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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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동계올림픽 대표선수들은 200% 성과를 냈습니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한국인의 DNA가 빛났습니다.”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한국선수단장을 맡은 윤홍근 대한빙상경기연맹 회장(제너시스BBQ 회장·사진)은 20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그간의 모든 회한을 날려버리고 진정한 스포츠맨십을 보여줘 고맙고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빙상연맹은 평창 동계올림픽 이후 회장단 교체, 관리단체 지정 등의 시련을 겪으며 한때 와해 직전의 위기를 맞았다. 쇼트트랙 여자대표팀 선발전에서 1위를 차지했던 심석희 선수는 대표팀에서 제외됐고, 대회 직전까지 “감독도 없이 출전하느냐”는 비판까지 들어야 했다. 올림픽 초반엔 중국의 ‘홈 텃세’에 어이없는 편파 판정까지 당했다.

하지만 이 모든 시련과 위기를 극복하고 극적인 ‘반전 드라마’를 썼다. 황대헌 선수가 남자 1500m에서 압도적 레이스로 첫 금메달을 차지한 게 반전의 계기였다. 이어 최민정 선수도 메달 레이스에 합류했다. 한국 쇼트트랙은 금메달 2개(남자 1500m 황대헌·여자 1500m 최민정), 은메달 3개(남자 5000m 계주·여자 3000m 계주·여자 1000m 최민정)를 따내며 대회 출전국 중 가장 좋은 성적을 거뒀다.

윤 회장은 경기 초반 편파 판정에 대한 강력한 항의로 선수단의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그는 “청춘들의 4년을 날려버릴 위기를 미리 차단하지 못해 미안한 마음에 신속하고 강력한 조치를 취했다”며 “일련의 조치들이 심판 교체 등으로 이어져 선수들이 마음껏 기량을 펼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냈다”고 평가했다.

빙상연맹은 편파 판정 직후 국제빙상경기연맹(ISU)과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항의 서한을 전달하고, IOC 위원장을 만났다.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제소하겠다며 기자회견도 열었다.

윤 회장은 무엇보다 선수들에 대한 배려를 최우선에 뒀다. 그는 “선수들 기를 살려주는 게 유일한 임무”라며 “‘연습은 실전처럼, 실전은 연습처럼 부담 갖지 말고 마음껏 기량을 펼치라’고 격려했다”고 말했다.

윤 회장은 2005년 서울 스쿼시연맹 회장으로 체육계에 인연을 쌓기 시작, 배구 등을 후원하며 스포츠 저변 확대에 힘써왔다. 2020년 12월부턴 빙상연맹 회장직을 맡았다. 당시는 연맹이 극심한 내홍을 겪고 있을 때였다. 제의를 수락한 이유에 대해 그는 “빙상계 관계자들과 특별한 인연이 없기 때문에 문제를 원칙적이고 투명하게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1년여간 빙상연맹 정상화에 집중했지만 윤 회장의 본업은 ‘치킨사업’이다. 국내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점 수 1위 치킨 브랜드 BBQ의 모회사인 제너시스BBQ를 운영하고 있다. 윤 회장은 “2025년까지 세계에 5만 개 매장을 열어 BBQ를 ‘맥도날드를 능가하는 글로벌 프랜차이즈’ ‘포스트 삼성전자’로 키우는 게 꿈이자 비전”이라고 강조했다. BBQ는 2003년 중국 진출을 시작으로 현재 57개국에서 500여 개 가맹점(지난해 말 기준)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는 글로벌 매장을 1000개로 두 배 늘린다는 계획이다. 매출 목표도 지난해보다 50% 늘어난 6000억원으로 잡았다. BBQ는 동계올림픽 기간 한국 선수가 출전하는 경기가 있는 날마다 황금올리브 치킨을 제공하는 행사를 열었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