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위한 사법개혁' 강조…공수처 폐지 '극약처방' 언급도
'조국 수사·추윤 갈등' 경험 토대 직접 주도…"수십번 고쳤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14일 고강도 사법 개혁 카드를 꺼내들었다.

윤 후보가 검찰총장 시절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에 대한 전방위 수사와 검찰 개혁 세부 내용을 놓고 문재인 정권과 대척점에 서면서 직접 느꼈던 현행 제도의 문제점을 대수술하는 데 방점이 찍혔다.

윤 후보는 자신의 '전공'을 살려 아이디어 발제부터 성안까지 이번 공약 발표의 전 과정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발표는 시기적으로 윤 후보가 '전 정권 적폐수사'를 언급하고 문재인 대통령이 격노한 반응을 보인 가운데 이뤄진 것이어서 더욱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당장 여권은 "'검찰공화국'을 넘어선 '검찰 제국' 선포"라고 비판하고 나서는 등 대선을 앞두고 사법개혁 이슈가 쟁점화할 조짐이다.

'검찰 독립' 내세운 尹…文정부 '檢 개혁'과 차별화 시도
◇ '검수완박은 부패완판' 철학의 연장선
윤석열표 사법 개혁의 핵심은 검찰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 강화다.

검찰의 권한을 분산하는 데 주안점을 뒀던 문재인 정부의 검찰 개혁과는 상반된 방향으로 평가된다.

윤 후보는 이날 회견에서 "법무부 장관의 검찰총장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폐지하고, 검찰청의 예산을 법무부와 별도 편성하겠다"고 했다.

과거 검찰총장 시절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의 두 차례 수사지휘권 발동 등으로 "손발이 다 잘리다시피 했다"고 한 윤 후보의 개인적 경험을 공약에 적극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국세청, 경찰청, 관세청 등 정부 부처의 외청 대부분이 독립된 예산 편성권을 갖는 데 반해 검찰청은 법무부에 귀속돼 불합리하다는 문제의식도 깔렸다.

윤 후보는 또 "사건 송치 전 경찰의 자율적 수사, 송치 후 검사의 직접 보완 수사로 절차를 단순화하겠다"고 말했다.

검사가 직접 보완 수사하는 대신 경찰에 이를 요구하도록 한 현행 대통령령을 개정해 검경 사이의 사건 떠넘기기에 따른 수사 지연과 부실 수사를 근절하겠다는 취지다.

이는 윤 후보가 지난해 초 검찰을 박차고 나올 때 던진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은 부패완판(부패가 완전히 판치는 것)"이라는 철학의 연장선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검찰 개혁 노력을 원점으로 돌려놓으면서 검찰 권력 비대화의 부작용을 되풀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윤 후보 역시 친정인 검찰에 권한을 몰아주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경계했다.

윤 후보는 '검찰 공화국으로 돌아가는 것 아닌가'라는 기자 질문에 "검찰 공화국이라는 말은 맞지 않는다"며 "그것은 아주 오래전 권위주의 체제 시절의 공안 검찰을 얘기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 공수처 폐지에 여지…입장 변경
윤 후보는 문재인 정부가 검찰 개혁의 일환으로 도입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를 대대적으로 손보겠다고 공약했다.

윤 후보는 먼저 "고위공직자에 대한 부패 수사를 검찰·경찰도 할 수 있도록 (공수처법의) 독소 조항을 개정해 공수처 자체 수사역량 강화를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공수처가 '살아있는 권력'의 부패를 엄단하지 못하고, 시민단체 고발을 매개로 여권 편향적인 수사에만 공을 들여왔으며, 그나마도 실력을 입증하지 못했다는 게 윤 후보의 인식이다.

윤 후보 측 관계자는 통화에서 "고위공직자 부패 수사는 뇌수술처럼 어려운 것인데, 공수처 검사들의 실력은 감기 환자 보는 수준"이라며 "그 결과 부패가 양산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윤 후보는 아예 공수처 폐지를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기자들에게 "근본적인 국민적 회의가 있다면 공수처 폐지를 추진할 것"이라며 "제도를 개선해보고 안 될 때는 폐지 법안을 제출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공수처가 공직자와 민간인의 통신자료를 광범위하게 조회한 사실이 지난해 말 드러난 후 공수처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크게 실추된 상황을 반영했다는 게 윤 후보 측 설명이다.

다만, 이 공약들은 모두 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으로, 국민의힘 의석 수(106석)를 고려할 때 당장 실현하기 어렵다는 맹점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 독립' 내세운 尹…文정부 '檢 개혁'과 차별화 시도
◇ '국민'을 중심에…"세부 공약까지 尹 본인 뜻"
윤 후보의 사법 개혁 공약은 그의 '적폐 청산' 발언 논란이 채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발표됐다.

선대본부 내부에서도 경찰과의 관계에 있어 검찰의 '책임 수사'를 강조한 점이나 검찰권 견제를 명목으로 보장된 공수처의 독점적 지위를 없애겠다고 한 점이 기존 논란을 더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으로 전해졌다.

윤 후보는 앞서 지난 9일 언론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 초기처럼 전 정권 적폐 청산 수사를 할 건가'라는 질문에 "할 것"이라고 답해 논란을 일으켰다.

그러나 윤 후보 측은 이날 공약이 문재인 정부의 검찰 개혁에 정면 배치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오히려 '국민을 위한, 국민의 사법'이라는 제목을 내세워 국민을 중심에 두며, 여권의 '정치 보복' 프레임을 차단하려는 의도가 엿보였다.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현 정부의 검찰 개혁도 국민을 이롭게 하자고 만든 것인데 작동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며 "하려면 똑바로 잘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윤 후보는 이번 공약 준비 과정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 의견을 과감히 수용해온 다른 분야 공약과 달리 공약의 아주 세부적인 내용에까지 윤 후보의 뜻이 고스란히 담겼다는 것이다.

공약 실무를 맡은 정승윤 부산대 교수는 통화에서 "오늘 발표한 공약의 모든 내용은 후보가 직접 다 언급한 것"이라며 "후보가 너무 잘 아는 내용이어서 두 달 보름 동안 공약을 수십번 고쳤다"고 전했다.

/연합뉴스