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는 화이자의 5∼11세 백신과 관련해 지난해 12월 1일 사전검토에 들어가 이날 결론을 내렸다.
당국은 지난해 11월 3일(현지시간) 미국이 5∼11세 백신 접종을 승인하자 "소아 접종은 충분히 검토 후 결정한다"는 입장을 밝혔었다.
당국은 그동안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부작용 우려가 높은 상황에서 접종 연령을 5∼11세로 낮추는 방안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여왔다.
홍정익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 예방접종관리팀장은 지난해 12월 7일 백브리핑에서 5∼11세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대해 "12∼17세 때와 유사한 방식으로 전문가 자문과 연구용역, 실제 접종 여부를 결정할 학부모 의사 조사 등 충분한 조사가 있어야 한다"며 결정까지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식약처는 이날 5∼11세용 백신을 허가하며 "전문가들은 중앙약사심의위원회에서 임상시험 자료에서 확인한 안전성과 효과성을 인정할 수 있다고 의견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에 허가한 백신이 미국, 유럽연합, 영국, 스위스, 호주, 캐나다 등 62개국에서 허가 또는 긴급사용승인 등을 받아 5∼11세 코로나19 예방 목적으로 접종에 사용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 대유행 속에 소아·청소년 확진자 비율이 높아지면서 미접종군인 5∼11세 보호 대책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전날 0시 기준 신규확진자 중 0∼9세(15.41%)와 10∼19세(14.10%)가 차지하는 비중은 29.51%다.
하루 신규 확진자 3명 중 1명은 20세 미만 소아·청소년인 셈이다.
특히 지난주 0∼6세의 10만명당 발생률은 직전주 대비 2.2배(118.5명→265.2명)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가운데 5∼11세에 대한 백신 허가가 내려졌지만, 백신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작지 않다.
특히 청소년 백신 접종을 둘러싼 논란이 큰 상황에서 정부가 5~11세에 대한 접종을 무리하게 밀어붙였다가는 또다른 논란을 낳을 가능성도 크다.
지금도 청소년 접종을 강요하는 측면이 있다며 '청소년 방역패스'에 대한 거센 저항이 일어 전국에서 소송전이 벌어지고 있다.
16∼17세 접종은 지난해 10월 18일, 12∼15세 접종은 11월 1일 시작했는데 12∼17세 2차접종률은 63.3%(22일 0시 기준)로 18세 이상 접종률(96.0%)과 큰 차이가 있다.
식약처는 소아 백신의 부작용 우려에 대해 예방적 차원으로 심근염, 심장막염 등에 대한 안전성을 관찰하고 이상 사례를 수집하는 등 모니터링을 하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소아 백신 허가가 현재 폭증하는 코로나19 유행 상황을 진정하는데는 즉각적으로 큰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접종이 유행 정점 이후 시작될 가능성이 크다"며 "유행 상황에 도움이 되기보다는 그때까지 감염되지 않은 고위험군 아이들을 보호하는 정도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다음 달이 유행의 정점이 될 것으로 보이는데, 3주 간격으로 2회 접종하면 4월에야 완료될 것이다.
이미 유행이 다 지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백신에 저항감이 있는 부모도 있겠지만 일부 아이들에게는 접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고위험군 환아들에게는 이익이 더 클 수 있다"며 "접종을 강력하게 권고하기는 어렵겠지만 천식이 있거나 기저질환이 심각한 아이들, 중증 장애아들에게는 접종의 길을 빨리 열어주는 것이 중요했다"고 말했다.
최재욱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선천적, 후천적으로 폐질환이나 심장질환이 있어서 폐기능이 약한 아이들은 의사와 보호자의 동의, 판단하에 백신을 사용하는 것이 꼭 필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5∼11세는 면역체계가 발달·완성이 안 됐기 때문에 접종 후 효과와 부작용 등이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았았다"며 "정부는 아이들에게 방역패스를 적용하거나 접종을 어린이집 등원 조건으로 삼으면 절대 안 되고, 보호자와 주치의의 의학적 판단에 따라 쓰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