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분쟁지 돈바스 독립 선포 뒤 '평화유지군' 파견 명령
유엔 "우크라 주권 침해"…미국 등 대러제재 착수
좁아지는 외교의 문…"피바다" "제국주의" 안보리서 미·러 설전
러, 우크라 동부에 전격 군진입 명령…서방, 즉시 제재 대응(종합2보)
러시아가 2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 친러시아 지역의 분리독립을 선포하고 평화유지를 명분으로 러시아군을 투입하기로 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은 이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주권 침해이자 국제법 위반으로 간주하고 집단적 제재에 착수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초읽기에 들어간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면서 서방과 러시아의 군사 대치는 일촉즉발 수준으로 격화했다.


◇ 푸틴, 반군지역 독립·지원 밝힌 뒤 '평화유지군' 파병 지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1일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자칭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의 독립을 승인하는 대통령령에 서명했다.

그는 DPR, LPR 지도자와 우호·협력·원조에 관한 조약도 맺었다.

푸틴 대통령은 서명 수시간 후 자국 국방장관에게 우크라이나 영토인 이들 두 공화국에 '평화유지군'을 파견하라고 전격적으로 지시했다.

그는 이날 대국민담화에서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역사의 핵심적인 부분이며 동부는 러시아의 옛 영토"라며 국민이 자신의 결정을 지지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로이터 통신은 푸틴 대통령의 지시 뒤 이례적으로 긴 군사장비 행렬이 도네츠크를 지나 이동하는 장면이 포착됐다고 보도했다.

돈바스 지역 친러 분리주의 세력은 2014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병합하자 자신들도 독립하겠다며 국가 수립을 선언했다.

이 지역에선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반군의 8년간 분쟁이 이어졌다.

2015년 평화협정인 민스크 협정으로 대규모 교전이 중단됐으나 산발적 교전이 계속돼 지금까지 1만4천여명이 숨졌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가 어떤 성명을 내든 우크라이나의 국경은 그대로일 것"이라고 반발했다.

러, 우크라 동부에 전격 군진입 명령…서방, 즉시 제재 대응(종합2보)
◇ 유엔 "우크라 주권 침해"…미국 등 대러 제재 착수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성명을 통해 "러시아의 결정은 우크라이나 영토 보존과 주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러시아의 갑작스러운 결정에 경악한 서방은 곧 주권 침해와 국제법 위반의 책임을 물어 제재 방안 마련에 착수했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미국이 동맹과 공조해 22일 러시아에 새 제재를 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로이터 통신은 러시아의 국제결제 제한, 특정 기업과 개인의 미국 내 자산 동결, 첨단산업에 대한 수출규제 등 러시아 경제에 타격을 주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EU도 푸틴 대통령의 결정을 비판하며 러시아를 겨냥한 집단 제재 논의에 착수했다.

영국도 금융, 국방, 통신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러시아 기업인과 개인을 제재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세계 각국은 우크라이나 문제가 조속히 평화적으로 해결되도록 힘을 합쳐 노력해야 한다"며 "한국도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일원으로 이런 노력에 적극 동참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상임 이사국으로서 러시아와 밀착을 강화하고 있는 중국도 현 상황에 일단 우려를 표명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22일 전화통화에서 "모든 국가의 합리적 안보 우려가 존중받아야 하고, 유엔 헌장의 취지와 원칙도 반드시 수호해야 한다는 것이 중국의 일관된 입장"이라며 사태의 외교적 해결을 촉구했다.

러, 우크라 동부에 전격 군진입 명령…서방, 즉시 제재 대응(종합2보)
◇ 침공 가시화에 협상 전망은 암울…백척간두에 선 우크라이나
러시아가 작년 말부터 우크라이나 접경지역에 군대를 대규모로 증강하자 서방도 동유럽에 병력을 증파했다.

양측은 동시에 외교를 통한 해결책 마련에도 주력했으나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러시아는 나토의 동진, 특히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추진이 안보에 대한 위협이라고 주장하며 이를 중단하라고 서방에 요구했으나 서방은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의도가 없고 훈련이 끝나면 부대를 복귀시킬 것이라고 밝혔지만, 미국은 푸틴 대통령이 이미 침공을 결심했다며 언제라도 공격이 가능하다고 경계해 왔다.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의 분리독립을 선포하고 병력 투입을 지시함에 따라 긴장 고조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러시아 군대가 평화유지 명분이더라도 우크라이나 영토에 진입할 경우 무력분쟁과 함께 사태가 극도로 악화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미국은 21일 우크라이나 주재 대사관을 폴란드로 이동했다.

러, 우크라 동부에 전격 군진입 명령…서방, 즉시 제재 대응(종합2보)
푸틴 대통령의 이날 결정은 24일 예정된 미·러 외교장관 회담에도 악재로 관측된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유튜브 채널을 통해 러시아는 여전히 미국과 대화할 준비는 돼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21일 오후 늦게 유엔 본부에서 열린 안보리 긴급회의에서는 접점을 찾을 수 없는 설전이 오갔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대사는 "푸틴은 제국주의가 세상을 지배하던 시대로 시간을 되돌리고 싶어한다"고 비난했다.

바실리 네벤쟈 주유엔 러시아 대사는 "돈바스가 피바다가 되도록 하는 것은 우리 의도가 아니다"며 "서방이 우크라이나가 군국주의적 계획을 버리게 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러시아의 침공 자제를 전제로 프랑스가 주선해 타진되는 미·러 정상회담이 성사될 가능성도 작아지고 있다.

미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러시아가 군사행동을 할 것처럼 보이는 상황에서 군사행동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데 근거를 둔 정상회담을 약속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러, 우크라 동부에 전격 군진입 명령…서방, 즉시 제재 대응(종합2보)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