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는 사업부 떼어내는 KT…주가 띄울 수 있을까
KT가 클라우드·인터넷데이터센터(IDC) 사업 부문을 떼어내 별도 법인 'KT클라우드'를 출범한다. 그간 시장에서 유력안으로 꼽혔던 물적분할이 아니라 현물분할 방식을 택했다. 주요 성장 사업을 독립시키는 이유가 무엇인지, 주가엔 어떤 영향을 줄지 등을 알아봤다.

잘나가는 사업부, 왜 떼어내나

KT 클라우드·IDC사업부는 KT에서 알짜로 꼽힌다. 작년 매출 성장률은 16%에 달한다. 상대적으로 성장이 둔화된 유무선통신과 달리 새로운 수요층이 급증하고 있는 까닭이다. 디지털전환(DX)을 하려는 기업과 공공기관 등이 서비스를 찾는다.
잘나가는 사업부 떼어내는 KT…주가 띄울 수 있을까
KT가 이 사업부를 독립시키려는 이유는 사업 경쟁력을 키우고, 모기업 KT의 주가를 떠받치게 하기 위해서다. 일단 별도기업으로 만들어두면 사업부의 활동 여력이 그만큼 커진다. 신규 사업이나 제휴·투자에 배정할 사내 예산 등을 두고 후순위로 밀릴 일이 없어진다.

IDC·클라우드 사업은 반도체와 각종 설비, 부동산·건설 투자에 대규모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같은 여건 변화가 사업에 주요 모멘텀이 될 수 있다. 자회사 사업이 커지면 그만큼 모기업 주가에도 영향을 준다. 유·무선통신 등 기존 주력 사업에 가려져 있던 성장성을 재평가 받을 수도 있다.

김회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클라우드·IDC 사업부문의 매출 규모는 4500억원대 정도로 전체 KT 매출(약 24조원) 대비 비중이 적다"며 "그런 사업을 KT 안에 계속 둘 경우 5G, 금융, 콘텐츠 등 덩치 큰 사업과 투자 예산을 두고 경쟁해야 하기 때문에 급성장하는 시장에서 빠른 대응을 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는 "KT는 IDC 사업 국내 1위 사업자"라며 "그런 사업을 사내에 두고 다른 부문과 경쟁하도록 놔두는 것보다는 독립시켜 다른 IDC 기업과 겨루도록 하는 게 사업을 키우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준섭 KB증권 연구원은 "별도 법인화를 하면 KT와의 이해관계를 넘어서 다양한 사업자들과 제휴를 할 수도 있다"며 "이는 클라우드·IDC 사업 육성에 기회 요인이 될 것"이라고 했다.

현물출자, 물적분할 우회안으로 택했나

앞서 시장에선 KT가 물적분할 방식으로 클라우드·IDC 사업을 분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KT는 지난 15일 공시를 통해 현물출자를 통해 독립법인을 세운다고 밝혔다. 새 법인인 KT클라우드가 신주 1771만2048주를 발행하고, KT가 현금 대신 부동산이나 채권 등 현물 자산을 목적물로 주식 대가를 치르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일부 세제 적용 등을 제외하면 물적분할과 차이가 크지 않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기업이 제3의 신설법인을 만들어놓고 현물출자를 하면 물적분할과 사실상 유사한 효과를 낸다"고 말했다.

일단 KT가 밝힌 현물출자 이유는 회계적 근거가 크다. KT 관계자는 "클라우드·IDC 신규 기업이 기존에 쓰고 있는 유선통신망 설비, 건물 상면 등이 존속기업인 KT의 것과 겹치는 것이 많다"며 "이렇다 보니 딱잘라 포괄적인 회계 분리(물적분할)에 나설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KT에 따르면 물적분할은 존속기업이 회계분리가 가능한 사업을 신설기업에 포괄적으로 이관하는 방식인 반면, 현물출자는 사업을 선별해서 이관한다.

일각에선 KT가 최근 주주가치 훼손 가능성을 근거로 규제 여론이 일고 있는 물적분할을 피하기 위해 이같은 방식을 택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통신업은 국가의 힘이 큰 규제산업 성격이 크다"며 "최근 물적분할 관련 논란이 커지는 만큼 KT가 물적분할과 비슷한 효과를 내는 다른 방법을 찾으려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우회안으로 볼 일은 아닌 것 같다"고 했다. 김회재 연구원도 "KT의 다른 사업 또한 안정적으로 크고 있고, 전체 대비 클라우드·IDC 사업의 매출 비중이 크지 않다"며 "이번 분할안을 '꼼수'로 보긴 어렵다"고 분석했다.

KT클라우드, 종점은 증시 상장?

KT는 KT클라우드 분사 이후 대규모 IDC를 공급하겠다고 공언했다. 앞서는 클라우드 서비스에 자체 AI 반도체를 접목한 거대 규모 AI 인프라 대여 서비스를 내놓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이는 모두 막대한 자금이 드는 사업이다. 중장기적으로 KT클라우드가 사업 확대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증시 상장 등에 나설 가능성이 점쳐지는 이유다.

KT는 일단 상장 가능성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KT 관계자는 “당장 신규 기업 상장 가능성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그전에 기업 내실을 기해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KT는 이번 KT클라우드 분사를 두고 주식 배당 관련 정관 개정을 추진한다. 다음달 정기 주주총회에서 자회사 주식을 현물배당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김준섭 KB증권 연구원은 "신규 설립되는 법인을 상장할 경우에 대해서도 주주가치 보호 방안을 마련했다는 점이 특징적"이라고 분석했다.

주가 영향은

KT의 분할 공시 당일 증시 반응은 크지 않았다. 지난 15일 KT 주가는 전일대비 0.47% 오른 3만2000원에 장을 마쳤다. 클라우드·IDC 사업부 분할 공시를 한 뒤엔 시외거래에서 공시 직후 주당 3만5200원까지 가격이 올랐다가 다시 3만2050원선에 거래됐다.
잘나가는 사업부 떼어내는 KT…주가 띄울 수 있을까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KT는 워낙 덩치가 큰 기업"이라며 "매출 비중이 크지 않은 사업부를 분할한다고 해서 당장 큰 반응이 나오진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클라우드 등 성장사업의 기업가치가 잘 인정받지 못했던 만큼 분사 이후엔 장기적으로 주가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가 관계자는 "주주들이 KT를 방어주 성격으로 샀는지, IDC·클라우드 등 성장성을 보고 샀는지에 따라 단기 주가 향배가 갈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통계적으로 봤을 때 분할을 밝힌 이후 단기적으로는 주가가 하락할 수 있으나, 나중엔 다시 자회사 가치를 반영해 주가가 움직인다"고 설명했다.

16일 오전 9시55분 KT 주식은 주당 3만2200원에 거래됐다. 전일대비 0.63% 가격이 높다.

최다은/선한결 기자 ma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