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로폰 압수 때 적법절차 누락…법원 "증거능력 없다"며 피고인에 무죄 선고
"코리안 캅!" 경찰, 마약 투여 정황 외국인 집 위법 수색 논란
경찰이 불법 체류 외국인을 상대로 마약 수사를 하면서 주거 진입과 압수물 확보 등 과정에서 적법 절차를 누락해 처벌을 못 하게 됐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해 8월 충남경찰청 경찰관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한 필로폰 거래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대전 서구에 있는 태국 국적 외국인 A씨 집을 찾았다.

사복을 입은 경찰관들은 초인종을 누른 뒤 현관문 앞에서 A씨에게 "코리안 캅, 폴리스"라고 말하고 경찰 신분증을 제시한 뒤 집 안에 들어갔다.

이어 A씨 인적 사항을 확인한 뒤 마약 소재를 질문해 손가방 안에서 0.72g의 백색 결정체(나중에 필로폰으로 확인됨)를 찾아낸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관들은 백색 결정체 발견 후 A씨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현행범 체포했고, 휴대전화로 통역인에게 연락해 피의사실 요지·체포 이유·변호인 선임권·변명 기회 등을 통역해 고지했다.

모발·소변 검사에서 마약 양성 반응을 보인 A씨는 마약 투약 등 범행을 시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당시 체류 기간 만료로 불법 체류자 상태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과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최근 열린 A씨 재판에서는 그러나 경찰관들의 현행범 체포 당시 위법성 여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형사소송법과 경찰관 직무집행법 및 대법원 판례 등을 고려하면 영장 등 없이 수사기관의 주거 수색행위가 이뤄지려면 최소한 거주자가 동의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사건을 심리한 대전지법 형사7단독 김지영 판사는 "초인종 소리만 듣고 A씨가 현관문을 개방한 행위 자체를 방문자 진입 행위 용인 의사로 보기는 어렵다"며 "경찰관들이 A씨의 자발적 의사를 확인한 사실도 없기 때문에 현행범 체포는 적법하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A씨에게 진술거부권을 고지하지 않고 필로폰 소재에 관한 질문을 한 부분, 즉 범행 관련 직접적인 질문을 해 A씨 진술을 받아낸 사실도 위법수집 증거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김 판사는 "A씨 동의 없이 주거에 진입한 상태에서 인적 사항을 물어보고 여권 제시를 요구한 뒤에야 출입국관리법 위반을 인지했다"며 "이후 대전 출입국외국인사무소 천안출장소로부터 출입국사범 고발장을 접수했는데, 이 역시 위법수집 증거를 바탕으로 한 만큼 (고발장 등은) 증거능력이 없다"고 덧붙였다.

김 판사는 "형사소송법상 A씨에게 죄를 물을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