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위 풀린다고 반드시 미세먼지 심하지는 않아
다만 한파 뒤 기온 급상승때는 미세먼지도 '나쁨'

겨울철 미세먼지로 인해 '삼한사미(三寒四微·사흘은 춥고 나흘은 미세먼지)'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반복되는 대기질 악화를 우리나라 겨울철 날씨를 상징하는 '삼한사온(三寒四溫)'에 빗댄 표현인데, 겨울철 추위가 왔다가 물러날 때마다 주기적으로 미세먼지 농도가 증가한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실제로 겨울철에 기온 변화와 맞물려 주기적으로 미세먼지 농도가 짙어지는 현상이 나타날까?
겨울철 미세먼지 발생에 대한 보도나 언급은 많지만 주기성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기상 분석 자료는 찾기 어려워 연합뉴스는 국립환경과학원 대기질통합예보센터에 관련 데이터 분석을 의뢰했다.

[팩트체크] 겨울철 '삼한사미' 실제로 일어날까?
대기질통합예보센터가 최근 6년간 서울 지역의 겨울철 기온 변화와 초미세먼지(PM-2.5) 농도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주기적인 겨울철 대기질 악화 현상은 관찰되지 않았다.

다만 겨울철 떨어졌던 기온이 빠르게 상승할 경우 초미세먼지 농도가 눈에 띄게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대균 대기질통합예보센터장은 "겨울철 미세먼지가 삼한사미라는 말처럼 주기적으로 발생하진 않는다"며 "하지만 한파가 지나가고 이틀 안에 기온이 7℃ 정도 올라가면 대부분 '나쁨' 수준의 고농도 초미세먼지가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대기질통합예보센터는 2015년 12월부터 2021년 3월까지 동절기 서울 지역의 한파주의보 직후 초미세먼지(PM-2.5) 농도를 분석했다.

이 기간 서울 지역에는 한파주의보가 총 17차례 발령됐는데 한파주의보 해제 뒤 이틀 이내 초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수준인 36㎍/㎥ 이상으로 나타난 경우는 6번(35.3%)이었다.

그런데 이 6번의 사례는 모두 한파 직후 기온이 급상승했는데 최저기온이 평균 7.3℃ 오른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반해 한파가 풀린 뒤에도 초미세먼지 농도 변화가 크지 않았던 나머지 11번의 사례는 최저기온 변화가 평균 2.9℃에 그쳤다.

[팩트체크] 겨울철 '삼한사미' 실제로 일어날까?
이재범 대기질통합예보센터 연구관은 "겨울철 대기질이 기온과 관련된 것처럼 보이는 건 기온을 좌우하는 시베리아 고기압 때문"이라며 "시베리아 고기압이 확장하면 한파가 오는데 이때는 북쪽의 차고 청정한 바람이 불어서 대기질이 좋아지지만, 한파가 물러가면 바람이 줄면서 대기가 정체돼 오염물질이 축적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베리아 고기압이 약해지면 바람의 방향도 바뀌어 북풍보다 서풍이 강해지면서 오염물질 유입 가능성이 커지는 것도 대기질을 악화하는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우리나라의 미세먼지는 주로 몽골 남부와 중국 북부 지역에서 발생하는 황사와 국내외 대기오염 때문에 생기는데, 입자 크기에 따라 10㎛(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m) 이하의 미세먼지(PM-10)와 2.5㎛ 이하의 초미세먼지(PM-2.5)로 나뉜다.

초미세먼지 농도는 '좋음'(0∼15㎍/㎥), '보통'(16∼35㎍/㎥), '나쁨'(36∼75㎍/㎥), '매우 나쁨'(76㎍/㎥ 이상)으로 구분된다.

한파주의보는 아침 최저기온이 전날보다 10℃ 이상 떨어져 3℃ 이하에 머물고 평년값보다 3℃ 낮을 것으로 예상되거나, 아침 최저기온이 -12℃ 이하로 이틀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 발효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