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서 유죄 인정부분 늘어…파기환송심 "중한 신체적 상해 없는 점 고려"
처자식 8년간 학대 50대, 4년여 재판 끝에 집유…판결엔 또 불복
아내와 두 아들을 수년에 걸쳐 폭행한 혐의를 받는 50대가 대법원 심리를 거치는 등 4년 넘는 재판 끝에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법원으로부터 반성 없는 태도를 지적받았지만, 이 남성은 판결에 또 불복했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법 형사항소2부(부상준 부장판사)는 아동복지법 위반(아동학대)과 폭행 혐의를 받는 김모(55)씨의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120시간의 사회봉사와 40시간의 재범 예방 강의 수강도 명령했다.

김씨는 2008년 3월부터 2016년 9월까지 재혼한 아내가 전 남편 사이에서 둔 아들 A군(2003년생)을 8년여간 15차례에 걸쳐 손찌검하는 등 학대한 혐의를 받았다.

김씨는 친양자로 입양한 A군이 '표정이 밝지 않고 목소리가 작다'는 등의 이유로 폭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씨는 또 2016년∼2017년 친아들(2011년생)을 5차례 학대하고, 아내를 상대로도 2015년∼2017년 11차례에 걸쳐 주먹을 휘두른 혐의를 받았다.

1심 재판부는 "8년이 넘는 장기간에 걸쳐 지속적인 폭행이 있었고, 폭행과 학대를 부부싸움 중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거나 훈육의 일환으로 보는 인식이 매우 좋지 않다"며 김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하고 40시간의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명했다.

2심에서는 형량이 징역 1년 2개월에 집행유예 3년으로 감형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폭행 일시와 장소, 방법에 관한 피해 아동의 구체적인 진술이 없다"며 일부 공소사실을 기각했다.

또 아동학대 범행 중 2008년 3월∼2009년 1월까지 6건은 기소가 2017년 10월에 이뤄지는 바람에 공소시효 7년이 만료됐다고 보고 면소 판결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지난해 2월 항소심 판결을 깨고 유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서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군에 대한 학대 범행의 시효가 만료되지 않았고, 공소사실도 충분히 특정됐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학대 피해 아동이 성년이 되기 전까지 아동학대 범죄의 공소시효를 중단하도록 한 아동학대처벌법 제34조 1항은 2014년 9월 시행됐는데, 대법원은 A군이 2014년 당시 미성년자였기에 이 법을 소급해 적용할 수 있다며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결정했다.

사건을 받은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통상적으로 용인되지 못하는 방법으로 학대하는 등 죄질이 좋지 않고 피해자들은 아직 큰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다고 호소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런데도 김씨는 범행을 부인하며 반성하지 않고 용서도 받지 못했으며, 피해자들의 주소를 임의로 변경해 처벌받기도 하는 등 범행 후의 정황도 좋지 않다"고 판시했다.

다만 "벌금형 외에 별다른 범죄 전력이 없고, 피해자들이 중한 신체적 상해를 입지는 않은 것으로 보이며 피고인이 사회에서는 나름대로 건실하게 생활하여 온 것으로 보이는 점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한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또 재범의 위험성과 피고인이 입을 불이익의 정도 등을 고려했다며 취업제한 명령도 면제했다.

김씨는 이 판결에도 불복해 이달 23일 대법원에 재상고했다.

검찰도 같은 날 재상고함에 따라 기소 이후 4년 4개월을 끌어온 이 사건의 재판은 또 다시 이어지게 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