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대표적인 장기 미제 사건 중 하나인 '변호사 피살사건'의 피고인이 살인 혐의에 대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자 검찰이 항소했다.
제주지검은 살인과 협박 혐의로 구속기소 된 김모(56) 씨에게 협박 혐의만 인정해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한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고 24일 밝혔다.
검찰은 사실오인과 법리 오해, 양형부당 등을 항소 이유로 내세웠다.
김씨는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 협박 혐의에 대한 양형이 부당하다는 이유로 항소했다.
검찰 공소사실에 따르면 제주지역 조직폭력배 유탁파의 전 행동대원인 김씨는 1999년 8∼9월 "골치 아픈 문제가 있어 이 변호사를 손 좀 봐줘야겠다.
절대 봐주면 안 된다"라는 누군가의 지시와 함께 현금 3천만원을 받았다.
범행에 대한 모든 결정권을 위임받은 김씨는 동갑내기 조직원 손모 씨와 이 변호사를 미행하며 동선과 생활 패턴을 파악하고, 구체적인 가해 방법을 상의하는 등 범행을 공모했다.
이들은 검도유단자인 이 변호사를 제압하기 위한 범행도구를 결정했으며, 검사 출신인 이 변호사에게 단순 상해만 가했을 경우 사회적 파장이 일고 결국 덜미가 잡힐 것으로 보고 공모 단계에서 살해까지 염두에 뒀다.
손씨는 결국 같은 해 11월 5일 오전 3시 15분에서 6시 20분 사이 제주시 삼도2동 제주북초등학교 인근 노상에 있던 피해자를 발견하고 흉기로 피해자의 가슴과 복부를 3차례 찔러 살해했다.
이 사건은 김씨가 2020년 6월 SBS '그것이 알고 싶다'를 통해 살인을 교사했다고 자백하는 취지의 주장을 하면서 다시 수면 위로 떠 올랐다.
경찰은 곧바로 재수사에 착수해 지난해 4월 김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고 인터폴에 적색수배를 요청했다.
캄보디아에 체류하던 김씨는 지난해 6월 불법체류 혐의로 현지에서 검거됐으며, 같은 해 9월 제주로 압송됐다.
경찰은 김씨에 대해 살인 교사 혐의를 적용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지만, 검찰은 사건 당시 김씨가 구체적인 범행 지시를 내리는 등 범행에서 주요한 역할을 했다고 보고 공모공동정범 법리를 적용해 기소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성명불상의 인물이 발각될 위험을 감수하고 피고인에게 살인을 지시했을지부터가 의문"이라며 "피의자 진술 외 별다른 추가 증거가 없고, 검찰이 제시한 증거 중 상당 부분은 단지 가능성과 추정만으로 이뤄진 것이어서 이 부분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부분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간접증거만으로 유죄를 인정하려면 합리적인 의심이 들지 않을 정도로 사실이 증명돼야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다.
다만, 재판부는 피고인을 향해 "법률적 판단이 무죄라는 것"이라며 "그 이상은 설명하지 않겠다"고 여운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