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라미니 주한 남아공 대사 두 딸, 만델라 전 부인 위니 집 박물관 조성 추진
만델라 손녀들 "아파르트헤이트 투쟁서 가려진 여성들 기릴 것"
"지금까지 남아프리카공화국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정책) 투쟁 역사에서 거리, 기념비, 동상, 건물 등은 주로 남성들만 기렸지, 그 뒤에서 희생한 수많은 여성은 제대로 조명을 받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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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공의 첫 흑인 대통령인 넬슨 만델라의 두 손녀인 자지웨 마나웨이(44)와 자마스와지 만델라(43)는 17일(현지시간) 기자와 만나 만델라의 둘째 부인 위니 마디키젤라를 비롯해 여성들의 운동사를 기리는 컬렉션을 만들 것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날 인터뷰는 올해 한-남아공 수교 30주년인 가운데 두 손녀가 박철주 주남아공 대사와 한인회 및 지상사협의회 대표 등을 자신들의 할머니였던 위니의 집으로 함께 초청한 것을 겸해서 이뤄졌다.

2층 양옥 형태인 위니 집은 소웨토에 있으며 만델라의 직계자손 가족은 4대까지 100명이 넘는다.

두 손녀는 만델라 전 대통령의 장녀인 제나니 노시츠웨 들라미니 주한 남아공 대사의 큰딸과 작은 딸이다.

들라미니 대사는 현재 남아공에 체류 중이나 개인 사정 때문에 함께 하지는 못했다.

자마스와지는 만델라가 위니의 27년간에 걸친 옥바라지 끝에 1990년 석방된 후 얼마 동안 이곳에서 함께 살았다면서 "이 집에서 할아버지를 위한 석방 협상은 물론이고 석방 후에도 남아공의 진로를 결정할 크고 작은 회의들이 열려 우리는 집안의 콘퍼런스룸을 '남아공 의회'라고 불렀다"고 소개했다.

그는 그러나 "할아버지 만델라를 비롯해 아파르트헤이트 투사들은 대부분 남성 중심으로 기억되고 있다"면서 "이 집을 박물관, 식당, 극장 등으로 개조해 여성 투사들을 기리고 힐링(치유) 공간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들 자매와 함께 프로젝트를 추진 중인 니콜라스 울프도 "아파르트헤이트 당시 흑인 여성들은 여성이자 엄마, 주부, 운동가로서 뒤에서 고통과 희생을 묵묵히 감당해냈다"면서 "비인간적 대우를 당하고 심지어 성폭행을 당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백인인 울프는 아버지 해롤드가 공산당원 출신으로 만델라의 변호사 역할을 했다.

그러면서 1994년 민주화 이후 오늘날까지 집권 아프리카민족회의(ANC)는 주민들에게 전기와 물 등 기본적인 서비스를 제대로 제공하지 못할 정도로 변명할 여지 없이 실패했다면서 이럴 때일수록 역사를 잊지 말아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위니의 집과 그 주변을 남아공인의 정체성을 형성한 아파르트헤이트 및 반식민지 투쟁 기억의 공간으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2008년 한국을 방문하기도 한 위니는 현재 집에서 2018년까지 살다가 별세했다.

만델라 손녀들 "아파르트헤이트 투쟁서 가려진 여성들 기릴 것"
자마스와지는 "할머니는 수집벽이 있다 싶을 정도로 아파르트헤이트 투쟁에 관한 모든 것을 모아놨다"라면서 "현재 만델라 재단 수장고에 보관돼 있으며 나중에 이것들을 가져다가 이곳을 채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만델라와 위니가 남아공 민주화 즈음에 강경투쟁 노선을 놓고 서로 의견이 갈려 결국 1996년 이혼한 것과 관련, "할머니는 끝까지 이곳 소웨토에 살면서 민중들과 함께했다"면서 "사람들이 누구나 접근 가능한 정치인으로 살았다.

할머니와 남아공 민주주의를 분리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어머니 들라미니 대사가 한국 생활을 너무 좋아한다면서 자신도 한국 영화 '기생충'을 재밌게 봤는데 스토리와 캐릭터가 좋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아울러 자매들이 가진 화장품의 절반은 한국산이라면서 '최고'라고 칭찬했다.

만델라 손녀들 "아파르트헤이트 투쟁서 가려진 여성들 기릴 것"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