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19 응급환자 관리 업무를 담당하던 경기 용인시 기흥보건소 소속 30대 여성 공무원이 과로로 쓰러진 뒤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한 서울의 한 보건소 관계자는 22일 이렇게 말했다.
감염병관리팀 소속 직원 A(55)씨는 "체감상 1월과 비교하면 업무량과 강도가 50%는 늘었다.
직원들도 많이 피곤해하고 체력과 면역력이 저하되다 보니 확진되는 경우도 나왔다"며 "책임감과 정신력으로 버티고 있지만 이 상태로 계속 가면 우리 직원도 얼마든지 그렇게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날 오전 10시께 찾은 용산구청 선별진료소도 분주했다.
시민들은 신속항원검사와 PCR(유전자증폭)검사를 각각 받으러 왔고, 동선 안내부터 검사 후 귀가까지 어느 하나 보건 인력들이 필요하지 않은 과정은 없었다.
관계자 B(24)씨는 "이달 초부터 방역체계가 바뀌고 확진자가 늘면서 PCR 검사를 받는 인원이 엄청나게 증가해 온종일 끊이지 않는다"며 "방문자 중 누가 PCR을 받아야 하고 누가 신속항원검사를 받아야 하는지도 의료진이 직접 일일이 가려야 해서 그 점이 가장 힘들다"고 말했다.
같은 보건소에서 재택치료 업무를 담당하는 한 직원도 1월 기준으로는 관리 중이던 재택치료 환자가 600명이었는데, 전날 기준으로 2천700명까지 늘었다고 호소했다.
이 직원은 "체력적인 부담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한 마디로 '이제 더는 못하겠다'이다.
지난해 10월부터 매달 '더 힘들어질 수는 없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는 그 이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장 큰 고충은 정부 지침이 너무 빨리, 자주 바뀌어서 숙지할 시간이 전혀 없다는 것"이라며 "지침 교육받을 시간도 없이 현장에 투입되니 우왕좌왕하게 되고, 재택치료 환자들도 보건소에 대한 신뢰가 많이 떨어졌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최근에는 재택치료 환자 중 방역 당국의 연락과 재택치료에 필요한 키트를 제때 받지 못해 불안해하는 경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여기에 재택치료를 받던 환자가 사망하는 사례까지 최근 잇따라 발생하면서 관리 체계 '구멍'을 지적하는 여론이 커지는 것 또한 보건소 공무원이나 의료진에게는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
또 다른 서울 시내 보건소 선별진료소에 파견 나온 간호사 허모(29) 씨도 하루 200명가량을 혼자 검사한다고 밝혔다.
허씨는 "야외에서 검사하니까 히터를 켜고 있어도 너무 춥고, 집에 가면 거의 쓰러져서 잠만 잔다"며 "감염 위험에도 노출돼 자가검사키트로 검사도 자주 하게 된다.
옆 보건소에서는 검사하는 간호사가 확진됐다고 들어 불안이 크다.
함께 사는 가족이 걸릴까 봐 집에서 마스크를 쓰고 잘 때도 있다"고 했다.
그는 용인시 기흥보건소 소속 공무원이 쓰러진 소식도 언급하면서 "재택치료 환자를 응대하는 업무 과중이 심해 정말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같은 보건소의 또 다른 간호사 박모(29)씨는 "PCR 검사를 할 때 아프다고 소리를 지르며 화내는 분들이 너무 많다.
구강 검사는 특수한 경우에 한정해서 해야 하는데 무조건해달라고 하는 경우도 많다"면서 "신체적 정신적 피로감이 누적돼 집에 가면 쓰러져 잠들기 일쑤고 다른 일을 하고 싶은 의욕도 들지 않는다"고 한숨을 쉬었다.
코로나19 방역 최일선인 보건소 직원들이 지쳐가자 방역당국은 인력을 확충하겠다고 밝혔다.
박향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보건소) 직원 1명당 확진자 20~25명 기초조사를 소화하는 것을 미니멈(한도)으로 봤는데 현재 (직원 1명당) 확진자 30명 이상을 소화하는 보건소도 상당수 있다"라면서 "행정안전부와 협조해 인력이 부족한 곳에 빨리 추가배정을 하려 한다"라고 말했다.
박 반장은 "자치구 등의 행정요원들이 이쪽으로 배정될 수 있으면 빨리 조처해달라고 당부하고 있다"라면서 "최대한 많은 인력이 투입되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