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 국시 합격해 코로나전담병원 근무…이대, 3천680명 학위 수여
'금혼학칙'에 이화여대 떠났던 백미옥씨, 44년 만에 최고령 졸업
1978년 이화여대 간호학부에 입학했던 백미옥(63)씨는 1학년을 채 마치지 못하고 학교를 떠나야 했다.

결혼을 하게 됐기 때문이다.

이화여대는 당시 기혼자에게 입학·졸업은 물론 편입학 자격도 주지 않는 '금혼학칙'을 적용하고 있었다.

해방 직후인 1946년 결혼할 경우 학업을 중단해야 하는 여성들의 학습권을 보장하기 위해 제정된 이 학칙은 2003년에야 폐지됐다.

다른 대학에서 박사과정까지 수료했지만 이화여대를 졸업하지 못한 아쉬움이 남았던 백씨는 2018년 59세의 나이로 재입학했다.

다시 공부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지만 늘 강의실 맨 앞에 앉아 수업에 열중하며 지난달 치러진 제62회 간호사 국가시험에도 합격했다.

이달부터는 코로나전담병원 파견 간호사로 근무 중이다.

입학 44년 만에 최고령 졸업을 하게 되는 백씨는 학업을 마무리하기까지 도움을 준 교수와 동기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는 "(재입학 당시) 40년 만에 이화여대에 돌아오니 내 집에 온 느낌이었다"며 "나이가 들었지만, 열정만 있다면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날 수 있으며 열심히 노력하면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화여대는 이달 28일 열리는 '2021학년도 전기 학위수여식'에서 백씨를 비롯한 학사 2천511명, 석사 1천29명, 박사 140명 등 총 3천680명이 졸업한다고 23일 밝혔다.

최연소 졸업생은 만 20세 나이로 졸업장을 받는 컴퓨터공학전공 이경민 씨다.

이씨는 초등학교를 조기 입학한 뒤 2018년 대학에 입학했다.

휴학 없이 8학기만에 학업을 마쳤으며, 다음 달 이화여대 대학원 인공지능·소프트웨어학부에 진학해 학업을 이어간다.

이씨는 "학교에서 많은 것을 배워 나갈 수 있었던 것에 감사하고 앞으로 통신 분야 연구를 열심히 하고 싶다"고 했다.

한국 국적 학생들뿐 아니라 이화여대의 세계 여성인재 육성 프로그램 'EGPP'(Ewha Global Partnership Program) 장학생 6명도 이번에 졸업한다.

국적은 방글라데시, 베트남, 인도네시아, 키르기스스탄, 태국 등 5개국이다.

올해 학위수여식은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확산세를 고려해 주요 보직자, 졸업생 대표 등 소수 인원만 참석한 가운데 열리고 학교 공식 유튜브 채널로 생중계된다.

김은미 총장은 "136년 전 한국에 대해 잘 알지 못했던 외국의 선교사가 헌신해 설립한 이화의 역사처럼 졸업생들도 초연결성, 초세계화를 선도하며 세계 속에서의 역할과 소명에 대해 생각하고 실천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