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서류까지 통제…인권위, 수용자 허가 물품 구체화 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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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는 24일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중 수용자가 허가 없이 물품을 지니거나 주고받을 수 없도록 규정한 조항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법무부 장관에게 의견을 표명했다.
수용자인 A씨는 동료 수용자들과 함께 교도소장을 상대로 과밀수용에 따른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진행하면서 다른 수용자들로부터 소송 관련 서류를 전달받고, 교도소 직원 허가를 받아 이를 복사해 법원에 제출했다.
교도소장은 소송 관련 자료와 수입인지 등 물품을 허가 없이 받았다는 이유로 A씨와 다른 수용자들을 징벌 처분했다.
이에 A씨는 교도소장이 재판을 방해하고 공권력을 남용했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인권위는 A씨가 법원에 징벌 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한 데 따라 진정 사건은 각하하는 한편, 형집행법 시행규칙에 수용자에게 허가되는 물품 범위가 구체적이지 않아 교정시설장이 권한을 자의적으로 행사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의견을 표명했다.
형집행법 시행 규칙 제214조 제15호는 수용자의 규율 위반행위 중 하나로 '허가 없이 물품을 지니거나 반입·제작·변조·교환 또는 주고받는 행위'를 규정해, 수용자가 교정시설장의 허가를 받지 않은 물품을 지니면 규율 위반으로 징벌 처분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인권위는 "교정 시설의 안전과 질서유지가 저해됐는지에 대한 구체적 판단 없이 '교정시설장의 허가가 없었다'는 이유만으로 일률적으로 징계 대상을 정하면 수용자들에 대한 일반적 행동 자유권 침해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며 관련 규정 개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특히 인권위는 A씨의 사례에서 규율 위반행위로 판단된 소송 관련 서류는 관련 법에서 금지한 마약, 무기 등 물품에 해당하지 않는 것이 명백하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진정 사건은 교정 당국의 오랜 과제인 과밀수용에 대해 수용자들이 공동 대응 차원에서 실시한 집단 소송 성격을 띠지만, 피진정인은 소송 관련 자료 수수 등이 교정시설장 허가 없이 이뤄졌다는 이유만으로 일률적으로 징계 대상으로 삼았다"며 "일반적 행동 자유권을 침해하고 피해자들의 재판 받을 권리를 방해한 행위"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