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학회·동아대젠더어펙트연구소·성폭력상담소 토론회 '성폭력 피해' 김지은씨 "악플 처벌 강화·2차가해 방지 노력해야"
'이대남(20대 남성) 현상'과 '여성가족부 폐지'가 이번 대선의 주요 쟁점이 된 가운데 페미니즘 정치의 대안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한국여성학회와 동아대젠더어펙트연구소, 한국성폭력상담소는 19일 서울여성플라자 국제회의실에서 '세대와 젠더분열을 넘는 페미니스트 주권자행동 포럼 : 미투에서 대선까지'를 주제로 시국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에서 권명아 동아대 국문과 교수는 "이대남 담론은 정당 정치 조직의 지지율 관리를 위해 만들어진 도구"라며 "이대남 담론은 반페미니즘을 선거 전략으로 적극 활용한 지난해 4·7 보궐 선거 이후 강화돼 현재 더 힘을 발휘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권 교수는 우선 '여성할당제 폐지' 등을 골자로 하는 보수 진영의 반페미니즘 주장에 대해 "할당제 폐지론자들은 '고용 없는 성장' 시대의 고용 구조를 어떻게 바꿀지 대안을 제시한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2030 세대가 겪는 취업난 등 구조적 문제의 원인을 여성들 탓으로 돌리면서 고용 없는 성장에 대한 문제의식, 불평등의 구조적 모순에 대한 문제의식이 자취를 감추게 됐다는 것이다.
권 교수는 권력형 성범죄 사건에서 드러난 진보 진영의 태도도 문제 삼았다.
그는 "진보 진영'은 권력형 성폭력 사건으로 실추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하기보다, 비판 세력의 신뢰를 공격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고 꼬집었다.
이어 "성폭력을 부정하고, 페미니즘을 부정하면서 '진영'을 지켰다고 생각했지만, 이 과정에서 모든 주권자는 이들이 지키고자 하는 건 '진보의 가치'도, 윤리나 염치도 아닌 정권뿐이라는 걸 적나라하게 확인하게 됐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권 교수는 "정치권은 정권 획득을 위해 반페미니즘 전략을 적극 채용했고 이대남, 젠더 갈등, 극단적 페미니즘 등의 담론으로 주권자들을 탈정치화하도록 몰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미투 운동 이후 나타난 '2차 가해' 등 백래시(반동) 현상과 과제에 대한 논의도 이뤄졌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폭력 사건 피해자인 김지은씨는 이날 토론회에 발제문을 보내 "2018년 3월 5일 미투 이후 단 한 순간도 마음 편할 날이 없었다"며 "2019년 9월 9일 가해자의 유죄가 확정되고 가해자는 감옥에 갔지만, 피해자는 간절히 원했던 일상으로 되돌아갈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가해자와 가해자가 속해있던 조직은 여전히 반성하지 않고 범죄의 책임, 피해자에 대한 사과 등 일상 회복에 대한 노력을 회피하고 있다"며 "민사 소송은 '피해자다움'을 규정하는 사회적 편견에 부딪혀있고, 피고 측은 형사 재판으로 선고된 범죄에 대해서도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주장과 무리한 정보 요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특히 "인간의 존엄과 생명에 위협을 가하는 악플은 심각한 범죄"라며 "악플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이고, 수사 기관의 단호하고도 엄중한 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성범죄 관련 기사의 경우 댓글 기능을 비활성화해 온라인에서 발생하는 추가적인 2차 피해에 노출되지 않도록 사전에 방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포털의 적극적인 대응 노력을 주문했다.
이어 "위력 성폭력은 개인 간의 일대일 싸움이 아니라 권력구조의 불평등에 맞서는 사회적 싸움"이라며 "그 싸움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용기와 연대'라는 구조로 대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