 "검사를 해본 적이 있는데 별로 안 아팠다"며 "걱정은 되지만 친구들과 다시 만나 기쁘고 즐겁다"고 말했다.

황양의 어머니 이정심(41) 씨는 "아무래도 주위에 확진자가 많이 생기니까 걱정이 많이 되지만, 인터넷 수업은 앉아만 있으니 애들이 힘들어한다"고 했다.

22만명 확진 속 전국 초중고교 개학…"그래도 학교 오니 좋아요"(종합)
같은 시간 강남구 도곡중도 오랜만에 활기가 돌았다.

오전 8시께부터 조희연 서울시교육감과 도곡중 학생회 14명이 정문에서 새 학기 맞이 행사를 열었다.

'어서 와 도곡중은 처음이지?' '웰컴(Welcome)'이라고 적힌 피켓과 꽃다발을 들고 등교하는 학생들을 환영했다.

갑작스러운 환영 행사에 일부 학생은 부끄러워하면서 후다닥 뛰어 교실에 들어갔고, 어떤 학생들은 밝은 표정으로 신나게 소리를 지르며 등교하기도 했다.

김민규(15) 군은 설렘과 걱정이 섞인 표정으로 "아직은 조금 어색하다.

반이 새로 배정됐는데 새 친구들과 못 친해질까 조금 걱정된다"며 "그래도 오미크론은 감기 같다고 생각해서 크게 걱정은 안 된다"고 밝혔다.

학생회 소속 심동욱(14) 군은 "선생님들과 학생회가 1학기 등교 맞이 행사를 계획했다.

친구들을 맞이해주니 뿌듯하다.

또 새로운 친구들과 만나서 설레고 걱정도 된다"고 했다.

조 교육감과 박명숙 도곡중 교장은 등교한 학생들에게 자가진단키트를 나눠주면서 사용법을 숙지하도록 지도했다.

조 교육감은 "오미크론은 우리가 통과해야 할 관문이다.

'포스트 코로나'에 정상적으로 학교를 운영하기 위한 통과 의례이니, 학부모님들도 안심하시고 그 관문을 함께 통과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방역을 철저히 하면서 신학기를 준비했다.

학교 규모에 따라 방역 인력을 2∼6명 배치했고 신속지원대응팀도 구성했다"고 강조했다.

개학날부터 오는 11일까지 2주간은 '새 학기 적응 주간'으로 운영되면서 확진자가 많아 감염이 우려되는 지역의 학교들은 수업 시간 단축이나 밀집도 조정, 원격수업 등을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

22만명 확진 속 전국 초중고교 개학…"그래도 학교 오니 좋아요"(종합)
각 학교는 개학을 전후로 신속항원검사에 대한 설명, 학생이나 가족 확진 시 대응하는 법 등을 '알리미' 앱을 통해 학부모들에게 공지하고 있다.

서울의 한 학교는 "주 2개 배부되는 키트 중 하나는 일요일 오후에, 다른 하나는 교실에 확진자가 발생하거나 증상이 있을 때 사용하라"며 "검사하지 않아도 등교 중지는 아니지만, 선제검사 취지에 맞춰 학교의 일정대로 검사를 해달라"고 요청했다.

또 다른 학교는 검사 방법을 설명하면서 "교육부 방침에 따라 키트 검사는 의무가 아닌 권고"라고 학부모들에게 알렸다.

그러나 인터넷 맘카페 등에는 "학교에서 전날 저녁에 검사한 키트를 학교에 가져오라고 했다", "음성인 키트 사진을 찍어 담임교사에게 문자로 전송하라는 공지를 학교로부터 받았다"는 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교육부는 이와 관련해 "자가검사는 의무가 아니라 자율"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22만명 확진 속 전국 초중고교 개학…"그래도 학교 오니 좋아요"(종합)
전면 등교를 결정한 학교 수나 등교율 등은 당장은 집계가 어렵고, 개별 학교 현황을 취합해 다음주 초에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교육 당국은 설명했다.

등교 첫날인데다 확진자 집계, 키트 배부 등의 업무까지 겹쳐 현장에서는 혼란이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관계자는 "학교에 학생·교직원 확진자가 있는 상황인데다 새 학기 업무도 많다"며 "학교가 알아서 해야 하는 것까지는 감내해야 하지만, 질병 당국이나 교육부·교육청이 해야 할 일까지 맡겨버리니 답답하다는 현장 의견이 많다"고 강조했다.

교육부는 유·초·중·고 학생에게 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를 주 2회 제공해 등교 전 집에서 검사하도록 권고하고 학교별 접촉자 자체 조사를 하는 등 학교 자율 방역 체계로 운영한다.

코로나19로 인해 학생이 등교하지 못할 경우 출석인정 결석 처리가 되며, 학급 단위 이상 원격수업에 참여하면 출석으로 처리된다.

오는 13일까지는 학생의 동거인이 확진되는 경우 미접종 학생이라면 7일간 등교가 중지되지만, 14일 이후부터는 동거인이 확진되더라도 백신 접종 여부와 관계없이 학생이 수동감시자로 지정돼 등교할 수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