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거래소 고팍스가 지난 15일 전북은행으로부터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실명계좌) 확인서를 발급받았다. 실명계좌를 확보하면 원화로 코인을 사고파는 원화마켓을 운영할 수 있게 된다.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의 ‘4대 거래소’ 위주였던 암호화폐거래소 시장이 ‘5대 거래소’ 체제로 바뀌게 됐다.

특정금융정보법에 따르면 은행으로부터 실명계좌 확인서를 받은 암호화폐거래소만 원화 거래를 처리할 수 있다. 이에 따라 4대 거래소만 원화마켓을 두고 있다. 업비트는 케이뱅크 실명계좌를 확보했으며 빗썸과 코인원은 농협은행, 코빗은 신한은행과 제휴를 맺고 있다. 고팍스를 포함한 나머지 25개 거래소는 실명계좌를 내줄 은행을 확보하지 못해 코인마켓 사업자로 명맥을 유지해왔다.

특금법 시행 후 원화마켓을 닫고 코인마켓만 열어둔 중소 거래소는 거래량이 90% 이상 줄어든 상태다. 대다수 암호화폐 투자자가 원화마켓에 익숙하기 때문에 사실상 4대 대형 거래소의 독과점을 보장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2017년 문을 연 고팍스는 회원 수 80만 명을 넘는 중견 거래소다. 해킹 사고나 탈법 의혹에 연루된 적이 없다는 게 장점으로 꼽힌다. 미국의 블록체인 투자회사 디지털커런시그룹(DCG)은 지난해 고팍스에 투자해 2대 주주가 됐다.

고팍스는 지난해 9월 전북은행과의 제휴가 성사 직전까지 갔다가 엎어진 적이 있다. 은행 실무진의 검토를 통과하고 기술적 연동 등도 마쳤지만, 암호화폐에 호의적이지 않은 금융당국의 기류 때문이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이 회사는 금융정보분석원(FIU)에 변경 신고서를 제출하는 등 행정 절차를 거쳐 조만간 원화마켓을 다시 열 전망이다.

중소 암호화폐거래소들은 은행권이 실명계좌 발급을 더 확대해 ‘유효경쟁 체제’가 돼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한국블록체인협회는 이날 “실명계좌 발급이 막혀 코인마켓으로 전환할 수밖에 없었던 다른 거래소에도 좋은 선례가 되길 바란다”는 입장문을 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