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지수는 올 들어서만 15% 이상 하락했다. 증시 여건이 악화된 것도 있지만 도덕적 해이도 또 다른 주가 하락의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코스닥시장은 올해 첫 거래일을 오스템임플란트 횡령 사건과 함께 열었다. 이어 신라젠 상장폐지 위기, 에코프로비엠 화재와 내부자 거래 의혹 등이 이어졌다. 증권가에서는 펀더멘털(기초체력)에 원인이 있는 게 아닌 만큼 도덕적으로 문제가 없으면서 실적이 탄탄한 종목에는 아직 기회가 있다고 조언한다.

사상 최대 실적 예상되는데…

올 들어 15% 뚝…코스닥 '도덕적 해이'로 흔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이날까지 외국인은 코스닥시장에서 2조800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외국인 순매도세에 코스닥지수는 연초 이후 지난 23일까지 15.2% 미끄러졌다. MSCI 글로벌 지수가 이 기간 9.1% 하락한 걸 감안하면 낙폭이 두드러진다. MSCI 선진국 지수와 신흥국 지수는 이 기간 각각 10.0%, 2.0% 떨어졌다. 전운이 감도는 러시아(-19.4%)를 제외하면 사실상 세계 최하위 수준인 셈이다. 금리 인상기 성장주 비중이 높은 코스닥이 조정을 겪는다는 걸 고려하더라도 중국 선전종합지수(-8.8%)보다 하락폭이 크다.

일각에서는 코스닥 부진의 원인으로 4분기 어닝쇼크를 기록한 기업이 많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지난 10년(2011~2020년 각 4분기)과 비교했을 때 작년 4분기 어닝쇼크 비율은 오히려 예년보다 낮았다. NH투자증권이 애널리스트의 실적 전망치가 존재하는 코스닥 상장사의 영업이익 전망치와 실제 영업이익 간 괴리율을 계산한 결과다. 올해 코스닥 영업이익 전망치도 14조원을 넘어서며 사상 최대치를 경신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개별 기업의 도덕적 해이 문제가 코스닥 전체의 저평가로 이어졌다는 진단이다. 김재은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닥의 부진은 지수 내 시가총액 상위 기업들을 중심으로 도덕적 해이 관련 여러 악재가 나타난 영향이 크다고 판단된다”며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강화된 분위기 속에서 경영진 및 기업의 부정과 관련된 이슈는 기업 가치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요소”라고 설명했다.

지금 매수 기회인 종목들은

하지만 기회도 있다. 도덕적 문제가 없고 기초체력이 탄탄한 코스닥 실적주들을 눈여겨볼 만하다. NH투자증권은 실적이 받쳐주는 기업 가운데 배당 성향을 늘리는 등 주주 환원 방안을 확대하거나 기업의 사정을 잘 아는 최대주주 등 임직원이 주식을 매수한 기업을 선별했다. LX세미콘 아프리카TV 티씨케이 대주전자재료 고영 하나머티리얼즈 파크시스템스 비에이치 쿠콘 등이다.

주당 배당금이 큰 폭으로 늘어난 기업으로는 LX세미콘이 있다. 2020년 기준 1350원(시가배당률 2.5%)을 배당한 이 회사는 지난해 기준 5400원(시가배당률 3.4%)을 배당한다고 공시했다. LX세미콘은 시스템 반도체 설계를 담당하는 팹리스다. 반도체 공급 부족의 혜택을 받으면서 2020년 942억원이었던 영업이익은 지난해 3696억원으로 급증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내년 영업이익 전망치는 3918억원이다. 이 회사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5.85배에 불과하다.

아프리카TV(2020년 650원→2021년 730원), 티씨케이(1100원→1430원), 하나머티리얼즈(300원→600원), 고영(110원→120원) 등은 시가배당률이 높은 편은 아니지만 지난해 호실적에 힘입어 주주 배당을 소폭 늘렸고, 내년 실적도 좋을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들이다.

고재연/구은서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