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발사 준중거리 '북극성-2형'과 유사궤적…동일기종·개량형 가능성
또 '검수사격' 명분 내세울듯…지난달엔 화성-12형 4년여만에 검수사격
북, 5년만에 사거리 2천㎞ 안팎 미사일 쏜듯…주일미군 사정권
북한이 27일 발사한 탄도미사일은 약 5년 전 개발한 준중거리 탄도미사일(MRBM)인 '북극성-2형'과 유사한 궤적을 나타낸 것으로 분석됐다.

이날 오전 7시 52분께 평양 순안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된 탄도미사일 1발은 고도 약 620㎞로, 약 300㎞를 비행한 것으로 탐지됐다.

순안비행장 일대서 이동식발사차량(TEL)에 탑재되어 발사된 이 미사일은 함경도 길주군 무수단리 앞바다의 무인도인 '알섬' 방향으로 비행 궤적이 탐지됐다.

해상 표적에 명중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합참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탐지된 초기 제원을 근거로 "일반적 탄도미사일의 특성을 보인다"고 말했다.

군과 전문가들은 북한이 2017년 두 차례 발사한 고체 연료 MRBM인 '북극성-2형'을 다시 발사했거나 그때보다 기동성과 정확성 등을 높인 개량형일 가능성을 제기한다.

고각으로 발사된 이 미사일은 정상 각도(30~45도)로 발사했다면 사거리가 최대 2천㎞ 안팎이었을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통상 미사일은 사거리로 분류할 때 1천∼2천500㎞ 내외의 경우 MRBM으로 분류한다.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보다는 길고,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보다는 사거리가 짧은 기종이다.

지난달 30일 발사한 '화성-12형'은 최대 사거리가 3천㎞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어 중거리 미사일(IRBM)로 분류한다.

2017년 2월 12일과 5월 21일 두 차례 발사된 북극성-2형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인 북극성-1형을 지상용으로 개조한 MRBM이다.

북한은 MRBM을 한미 군 당국과 달리 '중거리 탄도로케트'라고 표현한다.

2월 당시 고각 발사로 비행거리가 500㎞로 탐지됐고, 5월에는 평안남도 북창 일대에서 고도 560㎞·비행거리 500㎞로 탐지됐다.

이날 발사된 탄도미사일의 고도(620㎞)와 비행 거리(300㎞)상 유사한 패턴을 보였다.

합참 관계자는 이번 미사일이 '북극성-2형'과 유사하냐는 질문에 "꼭 그것이라고 단정하긴 어렵지만, 탐지된 제원을 볼 때 (유사할) 가능성을 보고 정밀 분석 중"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MRBM은 주일미군 기지를 사정권에 넣기 때문에 일본은 물론 미국도 예민하게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

북한은 이미 2017년 2월 북극성-2형 발사 성공을 주장하며 '강위력한 핵전략무기'라고 표현해 대미 겨냥 무기임을 분명히 했다.

이 때문에 북한이 MRBM을 다시 꺼내 든 것은 대내외 메시지를 발신하려는 의도가 다분하다는 분석이 군 안팎에서 나온다.
북, 5년만에 사거리 2천㎞ 안팎 미사일 쏜듯…주일미군 사정권
앞서 북한은 지난달 30일에도 괌과 알래스카를 사정권으로 하는 IRBM '화성-12형'을 약 4년여 만에 다시 발사하면서 긴장 수위를 높인 바 있다.

당시 탐지된 제원과 이튿날 북한이 공개한 사진 등을 바탕으로 개량형이 아닌 기존의 동일 기종으로 분석됐다.

북한은 공개보도를 통해 화성-12형 발사였음을 확인하면서 실전 배치된 미사일을 무작위로 골라 품질을 검증하는 것을 의미하는 '검수 사격'이었다고 주장했다.

이번에도 검수 사격 등을 명분으로 실전 배치됐음을 공식화하는 동시에 대미 협상력 제고 등을 노린 것일 수 있다는 해석이다.

특히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제재 등 대응 조치에 몰두하는 상황인 만큼, 북한 입장에서는 중거리보다는 한 단계 낮으면서도 압박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합참 관계자는 북한의 이번 발사 의도에 대해 "최근 (북한의 미사일 발사) 경향을 보면 '검수' 등의 형태로 공개 보도를 하고 있어 그런 부분을 같이 정밀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SLBM 탑재용 잠수함을 건조 중인 신포조선소와 동창리 위성발사장 등 북한의 주요 무기 관련 시설 동향에 대해서는 "한미가 예의주시하고 있으나 현재로선 주목할 만한 변화는 없다"고 전했다.

한편, 베이징올림픽 기간 잠잠했던 북한의 무력 시위가 다시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남북 간 '미사일 경쟁'도 심화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이날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페이스북에 올린 '브리핑에 없는 대통령 이야기'라는 제목의 글에서 "지난 23일 국방과학연구소(ADD) 안흥시험장에서 L-SAM(장거리 지대공 미사일)과 LAMD(장사정포 요격체계)의 비행성능을 검증하기 위한 시험발사가 성공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사태 등의 영향으로 국내 안보 이슈에 대한 관심이 커지자 이번에도 관례와 달리 청와대에서 이를 공식화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청와대와 국방부는 지난해 9월에도 독자 개발한 SLBM의 잠수함 발사시험 성공을 이례적으로 공개해 북한의 잇따른 신형 미사일 공개에 '맞불'을 놓은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