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광물 수출국인 러시아가 전운(戰雲)에 휩싸이면서 세계 원자재시장과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주가는 급락하고, 원유 등 원자재 가격은 급등하고 있다. 긴장이 장기화하거나, 전쟁이 발발하면 글로벌 경제는 더 큰 충격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수위가 지금보다 높아지면 당분간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 있는 자칭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의 독립을 승인했다. 이후 이 지역에 러시아군을 투입하라고 명령했다.

각국 증시는 크게 하락했다. 러시아 대표지수인 모엑스는 이날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합병했던 2014년 이후 가장 큰 폭(10.5%)으로 떨어졌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증시도 전쟁 공포감에 일제히 급락했다. 22일 코스피지수는 1.35% 내린 2706.79로 마감했다. 장중 2700선을 내주며 2690.09까지 하락했다. 일본 닛케이225지수와 중국 상하이지수는 각각 1.71%, 0.96% 떨어졌다. 홍콩 항셍지수는 2.82%까지 낙폭을 키웠다.

원자재 가격도 크게 출렁였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도네츠크와 루간스크의 독립을 승인하자 영국 런던 ICE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는 1.98% 뛰었다. 대통령의 날을 맞아 휴장한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선 서부텍사스원유(WTI) 선물 가격이 2.79달러(3.06%) 뛴 배럴당 93.85달러까지 올랐다. 니켈 가격 역시 t당 2만4870달러로 치솟으면서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은 러시아의 국제법 위반으로 보고 러시아 제재 방침을 밝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DPR과 LPR에 미국인의 신규 투자와 무역, 금융 등을 금지하고 이 지역 인사들을 제재하는 행정명령을 내린 상태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지난해 9월 완공돼 가동을 앞둔 독일~러시아 간 천연가스관인 ‘노르트스트림2’의 사업 인증 절차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공사비 110억달러 중 절반을 러시아 국영 에너지기업 가스프롬이 부담한 프로젝트다. 영국은 러시아 은행 다섯 곳과 거대 자산가 3명에 대해 제재를 가하기로 했다. 유럽연합(EU)은 러시아에 대해 집단 제재로 대응하겠다고 경고했다.

박재원 기자/워싱턴=정인설 특파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