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뷰] 고선웅 연츨 '회란기', 700년前 원작…시대를 뛰어넘은 은유의 향연
연출가 고선웅이 신작 연극 ‘회란기’를 다음달 5~20일 서울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무대에 올린다. 700년 전 고전을 원작으로 하면서도 현 시대를 떠올리게 하는 은유의 향연이 펼쳐진다.

회란기는 고선웅 연출이 ‘조씨고아-복수의 씨앗’ ‘낙타상자’에 이어 세 번째로 선보이는 중국 고전 작품이다. 그는 2015년 초연된 ‘조씨고아-복수의 씨앗’으로 대한민국연극대상 대상, 동아연극상 대상 등을 휩쓸었다. ‘낙타상자’로는 2019년 초연 이후 한국극예술학회의 올해의 작품상 등을 수상했다.

‘회란기’는 원나라 때인 1200년대 중반 극작가로 명성을 누린 이잠부가 쓴 잡극이다. 독일 극작가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대표작 ‘코카서스의 백묵원’과 ‘솔로몬 재판’의 원작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고 연출은 “막 무친 겉절이처럼 놀이성과 문학성이 풍부한 원형의 연극”이라고 소개했다.

이야기는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기생으로 살던 장해당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장해당은 동네 갑부 마원외와 진심으로 사랑해 그의 첩이 된다. 그리고 아들을 낳았지만 곧 비극이 찾아온다. 이들을 눈엣가시로 여긴 마 부인이 남편을 독살하고 장해당에게 뒤집어씌운 것이다. 게다가 마 부인은 재산을 상속받기 위해 장해당의 아이를 자신의 아이라고 주장한다. 장해당이 억울함을 호소하자 명판관 포청천은 바닥에 석회로 동그라미를 그려 그 안에 아이를 세운다. 그리고 아이의 어미가 누구인지 진실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연극 회란기는 당시의 사회상을 날카롭게 통찰하면서도 다양한 은유로 현재를 떠올리게 한다. 이를 통해 소유욕, 사람 사이에 지켜야 할 도리, 거짓 증거들, 모성애 등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한다. 고전 바탕의 작품이지만 어렵지 않아서 쉽게 공감할 수 있다. 고 연출은 “예나 지금이나 연극은 관객과 함께 울고 웃으면서 감동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이번에도 변함없이 쉬운 이야기를 통해 감동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작품은 극공작소 마방진 예술감독인 고 연출이 단원들과 함께 3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이기도 하다. 뮤지컬 ‘맘마미아’ 등에 출연한 호산, 연극 ‘보도지침’ 등의 무대에 오른 조영규를 비롯해 20여 명의 단원이 참여한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