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수능에 이과생 수학점수로 '문과침공'…"대입 불확실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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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8개 주요대 인문계열 이과생 지원 절반 이상"…"갈수록 늘 것"
'수능만 통합'·대학서열화 현실 속 문과생 입시문 좁아져 지난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처음으로 문·이과 통합으로 치러진 여파로 올해 정시모집에서 이과 학생의 '문과침공'이 현실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능에서 미적분이나 기하를 선택한 이과 학생이 높은 수학 점수를 바탕으로 상위권 대학 인문계열에 대거 지원해 합격한 것이다.
◇ 서울 주요대 인문계열 이과생 교차지원 비율 3분의 2 이상
20일 2022학년도 정시 지원 분석 결과를 보면 서울 주요 대학 인문계에 교차지원한 비율이 대학별로 높게는 80%에 달했다.
서울시교육청 중등진학지도연구회가 올해 서울 주요 대학 정시모집 인문계열 지원자 1천630명을 대상으로 이과생 교차지원 비율을 분석했더니 서울 22개 주요 대학 중 8개 대학 인문계열서 이과생 교차지원 비율이 절반 이상이었다.
서강대(80.3%), 서울시립대(80.00%), 한양대(74.46%), 연세대(69.6%), 중앙대(69.31%)에서 교차지원 비율이 매우 높게 나타났다.
경희대(60.61%), 건국대(60.61%), 서울대(60.00%) 등도 이과생의 문과 교차지원 비율이 3분의 2에 육박했다.
입시업체 분석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진학사가 자사 정시 점수공개 이용자 중 수능 과학 탐구 영역을 응시한 학생이 서울대 인문계열 모집단위에 지원한 비율은 지난해 0%에서 올해 27%까지 상승했다.
진학사 점수공개 이용자 중 연세대 교차지원 비율은 48.81%, 고려대 42.02%로 역시 높게 나타났다.
서강대는 63.51%, 한양대는 56.60%, 서울시립대는 55.83%, 중앙대는 49.85%로 서울 주요 대학 중 다수에서 이과생의 인문계열 교차지원이 절반을 넘었다.
이과 학생들의 교차 지원이 실제 합격으로 이어진 사례도 많았다.
종로학원에 따르면 수능 점수가 경희대 물리·건국대 컴퓨터공학과 지원 가능권인 자연계열 학생이 연세대 경영학과에 합격하고, 동국대 자연계열 지원 가능권 학생이 고려대 인문계열에 합격하는 등 수십 명의 실제 합격 사례가 있었다.
이는 정시 추가모집 학생 수에도 영향을 미쳤다.
종로학원이 올해 정시 일반전형 1, 2차 추가 합격자 현황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정시 추가모집 인원은 서울대 150명, 연세대 538명, 고려대 334명이었다.
서울대의 경우 전년보다 76명, 연세대는 73명, 고려대는 93명 증가한 것이다.
이처럼 추가모집 인원이 늘어난 것은 이들 대학 인문계열과 다른 대학 의약계열에 중복으로 합격한 이과 학생들이 의약계열을 택하면서 추가 합격자가 발생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 교차지원 많아지면서 수험생도 혼란…재수생 증가할 듯
입시업계에서는 이과생의 '문과침공'은 예견됐던 것으로, 앞으로 더 가속할 것으로 예상한다.
그 과정에서 수험생들의 혼란 또한 커질 것으로 보인다.
교과과정과 수능에서 문·이과 통합은 수년 전부터 예고됐지만, 고등학교 수업 운영부터 주요 대학들의 모집, 나아가 대학 서열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그대로라 학생 선택권 확대, 융합형 인재 교육이라는 취지를 살릴 실질적인 여건이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주요 대학들은 학과에 인문·자연계열 구분을 그대로 두고 자연계열 학과에는 미적분이나 기하, 과학탐구 2과목을 선택하도록 하고 있어 문과 학생들의 이과 교차 지원은 많지 않다.
제2외국어·한문 성적을 활용하는 서울대를 제외하면 주요 대학의 인문계열 학과에는 별다른 장치가 없어 더 상위권 대학으로 진학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이과 학생의 교차 지원이 앞으로 더 늘어날 동력은 충분하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기존 대학 모집인원은 문과와 이과가 5대 5로 비슷한 상황이었다면, 통합 수능으로 이과 학생들에게는 서울 주요 대학의 모집 규모가 20% 정도 더 커진 상황"이라며 "올해 재수를 결심한 학생 중에서도 이과인데 문과로 교차지원할 것이라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이과 학생들로서는 선택의 폭이 커졌으나 문과 학생은 이에 밀려 대입 문이 더 좁아지는 결과가 된 셈이다.
이는 재수생 증가로도 이어질 수 있다.
대학들도 교차지원시 과학탐구 과목에 변환표준점수를 어떻게 적용할지 등을 포함한 전형계획과 관련해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다.
교차 지원을 한 이과 수험생들이 등록하더라도 다른 이과 계열 학과를 겨냥해 '반수'를 할 가능성도 상당하므로 대학으로서는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학들이 대입 전형에 변화를 준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다.
서울대는 내년도 정시 모집에서는 교과 이수 성적, 세부능력·특기사항 등 학교생활기록부 교과학습발달상황을 반영할 예정이다.
자연계열 학생들이 인문계열 모집단위에 지원할 경우 교과평가에서 낮은 등급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수험생들은 벌써 올해 대학들의 정시 모집방식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수험생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과 교차지원의 영향이 얼마나 더 영향이 있을까", "교차지원 때문에 올해 정시 모집방식이 바뀔 것 같나.
바뀌지 않으면 중위권 문과는 힘들어질 것 같다"는 글들이 다수 올라왔다.
학부모들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문과생은 정시로는 대학을 가기 힘들고 목숨 걸고 수시로 붙어야 한다"는 한탄까지 나온다.
고3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국어와 영어는 문-이과 점수 차가 크지 않지만 수학은 범위도 다르고 점수 차이도 있으니 문·이과 통합은 처음부터 문과에 많이 불리한 조건이었다"며 "고교학점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돼야 문·이과 구분이 없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고3과 중3 자녀를 둔 다른 학부모는 "수학부터 잡아야 선택지가 넓어지는 것 같다"고 했다.
임성호 대표는 "지난해 통합형 수능으로 컨설팅 문의가 2배 이상 폭증했다"며 "입시의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정시 원서 내기가 갈수록 어려워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연합뉴스
'수능만 통합'·대학서열화 현실 속 문과생 입시문 좁아져 지난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처음으로 문·이과 통합으로 치러진 여파로 올해 정시모집에서 이과 학생의 '문과침공'이 현실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능에서 미적분이나 기하를 선택한 이과 학생이 높은 수학 점수를 바탕으로 상위권 대학 인문계열에 대거 지원해 합격한 것이다.
◇ 서울 주요대 인문계열 이과생 교차지원 비율 3분의 2 이상
20일 2022학년도 정시 지원 분석 결과를 보면 서울 주요 대학 인문계에 교차지원한 비율이 대학별로 높게는 80%에 달했다.
서울시교육청 중등진학지도연구회가 올해 서울 주요 대학 정시모집 인문계열 지원자 1천630명을 대상으로 이과생 교차지원 비율을 분석했더니 서울 22개 주요 대학 중 8개 대학 인문계열서 이과생 교차지원 비율이 절반 이상이었다.
서강대(80.3%), 서울시립대(80.00%), 한양대(74.46%), 연세대(69.6%), 중앙대(69.31%)에서 교차지원 비율이 매우 높게 나타났다.
경희대(60.61%), 건국대(60.61%), 서울대(60.00%) 등도 이과생의 문과 교차지원 비율이 3분의 2에 육박했다.
입시업체 분석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진학사가 자사 정시 점수공개 이용자 중 수능 과학 탐구 영역을 응시한 학생이 서울대 인문계열 모집단위에 지원한 비율은 지난해 0%에서 올해 27%까지 상승했다.
진학사 점수공개 이용자 중 연세대 교차지원 비율은 48.81%, 고려대 42.02%로 역시 높게 나타났다.
서강대는 63.51%, 한양대는 56.60%, 서울시립대는 55.83%, 중앙대는 49.85%로 서울 주요 대학 중 다수에서 이과생의 인문계열 교차지원이 절반을 넘었다.
이과 학생들의 교차 지원이 실제 합격으로 이어진 사례도 많았다.
종로학원에 따르면 수능 점수가 경희대 물리·건국대 컴퓨터공학과 지원 가능권인 자연계열 학생이 연세대 경영학과에 합격하고, 동국대 자연계열 지원 가능권 학생이 고려대 인문계열에 합격하는 등 수십 명의 실제 합격 사례가 있었다.
이는 정시 추가모집 학생 수에도 영향을 미쳤다.
종로학원이 올해 정시 일반전형 1, 2차 추가 합격자 현황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정시 추가모집 인원은 서울대 150명, 연세대 538명, 고려대 334명이었다.
서울대의 경우 전년보다 76명, 연세대는 73명, 고려대는 93명 증가한 것이다.
이처럼 추가모집 인원이 늘어난 것은 이들 대학 인문계열과 다른 대학 의약계열에 중복으로 합격한 이과 학생들이 의약계열을 택하면서 추가 합격자가 발생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 교차지원 많아지면서 수험생도 혼란…재수생 증가할 듯
입시업계에서는 이과생의 '문과침공'은 예견됐던 것으로, 앞으로 더 가속할 것으로 예상한다.
그 과정에서 수험생들의 혼란 또한 커질 것으로 보인다.
교과과정과 수능에서 문·이과 통합은 수년 전부터 예고됐지만, 고등학교 수업 운영부터 주요 대학들의 모집, 나아가 대학 서열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그대로라 학생 선택권 확대, 융합형 인재 교육이라는 취지를 살릴 실질적인 여건이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주요 대학들은 학과에 인문·자연계열 구분을 그대로 두고 자연계열 학과에는 미적분이나 기하, 과학탐구 2과목을 선택하도록 하고 있어 문과 학생들의 이과 교차 지원은 많지 않다.
제2외국어·한문 성적을 활용하는 서울대를 제외하면 주요 대학의 인문계열 학과에는 별다른 장치가 없어 더 상위권 대학으로 진학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이과 학생의 교차 지원이 앞으로 더 늘어날 동력은 충분하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기존 대학 모집인원은 문과와 이과가 5대 5로 비슷한 상황이었다면, 통합 수능으로 이과 학생들에게는 서울 주요 대학의 모집 규모가 20% 정도 더 커진 상황"이라며 "올해 재수를 결심한 학생 중에서도 이과인데 문과로 교차지원할 것이라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이과 학생들로서는 선택의 폭이 커졌으나 문과 학생은 이에 밀려 대입 문이 더 좁아지는 결과가 된 셈이다.
이는 재수생 증가로도 이어질 수 있다.
대학들도 교차지원시 과학탐구 과목에 변환표준점수를 어떻게 적용할지 등을 포함한 전형계획과 관련해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다.
교차 지원을 한 이과 수험생들이 등록하더라도 다른 이과 계열 학과를 겨냥해 '반수'를 할 가능성도 상당하므로 대학으로서는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학들이 대입 전형에 변화를 준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다.
서울대는 내년도 정시 모집에서는 교과 이수 성적, 세부능력·특기사항 등 학교생활기록부 교과학습발달상황을 반영할 예정이다.
자연계열 학생들이 인문계열 모집단위에 지원할 경우 교과평가에서 낮은 등급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수험생들은 벌써 올해 대학들의 정시 모집방식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수험생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과 교차지원의 영향이 얼마나 더 영향이 있을까", "교차지원 때문에 올해 정시 모집방식이 바뀔 것 같나.
바뀌지 않으면 중위권 문과는 힘들어질 것 같다"는 글들이 다수 올라왔다.
학부모들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문과생은 정시로는 대학을 가기 힘들고 목숨 걸고 수시로 붙어야 한다"는 한탄까지 나온다.
고3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국어와 영어는 문-이과 점수 차가 크지 않지만 수학은 범위도 다르고 점수 차이도 있으니 문·이과 통합은 처음부터 문과에 많이 불리한 조건이었다"며 "고교학점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돼야 문·이과 구분이 없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고3과 중3 자녀를 둔 다른 학부모는 "수학부터 잡아야 선택지가 넓어지는 것 같다"고 했다.
임성호 대표는 "지난해 통합형 수능으로 컨설팅 문의가 2배 이상 폭증했다"며 "입시의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정시 원서 내기가 갈수록 어려워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