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재판부 "업무상 과실 인정할 증거 부족하다"
산불이재민 "이해할 수 없는 판결…포기 않겠다"

2019년 4월 강원 고성군에서 발생한 산불과 관련, 업무상실화 등의 혐의로 기소된 전·현직 한전 관계자들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고성산불' 전·현직 한전 관계자 전원 무죄(종합)
춘천지방법원 속초지원 형사부(재판장 안 석)는 17일 오후 형사법정에서 열린 고성산불 피고인 1심 선고공판에서 전·현직 한전 관계자 7명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에서 "하자로 인해 전선이 끊어져 산불이 발생한 점은 인정되나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 절차상 하자를 발견하고 적절한 조처를 하지 않고 게을리한 업무상 과실이 있었다거나 그 업무상 과실로 인해 전선이 끊어져 산불이 발생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이같이 선고했다.

재판부는 전신주 하자 및 하자로 인한 단선 여부에 대해 "데드엔드클램프에 스프링워셔가 빠져있었던 설치상의 하자가 존재했고 그로 인해 체결부의 유지력이 저하돼 너트가 풀리게 됐으며 이와 같은 상태에서 바람 등에 의한 진동으로 전선이 미끄러지면서 전선에 마모 피로가 발생해 단선이 일어났다"고 밝혔다.

하지만 "검사가 주장하는 하자들은 증거가 부족하다"며 인정하지 않았다.

또 피고인들의 하자 방치 등 업무상 과실과 이에 따른 산불 여부에 대해서는 "안전검사를 잘못 수행했다는 과실이 있다고 보기에 증거가 부족할 뿐 아니라 전주 위치 때문에 전선이 단선됐다고 볼수 없고 경과지 변경(전주 이전) 공사가 지연된 것과 산불 발생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존재한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결했다.

이밖에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 만으로는 2018년 8월 7일 열화상 진단을 통해 전신주에서 발견된 하자가 시정되지 않았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피고인들이 방만하게 순시를 해 하자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인정하기에도 증거가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판결선고와는 별도로 "한전과 정부 지자체는 주민들의 피해가 신속하게 복구될 수 있도록 힘써달라"고 주문했다.

산불이재민들은 재판부의 이 같은 무죄 선고에 대해 강력하게 반발했다.

법정에서 재판과정을 지켜본 이재민들은 선고가 끝난 후 "이해할 수 없는 판결"이라며 재판부를 향해 불만을 쏟아내고 재판장 면담을 요구하며 법원 청사 진입을 시도하기도 했다.

산불대책위원회 김경혁 대표는 "완전히 잘못된 판결"이라며 "제대로 된 수사와 재판이 이뤄질 때까지 이재민들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검찰은 2019년 4월 4일 고성산불과 관련, 전신주 하자를 방치해 끊어진 전선에서 발생한 아크불티가 확산하면서 809명이 소유한 899억8천여만원 상당의 건조물 등을 태우고 산림 1천262㏊를 불타게 함과 동시에 주민 2명에게 상해를 입힌 혐의(업무상 실화 등)로 전·현직 한전 관계자 7명을 지난해 1월 불구속기소 했다.

지난 4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이들에 대해 징역 1년 6월에서 벌금 300만 원을 각각 구형했었다.

검찰은 판결문을 분석해 항소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